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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N 지금이 제철이다 당진 도다리 쑥국 맛집 식당

봄바다가 깨어나는 지금, 충남 당진 앞바다에도 ‘봄의 정령’ 도다리가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겨울 내 깊은 바다 밑바닥에 납작 엎드려 지내던 도다리가 수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3월이면 서서히 얕은 연안으로 모여들고, 이때부터 당진 바다는 그야말로 도다리의 계절로 접어든다.​

당진 앞바다, 봄을 깨우는 도다리

충청남도 당진시는 서해 특유의 넓은 갯벌과 완만한 수심 덕분에 예부터 각종 가자미류와 도다리가 잘 붙는 어장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 동안 먼바다 깊은 수심층에서 체력을 비축하던 도다리는 수온이 10도 안팎으로 오르기 시작하는 초봄, 먹잇감이 풍부한 얕은 바다로 이동한다. 조개류와 작은 갑각류, 바닥을 기어 다니는 각종 저서생물을 사냥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바로 이 시기 당진 앞바다인 셈이다.​

특히 당진권 도비도항 주변은 3월만 되면 “드디어 도다리가 붙기 시작했다”는 낚시꾼들의 소식이 들려오는 대표적인 봄 어장이다. 해마다 3월 초, 먼저 남쪽 바다에서 도다리 어획 소식이 들리고, 이어 서해 중북부인 당진 연안까지 도다리가 올라붙으면 본격적인 봄 조업의 막이 오른다. 이때 잡히는 도다리는 배에 알이 가득 차서 불룩할 정도로 산란 직전이거나 막 산란을 마친 개체들이라, 겉보기에 유난히 배가 도톰하고 힘이 좋다.​

30년 베테랑 선장, 이상팔의 두 번째 인생

올해로 도다리만 30년째 잡고 있다는 당진의 베테랑 선장 이상팔(65) 씨에게 이 바다는 단순한 생계 터전을 넘어 제2의 인생 무대다.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이후 도시에서 하던 사업이 한순간에 기울자, 그는 과감히 바다로 돌아가는 귀어를 선택했다는 서사는 실제로 많은 귀어·귀촌 사례에서 반복되는 한국 현대사의 단면과 맞닿아 있다. 어릴 적부터 갯가를 드나들며 익힌 감각, 그리고 “그래도 먹고살 길은 바다에 있다”는 절박함이 그를 다시 선장의 길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도다리는 다른 어종에 비해 어장을 읽는 감각이 특히 중요하다. 물때, 조류 방향, 수심, 바닥 지형, 수온 변화에 따라 도다리가 붙는 자리가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상팔 선장은 계절마다, 해마다 변하는 당진 앞바다의 ‘도다리 지도’를 몸으로 외웠을 것이다. 어느 물때에 어느 갯골 가장자리에 그물을 치면 마릿수가 올라오는지,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면 조업을 접어야 할지, 그 축적된 경험이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아들도 동생도 아닌 ‘초보 어부’ 후계자, 우준희

이상팔 선장에게는 혈연은 아니지만 어업 인생을 함께 잇고 있는 후계자 우준희(52) 씨가 있다. 아들도, 동생도 아닌 이색적인 관계의 후계자지만, 바다에서는 나이도, 호칭도 모두 내려놓고 그저 선장과 선원, 그리고 동료 어부로 만난다. 우 씨는 바다 경험이 상대적으로 짧은 ‘초보 어부’지만, 지난 2년 동안 매일같이 선장과 함께 뱃일을 나가며 어장을 배우고 있다.​

도다리 조업은 생각보다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다. 이른 새벽, 혹은 아직 밤공기가 가시지 않은 새벽 두세 시에 항구를 떠나, 한참을 달려 어장에 도착하면 그때부터는 온몸을 쓰는 노동이 시작된다. 바닥에 깔아둔 자망을 일일이 걷어 올리고, 그물 눈마다 걸린 도다리를 손으로 빼내야 하는데, 겨울 바닷바람이 아직 매서운 3월, 젖은 손으로 그물을 만지는 일은 생각만 해도 몸이 저릿해진다. 우준희 씨에게 이 2년은, 책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바다의 문법을 몸으로 새기는 시간이다.​​

