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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논골담길

동해 묵호 ‘논골담길’은 오래된 어항 마을의 기억과 바다 풍경, 벽화가 겹겹이 포개져 있는 동해시 대표 골목 산책 코스입니다.

논골담길은 어떤 곳인가

논골담길은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묵호동 언덕에 자리한 벽화 골목으로, 1941년 국제 무역항으로 개항한 묵호항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담아낸 마을입니다. 예전 묵호항은 무연탄과 오징어·명태가 넘쳐나 “동네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말이 돌 정도로 풍요로웠지만, 수산업 쇠퇴와 산업 구조 변화로 점차 침체를 겪었습니다. 골목은 낡고 인구는 줄어들었고, 바다를 마주한 언덕 마을은 한동안 ‘세월이 멈춘 듯한 길’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이곳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동해문화원이 추진한 ‘논골담길 프로젝트’ 이후입니다. 지역 어르신과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해 오래된 담장과 계단, 골목마다 묵호항의 전성기와 주민들의 일상을 그린 벽화를 그려 넣었고, 그렇게 논골담길은 ‘감성 스토리 마을’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됐습니다. 지금은 해마다 수십만 명이 찾는 동해시의 대표 관광지이자, 바다를 품은 산책길로 자리 잡으며 카페와 소품 가게, 포토존이 자연스럽게 얹힌 ‘살아 있는 마을’이 되었습니다.

이름의 유래와 형성 배경

‘논골’이라는 이름에는 이 마을의 생활사와 풍경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예전 묵호항에 오징어와 명태 같은 수산물이 한창 많이 잡히던 시절, 주민들은 잡아온 생선을 지게에 지고 언덕 위 마을로 오르내리며 마당과 골목 곳곳에 널어 말렸습니다. 이때 지게에서 떨어지는 물과 비릿한 바닷물이 골목바닥에 흘러내리며 길이 늘 축축했고, 마치 논처럼 질퍽였다고 해서 ‘논처럼 질퍽한 골목’, 곧 ‘논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니까 논골담길은 농촌의 논이 아니라, 바다와 생선이 만든 ‘바닷물의 논’이자 어촌 노동의 흔적을 품은 지명인 셈입니다.

이 마을이 벽화 마을로 재탄생한 과정에는 지역 문화 정책과 주민 주도의 변화가 겹쳐 있습니다. 묵호항이 전성기를 지나 쇠퇴하면서 어업과 항만 물류 중심지라는 기능은 줄어들고, 골목과 집들은 노후화되어 젊은 세대가 떠난 마을로 남았습니다. 동해문화원과 한국문화원연합회, 동해시가 후원한 어르신 생활문화 전승 사업이 이곳을 대상으로 진행되면서, ‘어르신들의 기억을 벽화로 남기자’는 기획 아래 논골담길 프로젝트가 출발했고, 이를 통해 묵호항의 역사와 어촌의 애환을 장면처럼 그린 벽화, 조형물, 스토리보드가 골목마다 채워졌습니다. 그 결과 논골담길은 단순한 관광용 벽화촌이 아니라, 한 세대의 삶과 노동이 시각적으로 기록된 생활 문화 공간으로 성격이 규정되었습니다.

길의 구조와 네 가지 코스

논골담길은 기본적으로 묵호등대로 올라가는 네 갈래 골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등대오름길, 논골1길, 논골2길, 논골3길로 나뉘며, 각 길마다 테마와 풍경, 난이도가 조금씩 다릅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이 네 코스를 조합해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내외로 한 바퀴 도는 산책 동선을 구성하는데, 언덕 마을 특성상 오르막과 계단이 많지만, 길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아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중장년층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특히 정상 부근 묵호등대와 바람의 언덕, 전망대 구간에서는 동해 바다와 묵호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시야가 열려, 사진 촬영을 위해 일부러 이 시간대를 맞춰 오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네 코스를 한 번에 모두 완주하는 대신, 체력과 시간에 따라 구간만 선택하는 ‘속성 코스’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상단의 묵호등대해양문화공간 주차장에서 출발해 논골3길–2길–1길을 내려오는 방식은 내리막 비중이 커서 상대적으로 덜 힘들고, 이 과정에서 카페·포토존·벽화 포인트를 빠짐없이 지나게 되어 초행자에게 특히 인기가 있습니다. 반대로 묵호항 하단에서 시작해 등대오름길을 따라 정상까지 올라가는 코스는 어촌 마을의 집과 골목을 더 가까이 체감할 수 있지만, 오르막이 많아 다소 숨이 차는 편입니다.

