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과학자 정지선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서 활동하며, “몸 안의 표준”과 바이오·의료 분야 측정 신뢰성을 높이는 연구를 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측정과학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는 연구 활동과 더불어 강연, 과학 커뮤니케이션, 대중 프로그램을 통해 측정과 표준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꾸준히 수행해 왔습니다.
이력과 소속, 역할
정지선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바이오임상표준센터 및 바이오분석표준 관련 그룹에서 선임·책임 연구원으로 활동해 온 측정과학자입니다. KRISS는 길이·시간·질량 등 전통적인 물리량뿐 아니라 바이오·의료, 환경, 산업 전반의 측정표준을 개발·유지하는 국가측정표준기관으로, 이 안에서 정지선은 특히 바이오임상 검사와 관련된 측정표준 확립을 주요 연구 영역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는 “바이오 표준물질 개발을 하는데 인문·사회계열(문과) 출신 연구자도 얼마든지 기여할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하며, 학제 간 융합 속에서 표준 연구가 이뤄진다는 점을 인터뷰와 영상에서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과학기술포상정보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정지선은 “바이오임상 검사의 측정 신뢰성 향상을 위한 측정표준 확립 및 국제협력을 주도하였으며, 과학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공공분야 과학기술진흥 유공자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이는 그가 단순히 연구실 안에서 실험을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표준 제정·협의와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해 측정 신뢰성 향상을 제도·시스템 차원에 반영하는 역할도 수행해 왔음을 보여줍니다.
연구 주제: ‘몸 안의 표준’과 바이오 임상측정
정지선이 자신의 연구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은 “몸 안의 표준”입니다. 그는 한 대중강연에서 “자신은 몸 안의 표준을 연구한다”고 소개하며, 신생아 선별검사에 쓰이는 한 방울의 피를 예로 들어 “측정은 왜 정확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신생아의 발뒤꿈치에서 채혈한 극히 적은 양의 검체로 여러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을 선별하는데, 여기서 측정 결과가 조금만 틀어져도 아이가 평생의 치료 기회를 놓치거나, 반대로 건강한 아이가 환자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을 그는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이처럼 정지선이 주력하는 분야는 바이오·임상 검사에서 측정값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표준물질과 측정표준 구축입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바이오 분야의 측정 대상이 “아주 작은 분자에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단위까지”를 포괄하며, 이러한 대상에 대한 정확한 측정기술과 그에 필요한 표준물질 개발이 연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오 분석에서 사용되는 표준물질은 특정 농도·특성을 정확히 알고 있는 ‘기준 샘플’로, 의료기관이나 검사실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분석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데 쓰입니다. 정지선은 바로 이 기준의 설계·제조·검증을 통해 임상 현장의 검사 정확도를 뒷받침합니다.
메르스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감염병 진단검사의 정확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는데, 정지선은 강연에서 “건강과 생명에 관련된 측정”이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사례와 함께 설명합니다. 그는 “늘 같은 결과를 얻는다면 우리는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고, 그 신뢰는 질병의 적절한 예방과 진단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말하며, 측정·표준이 결국 의료 신뢰와 공중보건의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측정표준과 국제협력
측정과학자는 단순히 숫자를 정확히 맞추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국가·기관·장비 간의 결과가 “서로 통하는 언어”를 쓰도록 만드는 일을 합니다. 정지선의 경우, 바이오임상 검사에서 이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임상검사 결과가 국가 간, 병원 간, 검사실 간에 비교 가능해야 환자의 진단·치료 지침도 일관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포상 기록에 따르면, 정지선은 바이오임상 검사의 측정 신뢰성 향상을 위한 측정표준을 확립하고 관련 국제협력을 주도해 왔습니다. 이는 예를 들어 특정 질병 마커(혈중 바이오마커 등)의 농도 측정에 대해 국제기구나 해외 표준기관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국제 비교측정에 참여해 한국에서 개발한 표준물질·측정법이 글로벌 체계와 호환되도록 만드는 활동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국제 비교와 상호인정 체계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수록, 국내 의료기관의 검사 결과는 해외와도 동등한 신뢰를 얻게 되고, 국내 진단키트·의료기기 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도 신뢰도 측면에서 유리한 기반을 확보하게 됩니다.
