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욕세권’ 아파트는 분양·입주 초기에는 욕을 잔뜩 먹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르는 단지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역세권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욕을 많이 먹을수록 결국 집값이 오른다는 역설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욕세권이라는 말의 정확한 뜻
‘욕세권’은 역과 가까운 집을 뜻하는 역세권에서 따온 말로, 사람들 사이에서 “그 돈 주고 왜 사냐”, “저기는 절대 안 오른다” 같은 혹평을 많이 듣던 아파트가 시간이 지나 집값이 크게 오르자 붙여진 표현입니다. 한 경제 매체는 욕세권을 “수요자 평가가 부정적인 아파트 단지 등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정의하면서, 집값 예측이 엇갈리던 침체기 이후로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욕을 많이 먹으면 아파트 가치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린다”는 의미의 신조어라며, 부정적 의견 자체가 관심과 이슈의 반영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개념이 등장한 배경에는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생긴 상대적 박탈감과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가 겹쳐 있습니다. 집을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사이, 혹은 특정 단지 보유자들끼리의 비교 속에서 “그 집은 거품이다, 미쳤다”는 욕이 난무했고, 시간이 지나 보니 그렇게 욕을 먹던 단지들의 가격이 오히려 선도적으로 상승한 사례들이 쌓이면서 ‘욕세권’이라는 말이 웃픈 농담처럼 굳어졌습니다.
수도권에서 거론되는 대표 사례들
수도권에서는 동탄신도시 일부 단지,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더샵 둔촌포레’, 성남 분당의 ‘금호어울림 그린파크’, 수원 영통의 ‘영통자이 센트럴파크’ 등이 욕세권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동탄신도시 아파트들은 분양 당시 “서울과 멀고, 분양가는 비싸고, 공급도 과잉”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표적인 비선호지로 취급됐지만, 이후 국철·광역교통망 확충과 배후 수요 확대를 타고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기사에서는 동탄역 인근 한 단지의 102㎡(약 31평) 타입이 22억 원에 신고가를 찍었다는 사례를 들며, 초기 혹평이 현재 시세와 얼마나 괴리됐는지 보여줍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더샵 둔촌포레’ 역시 초기에는 단지 주변 환경이 낙후됐고, 동 배치나 방향이 좋지 않다는 비판을 받으며 욕세권으로 지목됐습니다. 그러나 청약 결과를 보면 일반분양 기준 평균 경쟁률이 90대 1을 넘길 정도로 흥행했고, 이 과정에서 ‘욕을 먹는 단지가 결국 수요를 빨아들인다’는 욕세권 서사가 재확인됐습니다. 성남 분당의 금호어울림 그린파크와 수원 영통자이 센트럴파크 역시 지역 내 노후 이미지, 교통·학군 논란 등으로 부정적 여론을 겪었지만 각각 39대 1, 12대 1의 1순위 경쟁률을 기록하며 수요가 폭발한 사례로 소개됩니다.
언론이 자주 소환하는 과거의 욕세권 대표 주자로는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영등포 신길동 ‘래미안 에스티움’, 강동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등이 있습니다. 이 단지들은 분양 당시에는 과도한 분양가, 조망·동간 거리 논란, 교통 혼잡 우려 등으로 욕을 잔뜩 먹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 시세를 견인하는 랜드마크 단지가 됐다는 점 때문에 욕세권의 원조격으로 거론됩니다.
왜 욕세권이 결국 오르는가
욕세권이 나중에 가격이 오르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기사들은 공통적으로 ‘관심’과 ‘잠재수요’에 주목합니다. 먼저, 사람들이 욕을 한다는 건 최소한 그 단지가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완전히 관심 밖인 곳은 욕조차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욕을 먹는다는 것은 분양가, 입지, 브랜드, 규모 등 어느 한 요소라도 기존 시장 질서를 흔들 정도로 강하게 부각된다는 뜻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가격을 지탱하거나 밀어 올리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매매수요와 전세·잠재수요의 전환’입니다. 한 분석 기사에 따르면 욕세권 단지는 논란이 클수록 매매를 망설이는 실수요자는 줄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나 초기 분양가 수준에서 입주한 전세·실거주 수요가 쌓이는 구조를 보입니다. 이들이 실제로 거주해 보면서 입지·생활 편의성·향후 개발 호재를 체감하고, 시장 전반이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 이 잠재 매수 수요가 한꺼번에 매매로 전환되면서 가격 상승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책·인프라 변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초기에는 교통, 학군, 상권이 미비해 욕을 먹던 신도시·외곽 단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광역철도, 도로망, 대형 상권, 학원가 등을 갖추면 ‘그 때 욕하던 그 가격’이 오히려 저렴했음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역세권이라는 전통적인 가치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 역 인근 대단지나 신규 브랜드 타운이 욕세권과 역세권 성격을 동시에 지니는 경우 미래 가격의 상방이 더 크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역세권·학세권과 욕세권의 관계
욕세권은 전통적인 입지 개념인 역세권, 학세권, 숲세권, 슬세권 등의 ‘세권’ 계보를 잇는 표현입니다. 역세권이 지하철역 반경 500m 안팎, 도보 5~10분 거리에 있는 단지를 뜻하며 수도권 집값에 가장 큰 프리미엄을 주는 요소로 꼽히는 것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학세권은 명문학교·학원가 접근성을, 숲세권은 공원·녹지, 슬세권은 슬리퍼 차림으로 이용 가능한 편의시설 밀집도를 의미하면서 각기 다른 수요층을 끌어들여 왔습니다.
