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식물원 ‘라원’은 기존 동궁원 바로 옆에 들어선 제2 동궁원으로, 신라 왕경의 역사성과 현대적인 정원 디자인, 디지털 체험 요소를 결합한 야외형 식물원이다. 2026년 4월 3일 정식 개장으로 보문관광단지의 핵심 힐링 스폿 역할을 하게 되었고, 동궁원·버드파크와 묶어 하루 코스로 즐기기 좋은 공간으로 기획돼 있다.
라원의 위치와 탄생 배경
라원은 경북 경주시 보문동, 보문관광단지 안에 있는 동궁원과 바로 인접한 부지(보문동 3-3번지, 약 6만 7천㎡ 규모)에 조성됐다. 이 부지는 원래 동궁원 확장을 염두에 두고 남겨둔 땅이었고, 경주시는 동궁원이 2013년 개장 이후 누적 관람객 370만 명을 넘기며 인기를 얻자 제2 동궁원 조성을 본격 추진하게 된다.
사업은 2021년 본격 착공을 선언하면서 윤곽이 잡혔고, 총 384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다. 단순히 기존 동궁원의 부대 시설을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동궁원=실내 온실 중심, 라원=야외 정원 중심’이라는 역할 분담을 통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적 확장이었다.
공정 과정에서 시공사 변경 등 변수로 개장 시기가 한 차례 늦춰지며 2026년 상반기 개장을 목표로 재조정되었고, 그 결과 4월 3일 ‘빛으로 피어나는 정원’을 슬로건으로 문을 열게 되었다. 보문호를 둘러싼 리조트·워터파크·골프장 중심의 관광벨트 안에, ‘식물과 빛·역사’를 전면에 내세운 야외 식물원이 더해지면서 보문단지의 콘텐츠 구성이 확연히 입체적으로 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콘셉트와 이름 ‘라원’에 담긴 의미
라원의 공식 명칭은 ‘경주 식물원 라원’으로, 행정적으로는 제2 동궁원으로 분류된다. 이름 ‘라원’은 한자로 ‘羅園’ 혹은 ‘라(라일락·빛의 라) + 원(정원)’ 등 다양한 해석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빛과 식물, 신라의 정원 문화를 한데 엮어 펼쳐 놓은 정원’이라는 콘셉트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기존 동궁원이 ‘동궁과 월지(안압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이라는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라원은 이 역사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신라 전통 정원의 모티프를 한층 확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신라 8괴, 왕릉, 계류(시냇물), 전통 석물 등 상징 요소를 식물원 동선 곳곳에 배치해 ‘단순한 예쁜 정원’을 넘어 스토리텔링이 있는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라원은 특히 ‘사계절 지속 가능한 관광지’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봄·가을 성수기에만 사람이 몰리는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4계절 초화원과 빛 연출, 디지털 체험 콘텐츠를 도입해 겨울·우천 시에도 찾을 이유를 만든 구조다. 이 지점에서 ‘빛으로 피어나는 정원’이라는 슬로건은 라원의 계절성과 야간성을 동시에 상징하는 문구라고 볼 수 있다.
주요 공간 구성과 동선

라원의 공간 구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거울 연못을 축으로 펼쳐지는 야외 정원 + 디지털 체험관 + 전시·연출 공간’이다.
먼저, 라원 부지의 시각적 중심에는 거울연못 두 곳이 배치된다. 일반적인 연못이 수면 자체를 감상 대상으로 삼는다면, 여기서 거울연못은 주변 정원과 조명, 방문객의 움직임을 반사해 ‘빛과 풍경이 겹쳐지는 장면’을 연출하는 무대 역할을 한다. 물가를 따라 데크와 산책로가 이어지도록 설계되어,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수면을 바라보며 걷거나 쉼터에 앉게 되는 동선을 경험하게 된다.
사계절초화원은 라원의 또 다른 핵심 축이다. 이름 그대로 특정 계절에만 화려한 정원을 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봄에는 봄꽃, 여름에는 여름 꽃과 잎, 가을에는 단풍·가을꽃, 겨울에는 조형과 조명·상록수를 조합해 연중 내내 시각적인 밀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된다. 이 초화원을 관통하는 산책로는 직선보다는 완만한 곡선 동선 위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며, 예상되는 포토 스폿이 곳곳에 배치되어 자연스럽게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도록 유도한다.
디지털 1·2 체험관은 라원이 동궁원과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단순한 식물 정보 안내를 넘어, 미디어 아트·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활용해 ‘빛과 식물, 신라’라는 라원의 주제를 시각화·체험화하는 공간으로 기획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계절에 따라 변하는 정원의 모습을 몰입형 프로젝션으로 구현하거나,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빛의 정원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식의 연출이 들어설 수 있다.
