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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원 HBAF 회장

윤태원 HBAF(옛 길림양행) 회장은 한국 견과류 스낵 브랜드 HBAF의 토대가 된 ‘아몬드 수입·유통 사업’을 일으킨 1세대 경영자이자, 지금의 히트 상품 ‘허니버터아몬드’ 성공으로 이어지는 길을 닦은 인물입니다.

초기 경력과 길림양행 인수

현재의 HBAF는 원래부터 스낵 브랜드로 출발한 회사가 아니라, 미국산 캘리포니아 아몬드를 국내 식품 대기업·제과업체 등에 납품하던 원료 수입·유통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를 1980년대 말에 인수해 ‘길림양행’이라는 사명으로 키운 사람이 바로 윤태원 회장입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아몬드는 대중적인 간식이라기보다 제과용 원료, 기능성 식품 재료 정도 이미지에 가까웠고, 수입창구 역할을 하는 회사 자체가 많지 않아 안정적인 B2B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했습니다. 윤태원 회장은 이런 시장 환경에서 해외 산지와의 거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내 대형 식품업체와의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며 회사를 ‘원료 전문상사’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그의 경영 스타일은 대기업과의 거래 관계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납품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수십 명 규모의 비교적 작은 조직으로도 높은 자본 회전율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였고, 위탁·수입 수수료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초기에는 큰 설비투자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보수적·안정 지향적 경영은 한편으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었지만, 훗날 글로벌 유통·수입 장벽이 낮아지는 시점에는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수입사 한계와 ‘제조업 전환’ 결단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인터넷과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발달로, 과거처럼 몇몇 수입사가 독점적으로 해외 원료를 들여오던 시대가 끝나고, 대기업들이 직접 산지와 거래하며 아몬드를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길림양행처럼 ‘원료를 대신 가져와 납품하던’ 비즈니스는 수수료 경쟁에 내몰렸고, 마진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윤태원 회장은 단순 납품 구조로는 장기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회사를 ‘수입사에서 제조회사로 바꾸는’ 전략적 전환을 시도합니다.

그가 구상한 것은 단순히 포장만 하는 정도가 아니라, 견과류를 직접 가공·제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수직계열화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즉, 캘리포니아 등에서 들여온 아몬드를 단순히 원료로 되파는 게 아니라, 자사 공장에서 볶고, 맛을 입히고, 포장까지 해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구조를 만들려 했던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견과류 로스팅·가공 설비와 자동 포장 라인 등 공장 설비 투자에 나섰고, 회사를 ‘원료상’이 아닌 ‘식품 제조업체’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중소 유통사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와 제품을 갖춰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이 결정을 떠밀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뇌졸중과 미완의 공장, 그리고 빚

그러나 제조 설비를 갖추는 과정에서 길림양행은 상당한 차입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고, 그 재정적 부담이 한창 커지던 시기에 윤태원 회장은 뇌졸중(뇌경색)으로 쓰러집니다. 2006년 당시 그는 대표이사로서 견과제품 제조설비를 통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었지만, 공장을 완성하기도 전에 병으로 쓰러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조 설비는 ‘완성 직전’ 상태에서 멈춰섰고, 투자에 따른 채무는 남은 상태였습니다.

나무위키와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남겨진 빚 규모는 100억 원 수준이었고, 자본잠식에 가까운 상태의 재무구조가 아들인 윤문현 현 대표에게 고스란히 승계됩니다. 윤문현 대표가 한 대기업 취업을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부친이 갑작스레 쓰러졌고, 그는 취업 대신 부도의 문턱에 선 회사를 인수해 경영을 시작하게 됩니다. 재무제표를 처음 들여다봤을 때 이미 자본이 거의 잠식돼 있었고, 회사는 말 그대로 ‘빚으로 연명하는’ 수준이었다는 증언이 조선비즈 인터뷰 등에서 소개됩니다.

