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학년도 수능의 핵심 특징은 ‘선택과목 폐지+통합형 수능+내신 5등급제’로 요약되며,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해 문‧이과 구분을 사실상 없애고 수능의 공정성과 변별력을 다시 설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전체 구조와 큰 방향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금의 중3(2024년 기준)이 고3이 되는 해에 처음 시행되며,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처음으로 전면 반영하는 수능입니다. 교육부는 현재의 ‘공통+선택’ 체계가 과목 선택에 따른 심각한 유불리를 낳고, 문·이과 분리와 사교육 의존을 강화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모든 학생이 동일한 범위와 기준으로 평가받는 통합형 수능 체제로 개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직업탐구에서는 선택과목이 완전히 폐지되고, 영어와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은 현행과 유사한 구조를 유지하되 일부 문항 수와 시간 조정이 이뤄집니다.
이 개편은 수능만의 변화가 아니라 고교학점제, 내신 5등급제, 서‧논술형 평가 강화와 맞물려 대학입시 전반의 평가 체계를 “통합·융합형 역량 평가”로 전환하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선택과목에 따라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크게 갈리는 ‘수능 이권 카르텔’ 논란을 정리하고 공정성을 회복하겠다는 정치적·사회적 의도도 분명히 깔려 있습니다.
국어‧수학: 선택 폐지와 통합형 과목
먼저 국어 영역은 지금까지 공통과목(독서, 문학)에 선택과목(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1개를 더해 응시하는 구조였지만, 2028 수능부터는 선택과목을 없애고 세 과목군으로 통합해 출제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 세 과목에서 모두 공통으로 문제가 출제되며, 모든 수험생이 동일한 시험지를 치르게 됩니다. 문항 수와 시험 시간은 현행 수능과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교육부가 명시했습니다. 이는 텍스트 이해(독서), 문학 감상, 쓰기·말하기, 언어 지식 영역을 고르게 평가해 단일한 국어 역량을 보겠다는 방향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수학 영역 역시 가장 큰 변화는 ‘문‧이과 수학’의 형식적 구분이 제거된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공통과목(수학Ⅰ, 수학Ⅱ)을 기반으로 선택과목(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하나를 택했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선택이 사라지고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세 과목에서 모두 통합 출제됩니다. 심화 범위에 해당하는 ‘미적분Ⅱ‧기하’는 수능 출제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확정돼, 수능만으로는 문·이과를 구분하기 어려운 구조가 됩니다.
다만, 교육부는 공대·자연계 진학 희망자를 위한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 학습은 학교 내신과 학생부에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라, 상위권 이공계 대학들은 심화수학 이수 여부와 성취 수준을 학생부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학 문항 수와 시험 시간 역시 현행과 동일하게 유지되며, 통합형 문항을 통해 개념 이해와 문제 해결력을 심층적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탐구·직업탐구: 사회·과학 모두 보는 통합형
탐구 영역은 이번 개편의 상징적인 변화가 집중된 영역입니다. 지금까지는 사회탐구(최대 2과목)와 과학탐구(최대 2과목)를 합쳐 최대 2과목을 선택해 응시하면서, 과목별 난이도와 표준점수 차이로 인한 유불리가 극심했습니다. 2028학년도부터는 이 선택 구조가 사라지고, 사회탐구는 ‘통합사회’, 과학탐구는 ‘통합과학’이라는 단일 과목으로 재편되어 모든 수험생이 사회와 과학을 모두 응시해야 합니다.
교육부는 사회·과학탐구의 선택과목제를 폐지하는 대신 과목당 문항 수와 시험 시간을 늘려 변별력을 확보합니다. 구체적으로 각 탐구 과목당 25문항, 40분으로 조정되며, 이는 현재의 20문항 30분 구조에서 각각 5문항, 10분이 늘어나는 형태입니다. 그만큼 통합사회·통합과학 안에서 다루는 범위가 넓고, 문항당 사고 요구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직업탐구 영역도 선택과목 없이 통합형 체제를 도입하되, 세부 설계는 직업계고 교육과정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확정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이 변화는 사실상 문과·이과 구분을 없애고 모든 학생에게 최소한의 사회·과학 기초 소양을 공통으로 요구하는 방향이라,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교육부의 정책 목표와 직접 연결됩니다. 동시에, 과거 과학 선택과목 간 유불리, 일부 과목 쏠림 현상으로 인한 불공정성 논쟁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담겨 있습니다.