깊은 바다에서 얕은 바다로, 도다리의 계절 이동

도다리는 대표적인 저서성(바닥 생활) 어류로, 바다 밑바닥에 납작 엎드려 몸 색깔을 주변 환경에 맞춰 위장하면서 살아간다. 겨울철에는 수온이 비교적 안정적인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 활동량을 줄이고, 봄이 되면 점차 연안으로 올라와 왕성하게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이때 당진 같은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바닥이 완만해, 도다리가 머물기 좋은 모래·펄 지대와 작은 암반, 갯골이 골고루 섞여 있어 이상적인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흔히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에서 보듯, 대중적으로는 도다리의 제철이 3~5월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3월, 4월, 5월에 어획량이 크게 늘고 시장과 식당에 도다리쑥국, 도다리 회 메뉴가 집중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어류 생태를 연구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산란기와 체중 변화, 지방 축적 상태를 기준으로 보면 ‘맛의 절정’은 지역과 개체에 따라 여름 이후로 보는 시각도 제기한다. 그럼에도 봄철 도다리가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겨울을 버틴 단단한 살결과 알이 꽉 찬 배가 주는 계절감, 그리고 봄나물 쑥과의 찰떡궁합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양식이 어려운 귀한 자연산

도다리는 광어와 비슷한 납작한 몸 때문에 헷갈리기 쉽지만, 일반적으로 도다리는 오른쪽에 눈이 몰려 있고, 광어는 왼쪽에 눈이 몰려 있다는 차이가 있다. 국내 양식 산업에서는 이미 광어가 대량 양식에 성공해 사시사철 공급되는 대표적인 횟감이지만, 도다리는 생태적 특성상 대규모 양식이 쉽지 않아 여전히 자연산 의존도가 높은 귀한 어종으로 취급된다. 성장 속도가 느리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사육 밀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점이 양식화의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자연산이라는 특성은 곧 ‘물때를 놓치면 맛보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풍랑과 기상 여건에 따라 조업이 며칠씩 묶이면, 당진 수산시장에도 도다리 물량이 뚝 끊기기 일쑤다. 반대로 조업이 잘 풀리는 날에는 이상팔 선장 배처럼 하루 200kg 이상을 올리는 날도 있는데, 이 정도면 선원들의 허리가 휘면서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만선의 날’이 된다.​

하루 최대 200kg, 만선의 기쁨과 위험

도다리 자망 조업은 보통 새벽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항구를 출발해 어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날 물때와 바람, 파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후 전날 혹은 며칠 전에 깔아둔 그물 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하면, 물 위로 서서히 도다리가 박힌 그물 위가 떠오른다. 작은 도다리는 잡어로 분류해 놓아주고, 일정 크기 이상만 선별해 어창에 담는 작업이 쉼 없이 이어진다.​​

어획이 잘 되는 날에는 그물마다 도다리가 연달아 올라와, 선장과 우준희 씨의 손이 쉴 틈이 없다. 이럴 때 하루 어획량이 200kg을 넘기기도 하는데, 자연산 도다리 가격이 높은 편임을 감안하면 결코 작은 양이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뒤따른다. 파도가 높아 배가 심하게 요동치면, 젖은 갑판에서 미끄러지는 사고 위험이 커지고, 줄에 손이 감기거나 그물이 바다 밑 암초에 걸려 끊어지는 일도 빈번하다. 그래도 봄철 도다리가 제대로 붙은 날의 항구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경매장과 식당, 수산시장을 오가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단단한 제철 살맛, 회로 즐기는 도다리

제철 도다리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단단하면서도 담백한 살에 있다. 겨울 동안 활동량을 줄이며 체력을 비축한 뒤, 봄에 본격적인 먹이 활동을 시작하며 살이 오르기 때문에, 살결이 탄탄하고 물이 적어 씹는 맛이 좋다. 비슷한 시기 양식 광어와 비교하면 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단백질 비율이 높아 깔끔한 뒷맛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특히 어필한다.

도다리회를 썰 때는 살점이 무너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 두께를 살린 세꼬시 스타일이 일반적이다. 뼈째 썬 회는 고소하면서도 오독오독한 식감이 살아 있고, 살만 발라낸 회는 부드러움이 더 강조된다. 머리와 뼈는 따로 모아 지리를 끓이면, 흰살 생선 특유의 맑고 시원한 국물이 나와 술안주와 해장국으로 사랑받는다.​

새콤달콤한 도다리회 무침

제철 도다리회를 가장 경쾌하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회 무침이다. 양파, 오이, 당근, 미나리 같은 채소와 도다리회를 함께 넣고 고추장 양념에 살살 무쳐내면, 봄 입맛을 깨우는 새콤달콤·매콤한 한 접시가 완성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양념을 너무 과하지 않게, 생선의 은은한 단맛과 바다 내음을 해치지 않는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식초와 설탕, 고추장을 기본으로 하되,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을 살짝 더해 풍미를 올릴 수 있다.​

