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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만어석 형성 원리

밀양 만어석(萬魚石)

개요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 만어산(萬魚山) 기슭에 위치한 만어석은 수만 개의 크고 작은 돌들이 산비탈을 뒤덮고 있는 독특한 자연 지형이자 역사적·문화적 명소다. 이 돌밭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불교 설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두드리면 맑은 금속성 소리가 나는 ‘종석(鐘石)’으로도 유명하다. 만어석은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2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학술적으로는 ‘애추(崖錐, talus)’ 또는 ‘암괴류(岩塊流, block stream)’로 분류되는 지질학적 현상이다.


지리적 위치와 환경

만어산은 해발 670m 내외의 산으로,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 일대에 자리한다. 낙동강과 가까운 이 지역은 예로부터 교통과 문화의 요충지였으며, 만어산 정상부에서 중턱까지 광활하게 펼쳐진 돌밭이 바로 만어석이다. 크고 작은 돌들이 마치 강이 흐르듯 산 아래를 향해 길게 뻗어 있으며, 그 규모는 폭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 길이는 수백 미터에 이른다. 전체적인 형상은 마치 거대한 물고기 떼가 산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여 예로부터 신비로운 장소로 여겨졌다.


지질학적 형성 원리

만어석은 지질학적으로 ‘암괴류(岩塊流)’ 또는 ‘너덜겅’이라 불리는 현상에 해당한다. 암괴류란 기반암이 오랜 세월에 걸쳐 물리적·화학적 풍화 작용을 받아 쪼개지고 부서진 뒤, 중력과 동결·융해 작용에 의해 사면 아래로 서서히 이동·퇴적된 암석 집합체를 말한다.

만어석의 기반암은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화강암과 변성암류로 구성되어 있다. 이 암석들은 수천만 년에 걸쳐 절리(joint, 암석의 균열)가 발달하였고,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기온 변화에 따른 동결과 융해가 반복되면서 암석이 점차 쪼개져 크고 작은 블록 형태가 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돌덩이들이 중력의 영향으로 산비탈을 따라 서서히 이동하여 현재와 같은 광대한 돌밭을 이루게 된 것이다.

특히 만어석은 한반도 남부 지역의 빙하기 환경 변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학술 자료가 된다. 현재 이 돌밭은 대부분 안정된 상태이지만, 형성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활발한 지형 변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돌 사이의 빈 공간에는 이끼와 소형 식물이 자라며 독특한 생태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종석(鐘石) — 소리 나는 돌

만어석이 특히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돌을 두드리면 맑고 청아한 금속성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이 소리 나는 돌을 ‘종석(鐘石)’ 혹은 ‘경석(磬石)’이라고 부른다. 돌의 종류나 위치에 따라 소리가 조금씩 다른데, 어떤 돌은 쇳소리처럼 맑게 울리고, 어떤 돌은 낮고 둔탁한 소리를 낸다.

이 소리의 과학적 원인은 암석의 내부 구조와 밀도에 있다. 만어석을 구성하는 돌들 중 일부는 내부에 기공이 적고 밀도가 높으며, 돌 사이의 공간이 울림통 역할을 하여 공명(共鳴)이 발생한다. 또한 돌 표면이 오랜 세월 풍화와 건조를 반복하면서 특정 광물이 농축되거나 재결정화하여 소리 전달 특성이 달라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로부터 이 종석 소리는 불교 의식과 결부되어 신성시되었으며, 만어사(萬魚寺) 스님들이 종석을 두드려 그 소리로 기도를 드렸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오늘날 방문객들도 직접 돌을 두드려 보고 소리의 신비로움을 체험하는 것이 이곳 방문의 주요 즐거움 중 하나다.


불교 설화 — 만어사와 물고기 떼

만어석에는 오랜 불교 설화가 깃들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동해 용왕의 아들이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는데, 어느 스님이 만어산에 절을 지으면 나을 것이라는 예언을 해주었다. 이에 용왕은 수많은 물고기 떼를 이끌고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만어산에 이르렀고, 마침내 그 물고기들이 모두 돌로 변하여 지금의 만어석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설화는 만어석의 지형이 마치 수많은 물고기 떼가 물 밖으로 나와 산으로 기어오르는 형상과 닮아 있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만어(萬魚)’라는 이름 자체가 ‘만 마리의 물고기’를 의미하며, 산 이름인 만어산도 이 설화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한 종석에서 나는 소리는 물고기들이 부처님을 향해 찬탄하는 소리라는 해석도 있어 불교적 의미가 더욱 깊게 담겨 있다.

이 설화는 단순한 민간 전설에 그치지 않고, 이 지역의 지역 정체성과 불교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오랜 세월 동안 민중들은 만어석을 성스러운 장소로 여기고, 기도와 순례의 공간으로 활용하였다.


만어사(萬魚寺)

만어석 인근에는 만어사라는 고찰(古刹)이 자리하고 있다. 만어사는 신라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며, 정확한 창건 연대는 불분명하나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사찰이다. 만어사는 만어석 설화의 중심지로, 사찰 경내에서도 종석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만어석 돌밭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람할 수 있는 거점이다.

사찰 내에는 미륵불을 모신 법당이 있으며, 이 미륵불 역시 만어석의 돌로 조성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만어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산중의 고요한 분위기와 함께 만어석의 신비로움이 어우러져 많은 불자와 여행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매년 봄과 가을에는 이 사찰을 중심으로 지역 불교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천연기념물 지정과 학술적 가치

만어석은 2011년 천연기념물 제528호로 지정되었다. 천연기념물 지정의 핵심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질학적 희귀성이다. 한반도 남부에서 이처럼 규모가 크고 잘 보존된 암괴류는 매우 드물다. 만어석은 한반도의 제4기(빙하기 이후) 지형 변화와 기후 변동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연 기록이다.

둘째, 음향적 특수성이다. 돌을 두드리면 소리가 나는 ‘종석’ 현상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이며, 이에 대한 암석학적·음향학적 연구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역사·문화적 가치다. 불교 설화와 결합된 오랜 문화적 기억, 만어사와의 연계, 지역 사회에 미친 정신적·종교적 영향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되었다.


방문과 탐방

만어석은 밀양시에서 약 20km 거리에 있으며, 삼랑진읍 방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만어산 주차장에서 만어사까지 약 1~2km의 등산로를 걷는 것이 일반적인 탐방 코스다. 산길은 비교적 완만하여 가족 단위 방문객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만어사에 도착하면 사찰을 둘러본 뒤 바로 인접한 만어석 돌밭으로 이동하여 종석 체험을 할 수 있다. 돌을 손이나 작은 돌멩이로 두드려 보면 위치마다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단, 문화재 보호를 위해 돌을 훼손하거나 무리하게 두드리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사계절 모두 방문이 가능하지만, 봄의 진달래와 신록, 가을의 단풍이 어우러진 계절에 특히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겨울에는 돌밭 위에 쌓인 눈이 색다른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결론

밀양 만어석은 수천만 년의 지질 역사가 빚어낸 자연의 경이로움과, 수천 년의 불교 신앙과 민간 설화가 깃든 문화적 유산이 하나로 어우러진 특별한 장소다. 돌 하나하나에서 울려 나오는 청아한 소리는 자연과 인간의 오랜 교감을 상징하며,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신비로움과 경외감을 선사하고 있다. 학술적 연구 대상으로서도, 종교·문화 유산으로서도, 생태 탐방지로서도 그 가치가 다층적인 만어석은 한국의 자연문화유산 중에서도 손꼽히는 보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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