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및 법적 성격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국토교통부가 10년 단위,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철도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제5차 계획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적용되며, 국가계획에 반영되어야만 국비 투입과 예비타당성 조사를 비롯한 후속 절차 등의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향후 10년간 국가 철도 정책의 방향과 신규 노선 반영 여부를 결정짓는 최상위 계획이다. 광역철도, 일반철도, 고속철도 등 각종 노선의 신규 반영과 우선순위가 이 계획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 발전 전략과 직결된 핵심 변수로 꼽힌다.
2. 수립 추진 경과
2023년 2월 26일, 나라장터에 발주가 공고되면서 계획 수립의 첫 시작을 알렸다. 2024년 3월 27일, 국토부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시점을 2025년 7월로 밝혔으며, 2024년 5월 23일에는 “광역철도”와 관련해 각 지자체로부터 신규사업을 건의 받아 2025년 상반기에 최종 계획을 수립할 예정임을 밝혔다.
그러나 계획 수립 일정은 이후 수차례 지연되었다. 통상적으로 정부는 4월 공청회를 거쳐 7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고시하지만, 탄핵 정국과 6·3 조기 대선이라는 변수로 인해 9~10월 공청회 뒤 12월 발표로 미뤄졌다.
계획 수립이 지연되면서 지자체들의 철도 사업 구상 역시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계획 수립 이후에도 각종 타당성 검토와 기본계획 수립, 실시설계 등 제반 절차가 이어지는 만큼, 첫 단추가 늦어질수록 실제 착공 시점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3. 계획의 핵심 방향: 방사형에서 다핵형으로
한국 철도는 서울역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방사형 구조로 발전해왔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 체제에서 시작된 이 구조는 해방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제5차 계획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수도권 철도밀도는 비수도권의 약 3.1배(0.97km/㎢ 대 0.31km/㎢)에 달하며, 고속철도 수혜지역이 전체 인구의 72.6%에 불과해 약 1,400만 명이 고속철도 서비스 혜택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이전의 접근 방식에서 탈피해 방사형에서 환형으로, 수도권 중심에서 다핵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방향을 내세우고 있다.
4. 5대 국가 간선축 확충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핵심은 5대 국가 간선축 확충이다. 경부축, 호남축, 강호축(강원-호남), 동서내륙축, 남북축으로 구성된 이 간선축은 기존 방사형 구조를 보완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강호축이다. 춘천에서 원주, 충주, 김천을 거쳐 광주와 목포로 이어지는 이 축은 수도권을 거치지 않고 강원과 호남을 직결한다. 동서내륙축도 포항에서 안동, 문경, 충주를 거쳐 평택으로 연결되는 축으로, 경북 내륙과 서해안을 직접 연결한다. 이런 간선축이 완성되면 원주에서 광주까지 2시간 이내, 포항에서 평택까지 1시간 30분 이내 이동이 가능해진다.
5. 주요 지역별 건의 사업
전국적으로 방대한 철도사업이 건의되었다. 정부에 접수된 국가철도망 건의 사업은 160여 개, 총 360조 원 규모에 달한다. 경기도가 40개, 경북도는 21개 사업을 건의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각 지자체, 민간 기업 등이 제시한 계획안의 예상 사업비를 모두 합치면 약 600조 원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주요 지역별 사업을 보면, 강원 지역의 경우 핵심사업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B 춘천 연장과 원주-춘천 내륙종단철도 등이다. 강원자치도는 13조 원 규모의 10개 사업을 건의했으며, 춘천~원주 고속철도, 제천~삼척 태백영동선 전철화 등을 주력 사업으로 꼽고 있다.
행정수도 세종을 전국 철도망의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부선과 호남선, 충북선이 만나는 오송역을 세종역으로 바꾸고, 세종을 중심으로 대전, 청주, 천안을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철도망(CTX) 구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현재 건설·계획 중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B·C를 더 연장하고, 추가로 D·E·F를 신설해 GTX 노선을 경기도로 확장하는 ‘GTX 플러스(+)’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강력 건의하고 있다.
6. 제4차 계획의 한계와 교훈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이행률이 29%에 그친 상황에서, 새로운 계획은 단순한 노선 확충이 아닌 국가 공간구조 재편의 청사진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재정적, 거버넌스 측면의 개편도 수반돼야 한다. 국가철도망에 포함됐더라도 예타 통과에 실패하면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의 신규사업 104조 원 중 2023년까지 실제 투입된 예산은 11조 원에 불과하다.
7. 이재명 정부와 정치적 변수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사업을 비롯해 광역권 광역급행철도 건설 등 철도노선망 건설을 공약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공약 사업 반영이 이미 분석 및 구축되고 있던 계획과 어느 정도로 상충하는지, 이번 구축계획에 공약 사업을 얼마나 포함시키는지에 따라 최종 고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건의 사업이 워낙 많아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많이 걸리고 있다”며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의 목표 연도가 2026년부터 2035년까지인 만큼 12월 말 고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8. 계획의 의의와 전망
국가철도공단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핵심 방향으로 지역균형(메가시티 구축, 균형 발전 선도 기여), 네트워크 향상(단절없는 철도 네트워크, 선로용량 해소), 이행계획 수립(재원조달, 열차운영계획 등 철도사업 실행 방향 설정)을 제시하고 있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 이러한 과제들을 담아낸다면, 2035년 대한민국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 30분, 전국 어디서나 2시간 이내 이동이 가능한 진정한 철도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상황 요약: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2026년 4월 현재 아직 최종 고시되지 않은 상태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공약 반영 문제, 방대한 건의 사업 분석 등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최종 발표 시점은 2026년 하반기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