정지선이 몸담고 있는 KRISS는 시간을 정의하는 세슘 원자시계부터, 질량·전기·광학, 그리고 바이오 분야까지 국가 측정표준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기관입니다. 정지선의 연구는 이 가운데 바이오·의료 영역의 표준을 담당하며,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측정”에 대해 국가·국제 차원의 기준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대중활동
정지선은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활발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도 활동해 왔습니다. 그는 2016년 과학 커뮤니케이션 경연 프로그램인 ‘페임랩 코리아’ 본선에 진출해,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재더라도 같은 결과를 얻도록 해 주는 것, 바로 측정표준입니다”라는 말로 3분 과학 토크를 시작했습니다. 이 무대에서 그는 조선 시대 암행어사가 사용하던 길이 표준기 ‘유척’을 소품으로 들고 나와, 옛날부터 사회가 공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측정 기준을 필요로 했다는 점을 흥미로운 비유로 풀어냈습니다.
당시 발표에서 정지선은 신생아 선별검사, 메르스 사태와 같은 사례를 통해 측정 오차가 실제 삶에 미치는 위험을 설명하면서, “서로 믿을 수 있는 정확한 측정을 기대해달라”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강연은 측정·표준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주제를 사람·건강·사회 안전과 연결해 설명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또 다른 대중 프로그램인 ‘Science Slam D’에서도 정지선은 “측정, 정확한 것 맞아?”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이 강연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혈압·혈당, 건강검진 수치 같은 “결과값이 과연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측정의 신뢰성과 측정표준의 필요성을 단계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강연을 소개하는 글에서는 그의 연구가 “결과값의 신뢰성 여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요약하고 있는데, 이는 정지선의 연구 철학이 “숫자의 정확성만이 아니라, 그 숫자를 사회가 얼마나 믿고 활용할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음을 잘 보여 줍니다.
2022년에는 과학자 인터뷰 시리즈 영상에 출연해 어린이·청소년을 포함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표준과학의 의미를 더 쉽게 소개했습니다. 이 영상에서 그는 “일상생활 속, 떼려야 뗄 수 없는 표준”, “국제적인 표준이 없다면 매우 슬픈 상황이 된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시간·길이·무게를 비롯해 다양한 물리량의 표준을 연구하는 표준과학연구원의 역할을 이야기합니다. 세종대왕을 언급하며 조선 시대 도량형 제도와 현대의 국제단위계(SI)를 연결해 설명하는 등, 역사와 과학을 섞은 서사적 접근을 보이는 것도 특징입니다.
측정과학자로서의 의미
정지선이 상징하는 측정과학자의 이미지는 “숫자 뒤에 숨어 있는 신뢰를 설계하는 연구자”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임상 검사 영역에서 측정과학자는 실험실에서 데이터를 뽑아내는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기관·국가와도 통용되는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실제 진단검사 시스템에 녹여내며, 나아가 국민에게 그 의미를 설명하는 사람입니다. 정지선은 이러한 역할을 국내에서 비교적 일찍, 그리고 적극적으로 수행해 온 인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가 강조해 온 “늘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믿을 수 있다”는 메시지는 통계학·검정 이론을 넘어, 사회적 신뢰와도 연결된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한 병원에서 받은 검사 결과와 다른 병원에서 받은 결과가 크게 다르다면 개인은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측정과학자는 의료 현장의 각종 장비·시약·분석법이 정합성을 갖도록 표준을 마련하고, 국제 비교를 통해 그 신뢰를 검증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의 설계자입니다.
또한 정지선은 문과·이과, 전공 경계를 넘나드는 커리어 사례로도 종종 소개됩니다. 바이오 표준물질 개발이라는 매우 공학적·자연과학적 영역에서도, 데이터 해석·국제표준 협의·윤리와 정책 문제 등 인문사회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그는 한국 과학계에서 융합형 인재, 그리고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도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