영어·한국사·제2외국어·한문과 점수 체제
영어와 한국사 영역은 평가 방식이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영어와 한국사는 지금처럼 절대평가로 유지되며, 기준 점수 이상을 맞으면 일정 등급을 부여하는 구조를 그대로 가져갑니다. 다만 영어의 경우 사실상 상대평가에 가까울 정도로 1등급 비율이 낮게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 입시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의 변별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는 문항 수와 시험 시간이 조정됩니다. 현행 30문항, 40분에서 20문항, 30분으로 줄어들어, 각 문항당 사고 요구 수준이나 언어 활용 능력에 대한 평가 방식이 재구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 점수 체제는 국어·수학·탐구 영역의 상대평가(9등급)와 영어·한국사·제2외국어·한문의 절대평가 체제를 유지하되, 통합형 과목 구조 속에서 점수 산출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방향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제도적 변화는, 수시모집 원서 접수 전에 수능 성적 통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2027학년도부터 하반기 모의평가 시기를 한 달 앞당겨 8월에 실시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2028학년도 수능부터 수험생과 대학 모두에게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전략 수립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내신 5등급제와 수능의 위상 변화
2028학년도 대입은 수능만이 아니라 고교 내신 체계도 동시에 바뀝니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지만, 시안과 달리 대부분의 보통교과에서 내신 상대평가 체제는 유지되며 다만 석차등급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개편됩니다. 새 체제에서 1등급은 상위 10%로 현행 4%보다 크게 넓어지고, 2등급은 24%까지 확대되어 전체 학생의 약 3분의 1이 1‧2등급에 몰리는 구조가 됩니다. 이에 따라 내신의 변별력은 크게 떨어지고, 특히 상위권 대학 입장에서는 내신만으로 최상위권을 가려내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교육부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보통교과에는 절대평가(A~E)와 상대평가(1~5등급)를 병기하고, 일부 사회·과학 융합선택 9개 과목과 예술·체육·교양 과목은 석차등급 없이 절대평가만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과목은 수능 출제 범위와 거의 연계되지 않고 대입 반영 비중도 크지 않아, 실제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개설될 유인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내신의 ‘벽’은 다소 낮아지지만, 상위권 선발에서 내신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대신 수능의 상대평가 구조가 핵심 변별 수단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전 학력고사에 가까울 정도로 수능 비중이 다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내신 1등급 학생이 대거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학은 수능 점수, 심화과목 이수 여부, 대학별고사(면접·논술) 등을 결합해 선발 기준을 재설계해야 하고, 수험생과 학부모 역시 ‘내신 따로, 수능 따로’가 아니라 내신과 수능 준비를 통합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해집니다.
정책적 의미와 수험 전략상 시사점
2028 수능 개편은 표면적으로는 선택과목 유불리 해소, 문·이과 통합, 공정성 회복을 내세우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수능 중심 변별 구조의 강화, 통합사회·통합과학의 난이도 상승, 심화수학의 내신·학생부 역할 확대라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모든 학생이 동일한 국어, 수학,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보는 구조에서, 개념 이해와 사고력 기반의 고난도 문항이 늘어나면 중위권 이하 학생에게는 부담이 커지고, 상위권은 세밀한 사고력 경쟁으로 들어가는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습니다.
반면, 지금처럼 “어떤 선택과목을 택하느냐” 자체가 전략의 핵심이 되는 구조에서는 벗어나, 진로와 무관하게 공통 기초를 튼튼히 쌓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됩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통합·융합형 수업과 평가를 통해 서·논술형 문항, 프로젝트형 학습 등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전망이며,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도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 부분 도입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① 국어·수학의 전 범위를 꾸준히 학습해 통합형 문항에 대비하고, ② 통합사회·통합과학의 폭넓은 개념과 맥락 이해를 중학교 후반부터 숙성시키며, ③ 영어는 절대평가라 해도 1등급 비율이 낮은 만큼 실질적으로 ‘준-상대평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내신 5등급제 아래에서 “1등급 안에 들어가느냐”와 “수능에서 상위 등급을 확보하느냐”가 동시에 중요해지는 구조이므로, 고교 3년 내내 내신과 수능을 하나의 커리큘럼 안에서 통합 관리하는 전략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