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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이상 지방간질환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은 비알코올 지방간(NAFLD)을 대체하는 새로운 이름으로, 대사 이상(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을 동반한 지방간 질환을 뜻합니다.

용어 변화와 정의

최근 국제 학회들은 “비알코올”이라는 부정적·배제적 표현 대신, 질환의 본질인 대사 이상을 강조하기 위해 MASLD(대사이상 지방간질환)라는 용어를 채택했습니다. 이전 NAFLD와 환자군은 거의 동일하지만, 진단을 “술을 안 마신다”는 배제 조건이 아니라 “간에 지방이 끼어 있고, 동시에 심혈관 위험을 높이는 대사 위험 요인이 있다”는 긍정적 기준으로 바꾼 것이 핵심입니다.

MASLD는 영상(초음파, CT, MRI 등)이나 조직검사에서 간 내 지방 침착(steatosis)이 보이고, 동시에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심혈관·대사 위험 인자(복부비만, 고혈압, 고혈당·당뇨,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HDL 콜레스테롤 등)가 존재할 때 진단합니다. 과거처럼 “술을 거의 안 마셔야 한다”는 조건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일정량 이상 술을 마시면서 대사이상 지방간을 가진 경우를 따로 MetALD라는 범주로 분류하는 등, 실제 임상에서 환자를 더 세분화해 관리하기 쉬운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역학과 위험 요인

MASLD는 전 세계 인구의 25~30% 이상에서 관찰되는 가장 흔한 만성 간질환으로,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유병률 증가에 따라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히 서구형 식습관과 좌식 생활이 확산된 나라들에서 많이 보이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위험 요인의 중심에는 인슐린 저항성과 비만이 있습니다. 복부비만, 제2형 당뇨병 또는 공복혈당장애, 고중성지방·낮은 HDL 콜레스테롤, 고혈압 등 이른바 대사증후군 구성요소가 많을수록 MASLD 위험과 진행 속도가 모두 증가합니다. 여기에 갑상선기능저하증, 다낭성난소증후군, 수면무호흡증 같은 내분비·수면 질환이 겹치면 진행 위험이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병태생리: 왜 지방이 끼고 염증이 생기나

MASLD의 병태생리 핵심은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한 간 내 지방 축적과 그에 동반되는 만성 염증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지방 조직에서 유리지방산이 과도하게 방출되고, 골격근에서는 지방 사용이 줄어들면서 혈중 유리지방산 농도가 증가합니다. 이 지방산들이 간으로 대량 유입되고, 동시에 간에서 새로운 지방산을 합성하는 ‘de novo 리포제네시스’가 증가하며, 지방산을 태워 없애는 산화 과정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간세포 안에 중성지방이 축적됩니다.

지방 자체는 어느 정도까지는 비교적 “무해한” 저장 형태일 수 있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세라미드, 디아실글리세롤 같은 독성 지질과 과도한 자유콜레스테롤이 축적되며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합니다.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종(ROS)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증가하고, Kupffer 세포(간의 대식세포)와 간성상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염증·섬유화가 진행됩니다. 결과적으로 단순 지방간 수준에 머무르던 MASLD 일부가 염증과 세포 손상이 동반된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로 진행하게 됩니다.

임상 경과: MASLD에서 MASH, 섬유화, 암까지

MASLD의 상당수는 초기에는 무증상이며,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간수치(AST/ALT) 상승이나 초음파상 지방간 소견으로 발견됩니다. 많은 환자는 평생 단순 지방간 단계에 머물 수 있지만, 대사 위험 인자가 많고 조절이 안 될수록 염증과 섬유화 진행 속도가 빨라집니다.

MASLD가 염증을 동반하는 MASH로 진행하면 간세포 풍선변성, 염증세포 침윤과 함께 점차 섬유화가 진행되고, 일부 환자에서는 간경변증에 이르게 됩니다. 간경변에 이르면 간 기능 저하뿐 아니라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 발생 위험도 의미 있게 증가합니다. 주목할 점은, MASLD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은 간경변이나 간암보다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이라는 사실입니다. 결국 MASLD는 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 대사·혈관질환의 한 표현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진단: 누가 MASLD이고, 누가 고위험군인가

