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죽도는 충남 천수만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이지만, 대나무 숲과 바다 풍경, 섬 특유의 생활사가 어우러진 곳이라 ‘홍성의 보물섬’으로 불릴 만큼 매력이 풍부한 섬입니다. 홍성군에서 유일한 유인도이기도 해서, 서해 섬 여행을 기획하는 이들에게 점점 더 주목받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위치와 지형, 기본 개요

죽도는 행정구역상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 죽도리에 속하며, 천수만 안쪽, 남당항에서 약 3~3.7km 떨어진 바다 위에 자리합니다. 배로는 약 1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로, 거리 자체는 짧지만 섬에 발을 딛는 순간 육지와는 다른 시간감과 풍경이 펼쳐집니다. 섬의 면적은 약 0.17㎢ 정도로 크지 않은 편이지만, 10여 개가 넘는 작은 섬들이 서로 붙어 하나의 섬을 이루고 있어 지형적으로는 단순한 ‘점’이 아니라 작은 군도에 가까운 구조를 띱니다.
이 섬의 가장 큰 자연적 특징은 섬을 거의 감싸다시피 한 대나무 숲입니다. 원래 ‘대섬’이라고 불릴 만큼 참대나무가 자생해왔고, 지금도 섬 둘레로 난 탐방로를 걸으면 사방에서 시누대와 참대나무가 우거진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섬의 중앙부는 완만한 구릉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구릉 위로 2~3곳의 전망대와 조망 쉼터가 조성돼 있어 천수만과 안면도, 그리고 주변 부속 섬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이름의 유래와 역사적 배경
죽도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대나무 섬’이라는 뜻으로, 섬 전체를 둘러싼 대나무 군락에서 비롯됐습니다. 다만 이 명칭은 비교적 근대 이후 정착된 것으로, 오랫동안 이 섬은 주민들 사이에서 ‘대섬’으로 더 널리 불렸습니다. 일제강점기 지명을 한자 표기화하는 과정에서 ‘대섬’이 ‘죽도(竹島)’로 정리되었고, 이후 행정 지명과 지도에 이 이름이 고착됐습니다. 한국에는 대나무가 많아 ‘죽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이 50개 안팎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9개뿐이며 홍성 죽도는 그중 하나입니다.
행정구역상 소속도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초창기에는 보령시 소속이었다가 이후 태안군에 편입되었고, 다시 홍성군으로 넘어오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섬 자체는 오랫동안 어업과 소규모 농업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서해 어촌이었지만, 천수만 간척과 주변 항만 개발, 남당항의 성장과 함께 관광지로서의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섬 마을과 주민들의 삶
죽도는 홍성군의 유일한 유인도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주민 수는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략 25~30가구, 60~70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섬 규모에 비하면 꽤 밀도가 있는 편으로, 선착장 주변에 작은 마을이 모여 있고 그 뒤편으로 밭과 과수원, 그리고 대나무 숲이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과거 주민들의 주요 생계 수단은 어업과 함께 대나무를 활용한 수공예품 제작이었습니다. 특히 복조리 제작이 대표적인 예로, 섬에서 자라는 대나무로 복조리를 만들어 광천장이나 남당리 도매상에 넘기면서 현금을 마련했다고 전해집니다. 모산포 방조제가 건설되기 전에는 결성장까지 배를 타고 나가 복조리를 판매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죽도 주민들의 생활권이 바다를 통해 육지의 여러 장터와 연결돼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복조리 제작이 예전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섬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문화적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섬이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일부 주민들은 민박, 카페, 식당 등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서비스업에 뛰어들었고, 대나무 숲과 둘레길을 찾는 방문객이 늘면서 섬 경제에도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나무 숲과 둘레길의 매력

홍성 죽도를 상징하는 풍경은 단연 대나무 숲입니다. 국내 섬 가운데 ‘섬 전체를 둘러싼 대나무 숲 둘레길’이 조성된 곳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죽도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대나무 숲 섬 둘레길을 가진 곳으로 소개되곤 합니다. 섬 둘레를 따라 걷는 탐방로는 대나무 숲과 해안길, 데크길이 적절히 섞인 구성으로, 약 4km를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둘레길은 보통 죽도선착장을 출발해 제2조망쉼터, 제1조망쉼터, ‘댓잎소리길’, 데크길, 해안도로, 포토존 쉼터, ‘파도소리길’, 제3조망쉼터, 헬기장, 죽도쉼터를 거쳐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안내됩니다. 이 코스의 이름들만 봐도 이 섬이 대나무와 파도 소리를 주요한 체험 요소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댓잎소리길’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잎이 사각거리며 내는 소리가 인상적이고, ‘파도소리길’에서는 서해 특유의 조수 소리가 발 아래서 들려와 숲과 바다가 동시에 감각에 들어옵니다.