전시·연출 공간 역시 야외 정원과 실내 전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는 신라 시대 정원 문화, 동궁과 월지의 역사, 경주의 식생과 기후, 정원 디자인 사례 등을 주제로 한 전시가 상설 혹은 기획 형태로 운영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플로리스트·정원 작가의 작품 전시나 시민 참여형 전시로 확장될 여지도 크다.
한편, 라원 전체의 동선은 기존 동궁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되어 ‘동궁원(실내 온실·버드파크) → 라원(야외 정원·디지털 체험)’으로 이어지는 일자형 또는 순환형 관람 루트가 형성된다. 이는 우천·혹한·혹서기에는 실내 위주의 동궁원을 먼저 보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야외 라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관람 패턴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게 해준다.
신라 8괴·왕릉 모티프와 체험 요소
라원의 설계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은 ‘신라 8괴’와 ‘왕릉’을 주제로 한 식물원 공간이다. 신라 8괴는 신라 시대 경주의 명승 8곳을 의미하는데,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정원 안에 테마 공간으로 녹여낸다는 발상 자체가 경주답다.
식물원 주 무대로 소개되는 구역에는 꽃등나무정원, 조형초석, 왕릉놀이터, 남천계류 등의 시설이 계획돼 있다. ‘꽃등나무정원’은 수목과 꽃을 이용해 신라 등불·연등의 이미지를 식물로 표현하는 정원일 가능성이 크고, 야간에는 조명과 결합해 라원의 상징적인 야간 포인트로 기능하게 된다. 조형초석은 전통 석물(석등·비석·기단석 등)을 모티프로 한 조형물과 실제 돌을 결합해, 단순한 ‘돌 놓기’가 아니라 신라 왕경의 분위기를 은근히 풍기는 경관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
‘왕릉놀이터’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겨냥한 체험·놀이 구역이다. 실제 왕릉의 엄숙함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봉분을 형상화한 완만한 언덕, 고분의 곡선을 응용한 미끄럼틀, 고분군 사이를 누비는 듯한 동선의 놀이터 등을 통해 ‘왕릉을 주제로 한 플레이스케이프’를 구현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는 경주 곳곳에 펼쳐진 실제 고분군을 보기 전, 아이들이 보다 친근하게 ‘경주의 언덕=왕릉’이라는 인식을 체험적으로 익힐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남천계류는 보문단지의 자연 지형과 물길을 살린 소규모 인공 계류로, 주변 식생과 어우러져 정원의 리듬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계류 주변에는 그늘 벤치·데크·잔디 공간 등이 함께 배치되어, 여름철에는 특히 체류형 쉼터로서의 기능이 강하게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라원 전역에는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 가능한 소규모 마당·광장이 곳곳에 배치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계절별 플랜트 클래스, 야간 조명 투어, 어린이 식물 탐험 프로그램, 미디어 파사드 연계 야간 쇼 등으로 운영되면, 라원은 단순 관람형 공간을 넘어 참여형 정원으로 진화할 수 있다.
동궁원과의 시너지, 방문 팁과 의미
라원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기존 동궁원과의 관계다. 동궁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인 동궁과 월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실내 온실·버드파크 중심 공간으로, 기후나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방문 후기에서도 ‘실내 위주라 경주 실내 코스로 좋다’, ‘날씨 상관없이 사진 찍고 산책하기 좋다’는 평가가 많다.
라원의 개장으로 동궁원 일대는 실내와 야외, 동물과 식물, 역사와 디지털 체험이 하나로 엮인 복합 정원·동물원 단지로 변모한다. 경주시는 라원을 통해 동궁원의 관람 동선을 자연스럽게 확장하고, 보문단지 내 체류 시간을 늘려 지역 경제에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 관광지 확장을 넘어, ‘경주=유적지’라는 이미지에 ‘정원·힐링·빛’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더하려는 도시 브랜딩 전략으로도 읽힌다.
정책적으로 보면, 38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공 식물원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공공 정원 인프라’에 대한 지방정부의 투자 의지가 드러난다. 민간 리조트·테마파크 중심이던 보문단지 안에서, 시민·관광객 모두에게 열린 공공 정원 공간이 넓어지는 것은 지역 주민 삶의 질, 도시의 녹색 인프라, 기후 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아직 개장 초기이기 때문에 세부 운영 프로그램이나 세밀한 동선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구조적으로만 놓고 보아도 라원은 경주 관광의 레이어를 한층 더 두껍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프로젝트다. 특히 야간 조명과 미디어 아트, 계절별 초화 연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라원은 낮과 밤, 성수기와 비수기를 막론하고 ‘경주에 가면 한 번은 들러야 할 새로운 정원’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