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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영 약초골농원 대표

지리산 해발 700m, 자연이 빚어낸 농장

경남 함양군 삼봉산 중턱, 지리산 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해발 700m 고지. 이곳에 자리한 지리산 약초골농원은 단순한 농장이 아니다. 경남 함양의 유기 축산 산란계농장인 약초골농원의 대표 강구영은 ‘행복한 닭알’이라는 브랜드로 유기농 계란을 생산하고 있다. ‘행복한 닭알’이라는 이름에는 강구영 대표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행복하지 않은 닭에서 좋은 알이 나올 수 없다는 신념, 그리고 그 신념을 수십 년에 걸쳐 땅과 닭과 함께 실천해온 한 농부의 이야기가 이 농장 안에 녹아 있다.

학문적 기초 위에 쌓은 귀농의 결심

강구영 대표의 농업 여정은 귀농이라는 단어로 단순히 설명되기 어렵다.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후 일반 직장에 취업해 10년 정도 다니다 귀농했는데, 대학 때부터 유기농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서 유기농 토마토·오미자·상추 등을 재배했다. 즉 그의 귀농은 단순한 삶의 방향 전환이 아니라, 대학 시절부터 품어온 유기농에 대한 오랜 신념이 마침내 실천으로 옮겨진 결과였다. 10년간의 직장 생활 동안에도 그 내면에는 언제나 흙과 씨앗, 그리고 자연농업에 대한 열망이 함께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

귀농 초기, 강 대표는 작물 재배에 집중했다. 유기농 방식으로 토마토, 오미자, 상추 등 다양한 채소와 특용작물을 경작하면서 유기농업의 기초를 직접 몸으로 익혀나갔다. 이 과정은 후에 산란계 농업으로 전업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경험적 토대가 됐다. 농산물을 직접 키워본 경험은 닭에게 먹일 사료를 스스로 재배할 수 있는 역량으로 이어졌고, 이는 약초골농원만의 독자적인 자연순환농법의 출발점이 되었다.

2004년, 시대를 앞선 유기농 시작

약초골농원은 2004년부터 유기농을 시작했으며, 이는 당시로서는 시대를 앞선 시도였다. 2004년이면 국내에서 친환경 농업이나 유기 축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 소비자에게 낯설던 시절이다. 유기농 인증 제도조차 걸음마 단계였고, 먹거리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미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강구영 대표는 화학 사료 대신 직접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을 닭에게 먹이기로 결심했다. 이는 경제적으로도, 노동량 면에서도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사료를 구입하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저렴했지만, 그는 닭이 먹는 것에서부터 생명과 안전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직접 재배한 유기농 먹이로 키우는 닭

약초골농원에서 닭들이 먹는 먹이는 철저히 강 대표의 손에서 자란다. 강구영 대표는 사료 중 절반, 그리고 간식은 대부분 직접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로 닭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특히 단호박, 보리, 메밀 등을 손수 경작하여 사료 및 간식으로 활용한다.

산란계로 전업해 유기 축산을 한 이후에는 농산물을 전량 유기농 보리·메밀 밭 등으로 만들어 닭에게 먹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강 대표가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닭들도 사람처럼 좋아하는 음식이 따로 있어서, 늙은호박을 좋아하는 닭에서 나온 계란은 노른자색이 더 노랗다고 설명한다. 이는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자연 상태에서 닭이 어떻게 먹고 어떻게 사는지를 오랜 시간 지켜본 농부만이 알 수 있는 깊은 통찰이다. 똑같은 사료를 일률적으로 먹이는 공장형 축산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다.