섬 곳곳에 설치된 세 개 안팎의 조망 쉼터는 죽도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관측점입니다. 이 쉼터마다 홍성 출신 위인들의 이름을 딴 조망대가 자리하고 있는데,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 청산리 전투로 유명한 장군 김좌진, 그리고 태권도에 큰 족적을 남긴 최영의 등 홍성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쉼터에는 이들과 관련된 시나 글귀가 적힌 시화대가 설치돼 있어, 자연 풍경을 감상하다가 잠시 멈춰 글을 읽으며 시간의 결을 음미할 수 있는 문학·역사적 공간으로도 기능합니다.
천수만 풍경과 주변 섬들
조망 쉼터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죽도 여행의 백미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1조망쉼터에 오르면 사방으로 탁 트인 천수만의 풍경이 펼쳐지며, 북서쪽으로는 안면도가 길게 병풍처럼 드리워진 모습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바다와 육지가 맞물리는 이 지점의 풍경은 서해 특유의 잔잔함과 동시에 넓게 열린 수평선을 함께 보여줘, 같은 서해라도 내만과 외해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대비되는 느낌을 줍니다.
죽도 주변에는 모도(띠섬), 멍덕도, 오가도 등 작은 부속 섬들이 함께 위치해 있어, 조망대에서 내려다보면 크고 작은 섬들이 천수만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전형적인 다도해 풍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썰물 때에는 드러나는 갯벌과 연안의 빛깔이 시간대에 따라 미묘하게 바뀌며, 계절과 날씨에 따라 바다색과 하늘색이 달라져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이 같은 자연경관 덕분에 죽도는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여름에 썸 타고 싶은 섬’ 등 각종 섬 관광 캠페인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곳이 되었습니다.
접근성과 섬 여행 실전 정보
죽도에 들어가는 방법은 남당항에서 여객선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홍성 남당항에서 운항하는 정기여객선 ‘가고파호’는 대략 2시간 간격으로 배편을 운항하며, 보통 하루 여러 차례 왕복하지만 기상 상황과 물때에 따라 시간이 조정됩니다. 배를 타고 섬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약 10분 정도로 길지 않지만, 서해의 바람과 항구 풍경을 즐기며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여행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주의할 점은 매주 화요일이 휴항일이라는 점으로, 이 날은 정기 여객선이 운항하지 않습니다. 다만 휴항일이 공휴일과 겹칠 경우에는 정상 운항하기도 하므로, 방문 전에는 반드시 출항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당항 일대에는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자가용 이용 시 주차 부담이 크지 않고, 남당항과 인근에는 해산물 전문 식당과 카페, 숙소 등이 밀집해 있어 죽도 여행과 남당항 먹거리 여행을 함께 묶어 일정을 짜기 좋습니다.
섬 안에는 둘레길 외에도 ‘죽도 갤러리’, 각종 포토존, 시화대 등 관광객을 위한 설치물들이 있어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촬영과 감상, 휴식을 적절히 섞은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둘레길 곳곳에는 넝쿨장미와 계절 꽃들이 식재돼 있어, 봄과 초여름에는 대나무의 푸른색과 꽃의 색감이 대비를 이루며 상당히 화사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자연·문화적 의미와 체감
죽도는 규모는 작지만 자연환경, 역사, 생활사, 문학적 요소가 압축된 섬이라 ‘축소판 문화·생태 섬’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나무 숲이 만드는 그늘과 소리는 도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청각·시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특히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잎이 스치는 소리와 줄기가 부딪히는 미세한 울림은, 파도 소리와 함께 섞여 섬 고유의 음환경(soundscape)을 형성합니다. 이는 단순한 풍경 감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각 전반이 자연과 맞닿는 체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조망대에 얽힌 인물 스토리와 시화대는 홍성 출신 독립운동가와 문인, 무예가의 흔적을 죽도라는 공간 안으로 끌어들여, 방문객이 자연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지역의 역사와 인물 서사를 함께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장치는 작은 섬이 단순한 풍경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 텍스트가 켜켜이 얹힌 서사적 공간이 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