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이스탄불 모작바시 화덕 숯불구이

이스탄불의 ‘오작바시(ocakbaşı)’는 우리말로 옮기면 ‘화덕 앞 자리에 앉는 곳’ 정도의 의미로, 화덕과 숯불 그릴을 중심에 두고 손님이 그 주변에 둘러앉아 굽는 장면과 불길을 그대로 바라보며 식사를 즐기는 전통적인 터키식 숯불구이 전문 식당입니다. 여기서 ‘ocak’은 화덕, 아궁이, 불이 피어 있는 자리 자체를 뜻하고, ‘başı’는 앞이나 머리를 가리키기 때문에, 말 그대로 화덕 앞에서 먹는 식당이라는 개념이 이름에 녹아 있습니다. 한국의 숯불갈비집이나 곱창집처럼 테이블 위에 화로를 올려놓는 구조가 아니라, 주방 중앙에 커다란 숯불 화덕과 그릴이 있고 그 앞에 바(Bar) 형태의 좌석이 배치되어 손님이 셰프의 동선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오작바시의 화덕은 단순히 ‘구이용 열원’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대개 참나무나 과실수류 장작, 혹은 비장탄 등에 가까운 고급 숯을 사용해 강한 열과 은은한 연기를 동시에 확보하는데, 이 숯불 위에 긴 쇠꼬치(쉬쉬, şiş)를 줄지어 올려 고기와 내장, 채소를 한꺼번에 구워냅니다. 불맛을 중시하는 터키 요리 특성상, 화덕은 인덕션이나 가스 화구 없이 직화와 벽돌·돌로 둘러싼 브릭 오븐(화덕 오븐)으로만 구성되는 경우가 많고, 중앙에 커다란 개방형 그릴과 옆쪽의 돔형 화덕이 결합된 구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강한 직화로 겉면을 빠르게 초벌한 뒤, 화덕 안의 간접열로 속까지 부드럽게 익히거나, 장작의 연기로 서서히 훈연하는 등 한 공간에서 다양한 열 조절이 가능해집니다.

오작바시에서 가장 대표적인 요리는 ‘케밥(kebap)’ 계열의 숯불구이입니다. 양고기와 소고기를 다져 꼬치에 길게 붙인 뒤 굽는 아다나 케밥(Adana kebap), 간과 곱창 등을 꿰어 향이 강하게 살아나는 내장꼬치, 통양갈비나 양갈비랙을 직화로 구운 요리, 그리고 각종 쇠고기 스테이크류가 기본을 이룹니다. 고기는 대개 양고기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지방과 향을 적절히 조절하기 위해 소고기를 함께 섞기도 하며, 살짝 매콤한 양념과 허브를 더해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풍미를 뽑아내는 집이 많습니다. 고기 외에도 토마토, 파프리카, 양파, 호박 등 각종 채소를 직화로 구워낸 샐러드나 가니시를 곁들이는데, 겉은 살짝 그을려 스모키한 풍미를 내면서도 속은 물기를 유지해 상큼함과 달큰함을 동시에 살려줍니다.

화덕 오븐 쪽에서는 크고 두꺼운 포션의 고기나 생선이 은근한 불로 오래 구워집니다. 뼈째 통으로 올린 양갈비, 양갈비랙, 소꼬리, 심지어 커다란 생선까지 화덕 안에서 천천히 회전하거나 한 면씩 뒤집혀가며 초벌, 재벌 구이를 반복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구워진 고기는 겉면이 과도하게 타지 않으면서도 내부 지방이 서서히 녹아 육즙이 촉촉하게 남고, 화덕 벽면에 반사된 열과 연기가 고기의 표면에 은은한 향을 입혀 복합적인 풍미가 만들어집니다. 고기가 나올 때에는 그에 맞는 가니시가 한 접시에 함께 구성되는데, 훈연한 채소, 구운 감자, 허브 샐러드, 그릭 요거트 스타일의 소스, 혹은 병아리콩으로 만든 후무스(humus) 등이 곁들여져 한 접시 안에서 불과 연기, 산미와 고소함이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됩니다.

오작바시는 조리 방식 자체가 ‘불맛’과 직결되기 때문에, 불을 다루는 셰프의 역할이 더욱 강조됩니다. 불길의 세기와 숯의 위치, 꼬치의 높이와 회전 속도에 따라 같은 고기도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셰프는 손님의 주문과 숯 상태를 보며 수시로 꼬치를 옮기고 돌려가며 미세하게 조절합니다. 이 과정이 모두 손님 눈앞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오작바시 바에 앉으면 말 그대로 ‘라이브 쿠킹 쇼’를 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되며, 셰프와 눈을 맞추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거나, 익어가는 고기를 보며 다음 주문을 상의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추운 계절에는 화덕 앞의 열기와 숯불 냄새가 실내를 가득 메우기 때문에, 현지인들 사이에서 ‘겨울이 되면 더 생각나는 음식’으로 오작바시를 꼽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스탄불에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오작바시 개념을 재해석한 화덕·숯불 레스토랑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호텔 루프탑에 위치한 숯불구이 레스토랑에서는 중앙에 대리석 작업대와 거대한 직화 그릴, 화덕 오븐을 배치하고, 모든 메인을 불 기반으로 조리하는데, 양갈비, 생선, 소꼬리까지 화덕·직화를 병행해 굽고, 그릴에서 구운 채소 샐러드까지 불맛을 입혀 코스를 구성합니다. 인덕션이나 가스레인지 없이 오롯이 장작과 숯불로만 주방을 구성해, 식재료의 기본 맛과 연기향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들 레스토랑의 정체성입니다. 이처럼 전통 오작바시의 ‘화덕 앞 바 좌석’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와인 리스트와 코스 구성, 모던한 인테리어를 결합해 미슐랭 가이드에 오르거나 현지 핫스폿으로 주목받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이스탄불식 그릴 문화를 도입한 터키 그릴 전문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덕 등지의 터키 그릴집에서는 양고기와 소고기를 섞어 만든 꼬치구이를 숯불에 구워 제공하고, 살짝 매콤한 양념과 허브를 더해 ‘한국인 입맛 저격’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또,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이스탄불 오작바시 맛집들은 한국 시청자들에게 화덕 앞에 앉아 셰프와 대화하며 케밥과 양갈비를 먹는 장면을 보여주며, 단순한 케밥집 이상의 ‘경험형 식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이런 흐름 덕분에 오작바시는 단순히 터키 현지의 서민 식당이라기보다, 불을 중심에 둔 다이닝 문화의 한 장르로 이해되고 있으며, 향후 한국에서도 장작·숯불 화덕을 전면에 내세운 그릴 바 형태의 레스토랑이 점점 더 늘어날 여지가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