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어회 — 왕이 사랑한 봄날의 진미
웅어란 어떤 물고기인가
웅어(Coilia nasus)는 청어목 멸치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학명에서도 알 수 있듯 멸치와 가까운 친척이다. 몸길이는 보통 20~40cm 내외이며, 몸통은 옆으로 납작하고 길쭉한 칼 모양이다. 등 쪽은 은청색, 배 쪽은 은백색으로 빛나며, 비늘은 얇고 섬세하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가슴지느러미에서 길게 뻗어 나온 실 같은 지느러미줄기로, 이것이 마치 수염처럼 흘러내려 독특한 외형을 만들어낸다.
웅어는 기수역(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을 주요 서식지로 삼는 소하성 어류다. 평소에는 서해 연안과 강 하구에서 살다가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강 상류로 거슬러 오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한강, 금강, 임진강, 만경강, 영산강 등 서해로 흘러드는 강의 하구와 중·하류에서 잡혀왔다. 그 중에서도 한강 하류와 임진강 유역이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웅어 산지였다.
역사와 문화 속의 웅어
웅어는 조선시대부터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던 귀한 생선이었다. 《동국여지승람》, 《규합총서》, 《자산어보》 등 조선시대 각종 문헌에 웅어에 관한 기록이 등장하며, 한강 하류의 행주(현재 고양시 일대)와 통진(현재 김포 일대)에서 잡히는 웅어가 특히 진상품으로 올라갔다고 전해진다.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시절 저술한 《자산어보》에는 웅어를 ‘위어(葦魚)’, 즉 갈대 물고기라 기록하며 “맛이 달고 살이 부드러우며 날로 먹으면 더욱 좋다”고 극찬하였다. 또한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서도 웅어를 봄철 별미로 소개하고 있다. 왕실에서는 봄마다 한강에서 잡은 웅어를 진상받아 종묘 제향에 쓰기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웅어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의례적 의미까지 지녔음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한강변과 경기만 일대에서 웅어 어업이 이루어졌으나, 한강 하류의 개발과 수질 오염, 임진강 상류 댐 건설 등으로 인해 웅어의 개체수가 급감하였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한강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웅어는 한강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오늘날에는 경기도 김포·파주 일대의 임진강 하구, 충남 서천·부여의 금강 하류, 전북 군산 인근에서 소량 어획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5월 웅어 축제를 열어 이 생선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웅어의 제철과 어획
웅어의 제철은 봄, 특히 4월~6월이다. 이 시기에 웅어는 산란을 위해 강 하구로 몰려들며, 살이 가장 오르고 맛이 절정에 달한다. 조상들은 “봄 웅어, 가을 전어”라는 말로 웅어를 전어와 함께 계절을 대표하는 생선으로 꼽았다. 그만큼 웅어는 봄철 진미의 상징이었다.
어획 방법은 주로 그물(자망, 주목망)을 사용하는데, 웅어는 몸이 연약하고 비늘이 쉽게 벗겨지기 때문에 살아있는 채로 유통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잡은 즉시 그 자리에서 손질하거나 처리해야 하며, 이런 이유로 웅어회는 산지 인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 특산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에서도 자유로변 능곡이나 파주 일대 식당에서 웅어회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임진강 하구와의 지리적 근접성 덕분이다.
웅어회의 특징과 맛
웅어회는 살이 매우 연하고 부드러우며,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풍미가 특징이다. 뼈가 매우 가늘고 많아 날카로운 칼솜씨로 잔뼈를 처리하지 않으면 먹기가 불편하므로, 숙련된 손질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웅어회 한 접시를 내기 위해 요리사가 들이는 손질 시간이 상당하며, 가격이 다소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웅어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먹는다.
① 웅어 생회(물회·얇게 썬 생회)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손질한 웅어를 얇게 포를 떠서 날로 먹는 것이다. 특히 겨자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웅어 본연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씹을수록 혀 위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육질과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다.
② 웅어 무침회(강회) 웅어의 가장 대표적인 조리법으로, 이미 손질한 웅어에 오이, 당근, 미나리, 깻잎, 양파 등 각종 채소를 곁들이고 고추장, 식초, 설탕, 참기름 등으로 만든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것이다. 이 요리를 웅어 강회 또는 웅어 무침이라고도 부른다. 새콤달콤한 양념이 웅어의 부드러운 살과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며, 봄철에 특히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파주나 김포 일대에서는 미나리를 듬뿍 넣어 버무린 웅어 무침회가 유명하며, 이를 한 접시 가득 쌓아올린 모습이 시각적으로도 화려하다.
손질법과 조리 과정
웅어를 회로 즐기기 위한 손질 과정은 다음과 같다.
- 비늘 제거: 웅어의 비늘은 얇고 작아 쉽게 떨어지지만, 껍질이 함께 벗겨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긁어낸다.
- 내장 제거: 배를 살짝 갈라 내장을 제거한다. 담즙이 터지면 쓴맛이 배므로 주의한다.
- 포 뜨기: 등뼈를 중심으로 살을 포 뜬다. 웅어는 잔뼈가 많아 이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 잔뼈 처리: 포를 뜬 살에 남은 잔뼈를 핀셋이나 손으로 일일이 제거하거나, 살을 비스듬히 얇게 썰어 잔뼈를 씹히지 않게 처리한다.
- 무침 또는 생회 완성: 깨끗이 손질된 살을 바로 생회로 내거나, 채소와 함께 양념에 버무려 무침회로 완성한다.
웅어와 어울리는 음식과 술
웅어회는 막걸리, 동동주, 소주 등 우리 전통 술과 훌륭하게 어울린다. 특히 봄날 강가에서 새콤달콤한 웅어 무침과 함께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는 것은 서해안과 경기 내륙 지방 사람들에게 오랜 봄의 풍속이었다. 웅어회 한 상에는 보통 된장찌개, 조개탕, 나물 반찬 등이 곁들여지며, 강변 식당에서는 민물 매운탕과 함께 내기도 한다.
웅어의 현재와 보존 문제
오늘날 웅어는 한때 흔했던 어획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해안 갯벌과 강 하구의 훼손, 수질 오염,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 남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일부 지자체와 어업 단체에서는 웅어 치어 방류 사업과 금어기 지정을 통해 자원 회복을 시도하고 있으며, 서천 홍원항과 파주 일대에서는 봄철 웅어 축제를 통해 지역 음식 문화로서의 웅어를 알리고 있다.
한때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던 생선이 오늘날에는 점점 보기 힘든 귀한 생선이 되어 버린 것은 분명 아이러니다. 웅어회를 맛본 이들은 한결같이 “왜 이렇게 유명하지 않은지 모르겠다”고 할 만큼 그 맛이 뛰어나다. 봄이 되면 임진강변이나 금강 하구를 찾아 웅어 무침회 한 접시를 즐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라져가는 우리 음식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지키는 소중한 방법이 아닐까.
한 줄 요약: 웅어회는 조선 왕실까지 사랑한 봄철 진미로, 부드럽고 고소한 살을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무침회가 대표적이며, 4~6월 임진강·금강 하구에서 맛볼 수 있는 귀한 계절 별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