당진 인근 식당들 중에는 도다리쑥국을 주문하면 서비스처럼 내주는 도다리회 무침이 인기인 곳도 많다. 미나리와 함께 무친 도다리는 봄나물의 향긋함과 어우러지며 밥반찬으로도 좋고, 차갑게 식힌 소면과 곁들이면 간단한 비빔국수 스타일로도 즐길 수 있다. 이렇듯 도다리는 회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양념과 채소를 만나면 밥상 위에서 훨씬 다채로운 변신을 보여준다.​

매콤하게 졸여내는 도다리 조림

도다리의 또 다른 매력은 조림에서 드러난다. 머리와 꼬리, 등뼈 부분을 중심으로 토막을 내어 무, 대파, 청양고추와 함께 진한 양념장에 졸이면 밥도둑 도다리 조림이 된다. 양념은 보통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생강, 설탕 또는 물엿, 약간의 된장을 섞어 깊은 맛을 내는데, 도다리가 가진 담백함 덕분에 양념이 과해도 느끼하지 않고 뒷맛이 깨끗하다.​

조림의 핵심은 무다. 냄비 바닥에 두툼하게 썬 무를 깔고 그 위에 도다리 토막을 올린 뒤, 양념장과 물을 부어 끓이면, 무가 도다리의 육즙과 양념을 한껏 머금어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우게 만든다. 살이 단단한 제철 도다리는 오래 졸여도 형태가 쉽게 무너지지 않아, 살을 발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진 현지에서는 봄철 손님상에 도다리쑥국과 함께 도다리 조림을 올려 ‘봄바다 한 상’을 차리는 집도 적지 않다.​

봄의 상징 쑥과 만난 도다리쑥국

도다리 제철 이야기에 쑥국을 빼놓을 수는 없다. ‘땅의 봄’ 쑥과 ‘바다의 봄’ 도다리가 만나 완성되는 도다리쑥국은, 남도 지방을 중심으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봄 보양식이다. 쑥 특유의 진한 향과 약간의 쌉싸래함이 도다리의 비린 향을 잡아주고, 된장과 멸치·다시마 육수가 더해지면 국물은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낸다.

대부분의 도다리쑥국은 먼저 멸치와 다시마, 무, 양파 등을 넣어 깊은 육수를 낸 뒤, 체에 밭은 된장을 풀고, 손질한 도다리를 넣어 끓이다가 마지막에 손질한 쑥을 넣는 방식으로 만든다. 쑥은 너무 일찍 넣으면 향이 과하게 날아가고 질겨질 수 있어, 도다리가 익어갈 즈음 넣어 숨만 살짝 죽이는 것이 요령이다. 여기에 청양고추와 대파, 다진 마늘을 더하면 칼칼함이 살아나고, 된장의 구수함과 도다리의 담백함, 쑥의 향긋함이 한데 어우러져 밥 한 그릇을 비우게 만든다.

도다리는 100g당 약 90kcal 내외로 열량이 낮고, 단백질이 풍부한 흰살 생선이라 기름진 음식에 지친 몸을 가볍게 달래 주기에 적합하다. 여기에 봄철 쑥이 지닌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가 더해지면, 도다리쑥국은 단순한 계절 탕을 넘어 ‘봄맞이 디톡스’에 가까운 상징성을 띠게 된다. 그래서일까, 통영과 남도 일대에서는 “봄 도다리쑥국 한 그릇이면 겨우내 쌓인 묵은 기운이 씻겨 내려간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봄바다를 품은 한 상, 그리고 당진의 오늘

충남 당진의 이상팔 선장과 우준희 씨가 그물에 한 마리 한 마리 끌어올리는 도다리는, 그렇게 우리의 밥상에서 회와 무침, 조림과 쑥국으로 다시 태어난다. 항구의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항하던 배는 해 질 녘이 되어서야 무거운 그물을 모두 걷어 올리고, 얼음이 깔린 어창에는 봄바다의 시간을 머금은 도다리가 차곡차곡 쌓인다. 그날 밤, 당진의 식당과 가정에서는 누군가는 얇게 썬 도다리회를 쌈장에 찍어 먹고, 누군가는 김이 모락오르는 도다리쑥국에 밥을 말아 늦은 저녁을 해결할 것이다.

도시는 어느새 봄기운으로 들썩이고, 바다는 봄 도다리를 통해 가장 먼저 계절의 변화를 알려 준다. 겨울 내내 차갑고 무심해 보이던 바다가 어느 날 갑자기 풍성해지듯, IMF 이후 인생의 파고를 겪고 바다로 돌아온 이상팔 선장의 삶도 도다리와 함께 다시 만선을 향해 나아간다. 긴 겨울을 지나 우리 밥상으로 빼꼼 고개를 내민 봄의 정령, 도다리를 통해, 당진의 바다와 사람들도 또 한 번 새로운 계절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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