욕세권은 이들 개념에 ‘심리’와 ‘평판’이라는 차원을 더합니다. 역과 가깝고, 학군이 좋고, 단지 규모도 크지만 분양가가 비싸서 욕을 먹거나, 재건축·리모델링 과정의 분쟁과 민원을 이유로 여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는 단지가 전형적인 욕세권 후보입니다. 즉, 물리적인 입지는 좋지만 가격·정책·이미지 측면에서 논란이 큰 단지가 욕세권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도권처럼 역세권·학세권 프리미엄이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된 시장에서는, 욕세권이라는 서사가 투자자·실수요자에게 “논란 뒤의 기회를 노려보라”는 신호처럼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아래 표는 전통적인 세권 개념과 욕세권을 간단히 비교한 것입니다.
| 구분 | 핵심 요소 | 초기 시장 반응 | 장기 가격 영향 특징 |
|---|---|---|---|
| 역세권 | 역까지 도보 5~10분 내 거리 | 대체로 긍정적 | 꾸준한 프리미엄, 변동성은 비교적 낮음 |
| 학세권 | 학교·학원가 접근성 | 교육 수요층 강한 선호 | 학령기 수요에 맞춰 안정적인 수요 유지 |
| 숲세권 | 공원·녹지, 쾌적한 환경 | 점진적 선호 확대 | 삶의 질 중시 수요 증가에 따라 가치 재평가 |
| 슬세권 | 편의시설 밀집, 생활 인프라 | 젊은층 중심 호평 |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프리미엄 형성 |
| 욕세권 | 좋은 입지+높은 논란·혹평 | 부정적 여론·비난 다수 | 인프라·시장 회복 시 급격한 상승 사례 다수 |
욕세권을 볼 때 주의해야 할 점
욕세권이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해서 “욕 먹는 단지는 다 오른다”로 단순화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기사에서도 강조하듯, 욕세권 단지의 공통점은 욕을 먹으면서도 기본적인 입지나 미래 가치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역세권·학세권·대단지·브랜드 등 구조적 장점을 가진 아파트가 일시적으로 과열 논란, 분양가 논란으로 욕을 먹는 경우와, 교통·교육·일자리 접근성 자체가 떨어지는 지역이 ‘싸다고’ 욕을 먹는 경우는 구분해야 합니다.
또 욕세권 담론은 대개 결과론적입니다. 시간이 지난 뒤 많이 오른 단지를 돌아보며 “그때 다 욕하던 집이었는데 지금은 욕세권이네”라고 부르는 것이지, 사전에 완벽하게 예측하는 지표는 아닙니다. 따라서 수도권 아파트를 볼 때 욕세권이라는 말은 하나의 흥미로운 관찰 틀 정도로 참고하되, 실제 의사결정에서는 개별 단지의 교통·학군·직주근접·공급 계획·정책 리스크 등을 따지는 전통적인 분석이 여전히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욕세권 담론에는 특정 단지와 실수요자에 대한 조롱·비하가 섞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언론이나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유머 코드로 소비하지만, 실제 거주자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고, 시장 전반의 투기 심리를 부추길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기자로서 이 개념을 다룰 때에는 ‘욕세권’ 현상을 단순 미화하기보다, 여론·심리가 가격 형성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는지, 그 안에서 정보 비대칭과 박탈감이 어떻게 증폭되는지까지 함께 짚어주는 균형 잡힌 서술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