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아랫장은 호남 최대 규모의 전통 오일장으로, 순천·여수·벌교 일대에서 나는 농수산물이 집결하는 만큼 특산물 스펙트럼이 매우 넓습니다. 이곳의 특산물은 크게 농산물·수산물·가공 식품·즉석 먹거리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이 지역의 지형과 식문화, 생활 양식을 잘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순천·여수·벌교권 농산물 특산
순천 아랫장 농산물 구역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인근 들녘에서 바로 가져온 채소와 곡물입니다. 순천만과 동천 주변은 퇴적 평야와 하천 주변 충적지가 발달해 토양이 비옥하고, 남해안 해양성 기후 덕에 겨울이 온화해 여러 작물이 사계절 돌아가며 생산됩니다. 이 때문에 아랫장에서는 상추·배추·열무·대파·쪽파·가지·고추 같은 채소류가 ‘오늘 밭에서 캔’ 수준의 신선도로 거래되고, 도시 대형마트보다 품종이 다양하고 계절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편입니다.
곡물 코너에서는 잡곡과 쌀이 또 하나의 대표 특산 영역입니다. 전남 동부권은 예로부터 쌀과 보리, 콩 재배가 활발했고, 최근에는 각종 잡곡과 현미·찰보리·찰현미 등을 소포장으로 판매하는 상인들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순천 인근에서 재배한 쌀은 간척지와 내륙 논이 섞여 있어 식감과 향이 다른 품종을 골라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상인들이 직접 도정을 맡거나 계약 농가와 거래해 원산지와 수확 시기를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 고추와 마늘, 양파 같은 저장 채소도 아랫장 특산의 한 축을 이룹니다. 건고추·고춧가루·깐마늘·통마늘·햇양파 등이 대량으로 쌓여 있고, ‘혼합 산지’가 아니라 전남 동부권 단일 산지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김장철마다 순천·광양·여수 주민들이 대량 구매를 위해 찾아옵니다. 이처럼 지역 농산물 특산은 단순히 품목의 문제가 아니라, 산지와 소비지가 거의 겹치는 ‘생활형 직거래’ 구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남해·순천만권 수산물 특산
순천 아랫장의 두 번째 축은 수산물입니다. 순천만과 남해안, 여수 앞바다에서 올라오는 생선과 해산물이 아침에 바로 들어오기 때문에, 장날 아침 수산 코너는 사실상 소규모 수산 도매시장에 가깝습니다. 참돔·우럭·광어 같은 양식 어종과 함께 계절에 따라 전어·갈치·멸치·청어 등 회유성 어종이 풍부하고, 남해 특유의 멸치·멸치젓, 각종 건어물도 아랫장을 대표하는 특산입니다. 멸치와 김, 멸치액젓처럼 일상적인 식재료도 원산지와 건조 방식, 염도 등을 세세하게 설명해 주는 상인 덕에 ‘식재료 투어’의 재미가 큽니다.
김·미역·다시마·톳·매생이 같은 해조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품목입니다. 남해안 갯벌과 암반 해역에서 나는 해조류들은 제철에 맞춰 생물·반건조·완전 건조 등 다양한 상태로 판매되고, 특히 매생이와 생굴, 파래김 등은 겨울철 순천·여수권 제철 특산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이런 수산물 특산을 중심으로 순천 아랫장이 ‘음식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여행객들이 여기서 장을 본 재료로 순천만 일대 숙소나 집에서 요리를 해서 먹는 경험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순천 아랫장에서는 활어뿐 아니라 손질된 젓갈류도 다양합니다. 멸치젓·갈치젓·낙지젓·꼴뚜기젓 등 남도 밥상에 오르는 젓갈들을 소량·대량으로 모두 취급하고, 일부 상인은 직접 담근 젓갈과 양념게장, 간장게장 등을 병·통 단위로 판매해 ‘반찬 특산품’의 성격도 강합니다. 이처럼 수산물 특산 코너는 남해 연안 수산 자원의 다양성과 남도 밥상 문화의 진수를 동시에 보여주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칠게튀김과 남도식 전·육류 특산
순천 아랫장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자주 언급되는 특산 먹거리 중 하나가 ‘칠게튀김’입니다. 칠게는 순천만과 벌교 갯벌에 서식하는 작은 게로, 전통적으로는 국물 내기나 장아찌 재료로도 쓰였지만 아랫장에서는 튀김가루와 함께 버무려 통째로 바삭하게 튀겨 내는 길거리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머리부터 다리까지 통째로 먹기 때문에 고소한 맛과 함께 껍질의 식감이 살아 있고, 지역 주민뿐 아니라 여행객들이 ‘이곳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이색 특산으로 꼽습니다. 