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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사대문파 임홍식

일식 사대문파(四大門派)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임홍식 셰프는 한국 호텔 일식의 전성기를 이끈 1세대 장인이자, 현재는 ‘홍 일본요리’를 통해 고급 일식을 대중적인 가격과 분위기로 풀어내고 있는 인물이다.

일식 사대문파와 임홍식의 위치

한국에서 말하는 ‘일식 사대문파’는 방송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이 한국 일식계를 대표하는 네 명의 셰프를 상징적으로 묶어 부르면서 대중화된 개념이다. 이 문파는 일본의 정통 수련 시스템과 한국 호텔·도심 일식당의 계보를 함께 계승한 셰프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일종의 상징적 계열로, 실제 무협지식 문파라기보다 “계보와 영향력을 가진 네 축”에 가깝다. ‘생활의 달인’이 선정한 일식 4대 문파는 북창동파 박을용, 장충동파 이충현, 무교동파 윤권중, 그리고 태평로·소공동 계열로 소개된 임홍식으로 정리된다. 이 가운데 임홍식은 서울 중심부 5성급 호텔 일식당을 기반으로 고급 일식 문화를 이끌며, 한국 일식의 상향 평준화와 호텔식 가이세키의 도입·정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문파라는 명칭은 이 셰프들이 각기 다른 상권과 상징적인 업장을 중심으로 제자들을 길러내고 스타일을 전파해 온 데서 비롯됐다. 예컨대 무교동파는 언론사 밀집 지역의 단골 기자들을 상대로 참치회와 초밥 문화를 정착시켰고, 장충동파와 북창동파는 호텔과 번화가 중심의 일식 트렌드를 견인했다. 임홍식이 속한 계열은 서울 도심의 5성급 호텔 일식당을 기반으로, 장어덮밥·초밥·가이세키 등 정통 일본 요리의 고급화를 선도했다는 점에서 ‘고급 호텔 일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호텔 일식 35년, 경력과 상징성

임홍식 셰프의 경력은 약 35년 이상으로, 이 가운데 28년을 서울 P호텔(플라자호텔) 일식당에서 보냈다는 기록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는 서울의 5성급 호텔 일식당에서 경력을 쌓으며 조리기능장 자격을 취득했고, 이 시기에 한국의 고급 일식 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현장에서 주도했다. 플라자호텔 재직 후에는 여의도 63빌딩의 일식당 ‘슈치쿠’, 그리고 일식당 ‘코바치’ 등에 몸담으며 상업·비즈니스 중심지의 일식 수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처럼 여러 상징적인 공간을 거치며 쌓인 경험은 임홍식의 요리 세계를 ‘호텔식 정통 일식’이라는 뚜렷한 색채로 만들었다. 그는 호텔 시절부터 장어덮밥, 타다키 초밥, 다양한 니기리 초밥과 가이세키 코스 등에서 섬세한 밸런스와 재료 처리, 정갈한 플레이팅을 선보이며 VIP와 단골층의 신뢰를 얻었다. 이러한 실력과 경력은 방송 ‘생활의 달인’에서 일식 사대문파이자 공식 검증단의 맏형으로 소개될 정도로 공인된 것으로, 단순히 오래 일한 셰프가 아니라 동료 셰프들의 기준점이 되는 장인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했다.

요리 철학과 대표 스타일

임홍식 셰프의 요리 세계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일본 에도 시대 연회 요리에서 유래한 코스 요리, 즉 ‘가이세키’를 능숙하게 연출하는 드문 셰프라는 점이다. 국내에서 일본식 가이세키를 본격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셰프는 손에 꼽히는데, 임홍식은 그 중 한 명으로 꼽히며 ‘가이세키 요리를 연출할 줄 아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셰프’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이세키는 계절감, 조리법, 식기, 담음새의 조화를 중시하는 코스이기 때문에, 재료 선정에서부터 손질, 조리, 플레이팅에 이르는 전 과정에 섬세한 감각과 철학이 요구된다. 임홍식은 이 가이세키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국 손님들의 입맛과 식문화에 맞춘 변주를 통해 “정통이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코스”를 지향해 왔다고 평가된다.