진단의 첫 단계는 영상에서 지방간이 보이는가입니다. 일반적으로 초음파에서 간이 밝게 보이는 ‘고에코’ 소견으로 지방간을 추정하며, 필요시 CT, MRI-PDFF와 같은 정량적 검사로 간 지방량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때 동시에 복부비만, 혈압, 공복혈당·HbA1c, 지질검사 결과 등을 확인해, 하나 이상의 심혈관·대사 위험 인자가 있다면 MASLD 진단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임상에서 더 중요한 것은 “지방간이 어느 정도 진행했는가”, 특히 섬유화 정도입니다. 이를 위해 FIB-4 같은 단순 계산 지표(AST, ALT, 혈소판, 나이)와 간탄성도 측정(Transient elastography, FibroScan)을 활용해 비침습적으로 섬유화를 평가하는 접근이 권고되고 있습니다. 고위험군(당뇨병 동반, FIB-4 상승, 탄성도 증가 등)에서는 간 조직검사를 통해 MASH 여부와 섬유화 단계(F0~F4)를 확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료: 생활요법이 치료의 절대축

현재까지 MASLD에 대해 모든 단계에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많지 않고, 치료의 중심은 체중 감량과 생활습관 교정입니다. 여러 연구와 가이드라인은 과체중·비만 환자에서 체중의 7~10% 정도를 감량했을 때 간 지방 감소뿐 아니라 염증과 섬유화 지표가 의미 있게 호전된다고 보고합니다. 이를 위해 하루 500~1,000kcal 정도의 열량 감소를 목표로 하되, 극단적 저열량보다는 지속 가능한 식사 패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이 측면에서는 지중해식 식단(불포화지방산, 채소, 통곡물, 해산물, 견과류 중심)이 MASLD 개선에 가장 일관된 근거를 보여주고 있고, 단순당·가공 탄수화물, 특히 설탕·과당이 많이 들어간 음료를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간에 지방을 쌓이게 하는 ‘칼로리+당분’ 조합을 줄이면서,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포만감을 유지하며 체중 감량을 지속하기 쉬워집니다.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권장되며, 주당 최소 150분 이상의 중등도 운동이 MASLD에서 간 지방 감소와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체중 감소가 크지 않더라도 규칙적인 운동만으로 간 지방과 염증 마커가 줄어드는 효과가 관찰돼, 체중계 수치에만 집착하지 말고 꾸준한 신체 활동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물치료와 신약 개발

현재 미국 FDA는 2024년 비(非)간경변 MASH 환자를 대상으로 첫 약제인 레스메티롬(resmetirom)을 승인했습니다. 이 약은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β 선택적 작용제로, 간 내 지방 축소와 염증·섬유화 개선 효과가 보고됐지만, 중등도 이상의 섬유화를 동반한 MASH 환자에 한정돼 있고 비용·접근성 문제로 아직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지는 않습니다. 이 외에도 GLP-1 수용체 작용제, SGLT2 억제제, FXR 작용제 등 여러 당뇨·비만약 혹은 신약 후보들이 간 지방과 염증을 개선하는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지만, MASLD 전용으로 정식 허가된 약제는 아직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실제 진료에서는 비만·당뇨병이 동반된 MASLD 환자에게 GLP-1 수용체 작용제나 SGLT2 억제제를 사용해 체중과 혈당을 동시에 조절하면서 간에도 이득을 기대하는 전략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 약제는 어디까지나 혈당·체중 조절을 위한 1차 적응증이 우선이며, 간 질환은 부가적 이득으로 보는 것이 현재 기준입니다.

합병증과 예후 관리

MASLD 환자 관리에서 간 자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심혈관 위험 관리입니다.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MASLD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이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으로 나타났고, 인슐린 저항성과 지질 이상을 통한 동맥경화 촉진이 그 기전으로 지목됩니다. 따라서 금연, 혈압·혈당·지질의 적극적 조절, 항혈소판·스타틴 요법 등 표준적인 심혈관 예방 전략을 MASLD 환자에서 더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 측면에서는 중등도 이상의 섬유화(F2 이상)나 간경변이 확인된 경우, 간암(HCC) 감시를 위해 6개월마다 초음파와 알파태아단백(AFP)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식도정맥류, 복수, 간성뇌증 등 간경변 합병증 발생 여부도 주기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간 기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 간이식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요약적 관점과 향후 과제

MASLD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생기는 지방간”이 아니라, 비만·당뇨·고지혈증·고혈압 등 현대인의 대사 위험이 간에 표현된 만성질환입니다. 용어 변경은 단순한 이름 교체를 넘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이 질환은 대사증후군·심혈관질환과 하나의 스펙트럼”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진단과 치료를 보다 적극적이고 포괄적으로 하자는 방향 전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조직검사 의존도를 줄이고, 피검사·영상 기반의 비침습적 섬유화 평가 기술과, 다양한 병태생리 타깃을 겨냥한 약물치료 옵션이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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