이 시점에서 윤태원 회장의 도전은 ‘미완으로 끝난 제조 전환’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제조설비 투자 자체는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으로 타당한 선택이었지만, 자금력과 건강이라는 변수 앞에서 계획을 다 마치지 못한 채 경영권을 다음 세대로 넘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2세 경영과 HBAF의 대도약, 그 바탕이 된 1세대의 유산

윤태원 회장이 쓰러진 이후, 길림양행은 윤문현 대표 체제 아래에서 본격적인 제조업·브랜드 비즈니스로 탈바꿈합니다. 대형마트 PB 상품을 수주해 놀고 있던 공장을 돌리면서 기본적인 제조 역량을 다지고, 편의점 GS25 요청으로 ‘허니버터’ 맛 스낵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즈닝 아몬드, 즉 오늘날의 ‘허니버터아몬드’가 탄생했다는 스토리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윤문현 대표는 아몬드에 설탕·시럽 코팅을 입혀 수율을 높이는 동시에 맛과 식감을 유지하는 공정을 개발했고, 여기에 당시 유행하던 허니버터 시즈닝을 접목해 상품화에 성공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허니버터아몬드는 공항 면세점·명동 상권 등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과자’로 대량 구매하는 히트 상품으로 성장했고, 이후 와사비·군옥수수 등 다양한 시즈닝 아몬드 시리즈가 뒤따랐습니다. 회사는 길림양행에서 브랜드명 HBAF(Healthy but awesome flavour, 바프)로 사명을 변경하며, ‘건강하지만 맛있는 풍미’라는 브랜드 철학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2020년대 들어 HBAF는 연 매출 1000억 원 이상, 연간 1억 1000만 봉지 판매를 기록하는 견과류 스낵 강자로 자리 잡았고, 현재는 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태원 회장의 역할은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첫째, 캘리포니아 아몬드 수입·유통이라는 ‘핵심 사업 영역’을 개척해, 2세대가 제조업과 브랜드로 확장할 수 있는 산업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둘째, 자신이 끝내 완성하지 못한 제조설비 투자가, 훗날 PB 상품·시즈닝 아몬드 생산의 인프라로 활용되면서 HBAF 신화의 물적 토대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윤문현 대표는 ‘빚과 미완의 공장’을 물려받았지만, 바로 그 공장이 있었기에 PB 오더를 수주할 수 있었고, 시즈닝 아몬드라는 새로운 제품군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의 직함과 가족 경영 구조

기업 정보에 따르면, 현재 ㈜바프(HBAF)의 대표자에는 윤문현과 함께 윤태원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 있습니다. 이는 윤태원 회장이 뇌졸중 이후에도 법인 등기 상으로는 회장·등기이사 등의 형태로 남아 있으며, 회사의 창업·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상징적 존재로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실질적인 경영은 윤문현 대표가 총괄하고 있지만, 아버지를 공동 대표자로 기재하는 방식은 가족 경영, 특히 1·2세대가 함께 회사를 일군 서사와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여러 인터뷰·브런치 글 등에서 HBAF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윤문현 대표의 아버지인 윤태원 회장이 1988년 회사를 인수해 길림양행으로 키웠다’는 서술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 스토리텔링 차원에서도 HBAF가 ‘단기 유행 상품’이 아니라, 30~40년 가까운 업력을 가진 견과류 전문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중요한 장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몬드 수입사로 출발해, 제조사로의 전환을 시도하다, 2세대에 의해 글로벌 스낵 브랜드로 도약하는 과정은 한국식 가족기업 성장 스토리의 전형적인 사례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평가와 의미

윤태원 회장의 경영은 숫자만 놓고 보면 ‘100억 원의 빚을 남기고 쓰러진 실패한 도전’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해 단순 납품을 넘어 제조·브랜드로 가야 한다는 문제의식, 그에 따른 설비 투자는 결과적으로 HBAF의 비약적 성장에 필요한 인프라를 미리 깔아놓은 선제적 선택이었습니다. 건강 악화와 자금력 부족이라는 한계 때문에 그 결실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2세대 경영자가 그 유산을 활용해 스낵 브랜드 혁신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윤태원 회장은 ‘미완의 창업 1세대’이자 ‘HBAF 성공의 숨은 설계자’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의 사례는 한국 중소 수입·유통업체들이 겪는 공통적인 딜레마—글로벌 소싱이 쉬워지며 수입사 마진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보여줍니다. 길림양행·HBAF의 궤적은, 후발 스타트업의 혁신만이 아니라, 기존 B2B 중소기업이 제조와 브랜드로 전환해 B2C 시장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은 ‘업종 변신형 성공 사례’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윤태원 회장의 이름은 지금 소비자에게 직접 노출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아몬드 스낵 브랜드 뒤에는 원료 수입사 시대부터 시장을 개척해 온 1세대 기업인의 긴 그림자가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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