그의 대표 메뉴로는 민물 장어 덮밥, 타타키 초밥, 새우·고기 초밥 등이 자주 언급된다. 장어덮밥의 경우 호텔 시절부터 간장 베이스 소스와 숯불 향, 밥의 수분·온도 조절까지 세심하게 맞추는 것으로 유명했고, 방송과 블로그 후기에서도 “호텔급 퀄리티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는 대표 메뉴”로 거론된다. 타타키 초밥 역시 겉만 살짝 그을려 속은 부드럽게 유지하는 조리법을 통해 재료 본연의 식감과 풍미를 살리는 방식을 택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소스나 장식보다 재료의 맛에 집중하는 그의 철학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청어소바처럼 일본 가정식·향토 요리에 가까운 메뉴들도 선보이며, 호텔식 고급 요리와 소박한 일상 요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홍 일본요리’와 대중화 전략

호텔을 떠난 뒤 임홍식 셰프가 선택한 무대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홍 일본요리’라는 개인 일식당이다. 상호명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문을 연 이 식당은, 방송과 블로그에서 “호텔급 일본 가정식 요리를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반복해서 소개된다. 간판에는 ‘생활의 달인 일식 4대 문파 임홍식’과 ‘한국조리기능장’이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어, 이곳이 단순 동네 식당이 아니라 1세대 호텔 셰프의 철학을 담은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홍 일본요리’의 운영 방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런치 특선 메뉴 구성이다. 블로그·취재 후기들을 보면, 일식 사대문파이자 한국조리기능장의 요리를 1만5천원~1만8천원 수준에 맛볼 수 있는 점이 큰 충격과 매력으로 언급된다. 이는 프라자호텔 등에서 35년간 호텔식 일식을 만들어온 셰프가, 은퇴 이후 “호텔에서 먹는 퀄리티의 음식을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 아래 가정식·정식 형태로 풀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영업 형태 역시 점심·저녁으로 나뉜 정식 운영과 특정 금요일 휴무·예약 운영 등, 규모는 작지만 운영의 디테일은 호텔식 시스템을 그대로 반영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화 전략은 방송 ‘생활의 달인’의 ‘은둔식달’ 편에서 더욱 부각된다. 프로그램은 임홍식을 “호텔에서 내려와 동네 주택가에서 호텔급 가정식을 선보이는 은둔형 달인”으로 조명하며, 청어소바와 가이세키식 구성, 정갈한 코스 진행 등을 통해 그가 여전히 ‘현역 장인’임을 강조했다. 동시에 임홍식은 같은 프로그램에서 공식 검증단의 맏형으로 등장해, 다른 달인들의 실력을 평가하고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도 맡으면서 일식 사대문파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권위와 영향력을 보여줬다.

한국 일식계에서의 의미와 유산

임홍식 셰프가 한국 일식계에서 갖는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5성급 호텔 일식당에서 수십 년을 보낸 ‘정통 호텔 일식 1세대’로서, 장어덮밥·스시·가이세키 등 고급 일식의 표준을 국내에 이식하고 정착시킨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둘째, 방송과 대중 매체를 통해 ‘일식 사대문파’라는 상징을 부여받으면서, 후배 셰프들이 지향하는 기준점이자 평가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은퇴 이후에도 ‘홍 일본요리’를 통해 호텔급 일식을 동네 주택가 식당으로 내려보내며, 고급 요리와 일상 식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개인 식당 운영을 넘어, 한국 외식 문화의 방향성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과거에는 호텔 레스토랑을 찾지 않고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가이세키식 코스나 장인의 초밥, 정통 장어덮밥 등이 이제는 일산 주택가의 작은 식당에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은, ‘고급 요리의 민주화’라는 흐름과 맞물린다. 동시에, 장기간 한 분야에 매진한 셰프가 은퇴 후에도 자신의 이름과 철학을 걸고 소규모 공간에서 지속 가능한 형태로 요리를 이어가는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후배 셰프들에게도 하나의 경로를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현재 임홍식 셰프는 여전히 ‘홍 일본요리’를 통해 직접 조리와 운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방송 출연과 검증단 활동을 병행하며 한국 일식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식 사대문파라는 상징은 결국 한 세대의 장인들이 만든 축적된 시간과 기술, 그리고 이를 대중과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임홍식은 이 두 축을 모두 충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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