이 메뉴는 순천만의 갯벌 생태와 시장 먹거리가 결합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각종 전(煎)과 육류 요리도 아랫장 특산 먹거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육전·녹두빈대떡·해물파전 같은 전 요리는 야채·육류·해산물 등 시장에서 나는 재료를 즉석에서 부쳐 내기 때문에 ‘시장다운’ 메뉴로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현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전집들은 저렴한 가격에 육전과 녹두전, 동그랑땡 등을 푸짐하게 내놓아, 장 보러 왔다가 술 한잔 곁들이며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곳으로 기능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석쇠불고기’ 같은 고기 메뉴입니다. 순천식 석쇠불고기는 달짝지근하면서도 마늘 향이 강한 양념을 한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얇게 썰어 석쇠에 구워 내는 스타일이 많고, 여기에 각종 나물·전·된장찌개를 곁들인 세트 구성이 대표적입니다. 일부 상점은 ‘순천 아랫장 석쇠불고기’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에 성공해 블로그·SNS를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으며, 아랫장을 대표하는 현지인 맛집으로 거론됩니다. 이런 육류 특산은 전통시장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장터를 넘어 외식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석 간식·야시장 특산 먹거리
순천 아랫장은 낮에는 전통 오일장, 저녁에는 야시장이 더해져 먹거리 특산이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점이 특징입니다. 전통적인 시장 간식으로는 부침개·호떡·붕어빵·찐빵·만두·꽈배기·도넛·핫도그 등 ‘추억의 분식’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간식들은 주문과 동시에 바로 구워 내거나 튀겨 내기 때문에 기름 냄새와 지글지글 소리가 시장 분위기를 한층 살려 주고, 장을 보던 손님들이 잠시 서서 간단히 먹기 좋은 특산 간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야시장 시간대에는 메뉴 구성이 더욱 다채로워집니다. 시장 안쪽과 주변 도로에는 닭강정·순대·떡볶이·튀김 같은 분식류는 물론, 짜장면·짬뽕·탕수육을 판매하는 중식점, 간단한 꼬치류, 디저트류까지 등장해 ‘밤에 즐기는 남도 먹거리 총집합’ 같은 양상을 보입니다. 특히 야시장 내 짜장·짬뽕, 탕수육은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방송·SNS에 여러 차례 소개되며 순천 아랫장 야시장을 대표하는 메뉴로 꼽힙니다.
전통 디저트류로는 팥죽과 떡, 가래떡 구이 등이 있습니다. 순천식 팥죽은 비교적 걸쭉하고 통팥 식감을 살리는 편이며, 가래떡을 숯불이나 석쇠에 구워 꿀이나 조청과 함께 내주는 방식은 겨울철 대표 간식으로 사랑받습니다. 이처럼 즉석 간식 특산은 순천의 기후와 계절, 그리고 남도인의 ‘한 상 푸짐하게 먹는’ 식문화를 반영해,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라인업을 보여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순천 아랫장 특산물의 의미와 활용
순천 아랫장의 특산물은 단순히 ‘팔리는 상품’ 차원을 넘어, 순천과 남해안 일대의 자연환경과 생활 문화를 압축한 결과물로 볼 수 있습니다. 농산물 특산은 순천만과 동천, 인근 평야 지형이 만들어 낸 생산 기반을 보여주고, 수산물 특산은 남해안 연안의 생물 다양성과 이를 활용해 온 남도 어촌 문화를 드러냅니다. 칠게튀김·육전·석쇠불고기·야시장 분식 같은 즉석 먹거리 특산은 이러한 재료가 시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어떻게 조리되고 소비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남도 음식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광의 관점에서 보면, 순천 아랫장은 순천만 습지·국가정원과 연계해 ‘자연·생태 관광+시장 먹거리’ 코스를 형성하는 핵심 허브입니다. 여행객들은 오전에 순천만이나 정원을 둘러본 뒤 오후에 아랫장에서 특산물 장보기와 먹방을 즐기는 패턴을 많이 택하는데, 이때 지역 농수산물을 직접 보고 고르는 경험이 ‘기념품 쇼핑’을 넘어 ‘생활 속 지역 이해’로 확장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아랫장이 여전히 생활형 장터로 기능하면서도 관광객 수요를 흡수해, 농수산물 직거래와 소규모 외식업이 공존하는 지역 경제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순천 아랫장의 특산물은 계절과 장날(5일장) 여부, 그리고 야시장 운영 일정에 따라 구성이 달라집니다. 매월 2일·7일에 열리는 오일장 날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농가와 상인이 나와 품목과 물량이 늘어나고, 금·토요일 야시장에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퓨전 메뉴와 디저트류가 추가됩니다. 따라서 특정 특산물을 취재하거나 경험하고 싶다면, 어떤 품목을 중심에 둘지에 따라 ‘계절’과 ‘요일(오일장·야시장 여부)’을 먼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