자연순환농법의 실천 — 닭 분뇨에서 퇴비로

약초골농원이 단순한 유기농 농장을 넘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완결된 순환 구조 때문이다. 유기농 농산물을 먹고 자란 닭에서 배출된 분뇨는 다시 닭에게 먹일 유기농 농산물을 만드는 토양의 퇴비로 쓰인다. 유기 축산·농산물을 모두 할 수 있기에 가능했던 자연순환농법이 약초골농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자연순환농법은 강구영 대표가 단지 경제적 이유로 채택한 것이 아니다. 그에게 이 방식은 진정한 친환경 농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강 대표는 유기농·친환경 농산물을 논하면서 유기 축산을 도외시하는 현실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유기 농산물을 재배하기 위해선 퇴비도 유기농이어야 하는데, 유기 축산이 국내에선 활성화돼 있지 못해 유기농 퇴비가 없어 일본에서 친환경 메추리 분뇨를 수입해 지원하고 있다면서, 유기농·친환경 농산물을 강조하면서 유기 축산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행복한 닭’이 사는 곳 — 해발 700m 지리산 운동장

지리산 자락 해발 700m 고지에 위치한 약초골농원에서 700마리의 닭들이 농장 내 운동장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따뜻한 계절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야외 운동장에서 보내며 자유롭게 활동한다. 강 대표는 닭들에게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은 계란의 전제 조건이라고 믿는다.

‘행복한 닭알’이라는 이름은 우연히 붙여진 것이 아니다. 계란을 생산할 수 있게 도와준 스승이자 지인이 농장에 와서 ‘너희 집 닭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닭’이라고 했고, 가장 행복한 닭이 낳은 알이기에 ‘행복한 닭알’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외부의 전문가가 직접 인정한 말을 상품명으로 삼은 것이다. 그만큼 이 이름은 허황된 마케팅이 아닌, 실제 농장 현장에서 검증된 진실에 가깝다.

생산과 유통 — 직거래와 로컬푸드 중심

약초골농원에서는 하루 650~700개의 유기 계란이 생산되고 있으며, 직거래와 로컬푸드, 유기농방목마켓(온라인) 등으로 계란이 유통되고 있다. 대형 유통망이나 대형마트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직거래 방식은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 데 효과적이며, ‘한 번 맛 본 소비자들은 우리 계란만 찾는다’는 평판이 이를 뒷받침한다.

청년 농업인들의 멘토 — 그러나 제도적 벽 앞의 안타까움

약초골농원은 유기 축산에 관심 있는 청년 농업인들에게 사실상 학습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약초골농원엔 유기 축산과 친환경 농업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이 자주 찾아와 배우고 간다. 그러나 강 대표는 이들에게 마냥 희망적인 말만 건넬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다.

청년들이 유기 축산을 직접 하려 해도, 과도한 가축 사육시설 거리 제한과 축산물을 가공식품으로 보는 각종 규제 및 제도 등 여러 정책적 문제가 이들 앞에 장벽으로 놓여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와 함께 강구영 대표는 유기 축산의 인증 제도에 대한 개선도 촉구한다. 유기 축산 인증만 받으면 다른 제도는 다 갖출 수밖에 없는데도 모든 제도를 별도로 다 받아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유기 축산 인증을 국민에게 홍보하고 젊은이들에게 제도 개선과 지원을 추진하면 자연순환농법이 정착되고 결국 농촌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시대의 선구자

강구영 대표는 자신의 농업 방식이 단지 개인적 신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요청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유기 축산을 키우는 것은 탄소중립을 외치는 정부의 지향점과도 잘 어울린다면서, 정부가 농산물 못지않게 축산도 유기농에 대한 관심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탄소를 줄이고 자연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농업 시스템 전체가 순환적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 유기 축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나오며 — 흙과 닭과 사람이 함께 사는 농장

강구영 약초골농원 대표는 학문과 실천, 인내와 신념이 하나로 모인 인물이다. 대학에서 농학을 공부하고 10년의 직장 생활을 거쳐 귀농한 그는 2004년부터 남들보다 먼저 유기농을 시작했고, 오랜 시행착오 끝에 자연순환농법이라는 완결된 생태계를 지리산 해발 700m 고지에서 구현해냈다. 직접 재배한 단호박과 보리와 메밀을 닭에게 먹이고, 닭의 분뇨가 다시 땅으로 돌아가 더 좋은 먹이를 키우는 이 순환의 고리는 단순한 농법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다. ‘행복한 닭알’은 그 모든 과정이 응축된 이름이며, 강구영 대표가 걸어온 길의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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