각 길의 특징과 걷는 재미

논골1길은 마을의 일상과 생활 문화를 주제로 한 벽화와 소품이 집중된 구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래된 빨래줄, 어망과 고무 장화, 지게와 소쿠리 같은 소품을 실제로 배치하거나 그림으로 그려 넣어, 1970~1980년대 어촌 골목의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바람의 언덕’ 전망대 역시 1길과 연결된 대표 포인트로, 언덕 위 풍차와 함께 논골담길과 묵호항,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기 좋아 ‘필수 인증샷’ 장소처럼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구간은 특히 햇살이 좋은 오후 시간대에 바다가 가장 푸르게 보이고, 골목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담장 벽화 색감을 한층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논골2길은 1길에 비해 조금 더 조용하고, 골목이 얇게 휘감기며 언덕을 돌아가는 구조라 ‘길 자체를 걷는 맛’이 큽니다. 이 일대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와 정원형 포토존, 주민들이 심어놓은 화분과 꽃길이 이어져 있어 산책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게 됩니다. 일부 블로그에서는 논골2길의 특정 구간을 ‘궁금한 정원’이라 부르며, 담벼락과 계단 사이로 조성된 작은 정원과 아기자기한 소품 배치를 이 길의 매력으로 꼽습니다. 바다 풍경이 탁 트인 1길과 달리, 2길에서는 집과 골목이 만들어내는 공간감과 벽화의 디테일에 더 집중하게 되는데, 이는 마치 어르신의 오래된 일기장을 장면마다 넘겨보는 듯한 감각을 줍니다.

논골3길과 등대오름길은 묵호등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구간입니다. 3길 상단에는 솟대와 조형물이 있는 작은 동산, 이른바 ‘솟대동산’이 자리해 있으며, 이곳을 기점으로 올라가면 묵호등대와 해양문화공간, 등대전망대에 비교적 금방 도달할 수 있습니다. 등대오름길은 이름 그대로 등대로 오르는 직선적인 언덕길로, 바다를 마주 보고 올라가는 구간에서는 해안선과 묵호항 방파제, 항구에 정박한 배들까지 한눈에 들어와 동해 항구 도시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일대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해, 실제로 방문객들 상당수가 “화면에서 보던 풍경과 똑같다”고 느끼며 계단과 전망대에서 사진을 남기곤 합니다.

바다 풍경과 감성 관광지로의 변화

논골담길의 가장 큰 매력은 골목을 걷는 내내 바다와 함께 있다는 점입니다. 언덕 마을이다 보니 어느 지점에서든 고개만 들면 푸른 동해가 시야에 들어오고, 골목 사이로 프레임처럼 잘린 바다 장면이 수시로 나타나 산책의 리듬을 만들어 줍니다. 특히 바람의 언덕과 묵호등대 주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연계되는 구간에서는 ‘한쪽에는 바다, 다른 한쪽에는 골목’이라는 이중 풍경이 겹쳐져, 단순히 항구나 해수욕장을 찾는 여행과는 다른 감성적인 체험을 제공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여행 콘텐츠에서는 논골담길을 ‘한국의 산토리니 언덕’이라는 비유로 소개하기도 하며, 골목과 바다, 하얀 집과 컬러풀한 벽화가 섞인 풍경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최근 동해시는 논골담길을 기존의 벽화 마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감성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재정비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초기 벽화 일부가 노후화되고, 방문객 증가에 따른 시설 부담이 커지자 동해시는 새로운 벽화와 포토존을 추가하고, 노후 담장과 계단을 보수하는 등 전반적인 환경 개선 작업을 마쳤습니다. 이러한 정비 덕분에 논골담길은 여전히 오래된 골목의 질감과 어촌의 시간성을 유지하면서도, 카페·전망대·안내 표지 등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갖춘 관광 동선으로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동해 시티투어 버스와 연계해 차 없이도 묵호시장–논골담길–도째비골 스카이밸리–묵호등대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도록 교통 접근성도 개선되었습니다.

논골담길에서 결정적인 밤 풍경을 기대하기보다는, 낮과 해질 무렵의 빛을 즐기는 편이 좋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낮에는 푸른 바다와 벽화 색이 잘 살아나고, 해 질 무렵에는 묵호항과 방파제, 항구의 불빛이 켜지면서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잔잔한 대비를 이룹니다. 골목 특성상 밤에는 계단과 경사가 있어 동선이 다소 불편할 수 있어, 사진 촬영이나 골목 구경 중심이라면 오후부터 저녁 직전까지가 가장 무난한 시간대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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