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창원대학교의 ‘다층학사제’는 2년제 전문대학과 4년제 국립대학이 하나의 대학 시스템 안에서 단계적으로 연결되는 계단식 학위 체계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대학 안에서 전문학사(2년)를 마친 뒤 비교적 수월하게 4년제 일반학사, 나아가 석‧박사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든 새로운 고등교육 모델입니다.
도입 배경과 통합 구조
국립 창원대 다층학사제는 경남도립거창대학, 경남도립남해대학과 국립창원대학교의 통합을 계기로 설계된 제도입니다. 세 기관이 통합하면서 창원 본교는 4년제 중심, 거창·남해 캠퍼스는 2년제 전문학사 중심 교육 기능을 담당하는 메가 캠퍼스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를 제도적으로 엮어 낸 것이 다층학사제입니다.
현행 고등교육법 체계에서 종합대학(4년제)과 전문대학(2‧3년제)은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유형의 학교로 분리되어 운영됩니다. 국립 창원대는 도립 전문대 2곳과 통합하면서 교육부로부터 규제 특례를 인정받았고, 이 특례를 기반으로 ‘같은 대학’ 안에서 전문학사와 일반학사를 동시에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도립 전문대와 국립 4년제의 통합, 그리고 교육부 규제 특례라는 조건이 맞물리면서 지역 균형발전과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학사 구조로서 다층학사제가 탄생했다는 점이 핵심적인 배경입니다.
다층학사제의 기본 개념과 층위
창원대가 말하는 ‘다층학사제’는 말 그대로 여러 층의 학위 과정을 한 캠퍼스 시스템 안에서 단계적으로 연계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하위 단계에는 2년제 전문학사, 중간에는 4년제 일반학사, 상위에는 석·박사 과정이 연속선상에 놓이고, 학생은 본인의 역량과 진로 계획에 따라 어느 단계까지 진학할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가장 큰 특징은 거창·남해 캠퍼스 신입생이 먼저 전문학사 과정을 밟고, 이를 수료한 뒤 별도의 타 대학 편입시험 없이 동일 대학 내 4년제 일반학사 과정으로 내부 편입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는 점입니다. 또, 일부 전공에서는 ‘다층학사융합전공(가칭)’ 등을 통해 2년제와 4년제 교육과정을 연계·통합 운영하고, 이후 일반학사 단계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시나리오가 잡혀 있습니다.
총장 인터뷰에 따르면, 이 구조는 전문학사부터 박사까지 한 대학이 모든 학위 체계를 갖추고, 학생이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상향 이동(upgrade)할 수 있는 ‘전 주기’ 고등교육 체계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2년제와 4년제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각 단계 간 교육내용과 진로가 연속되도록 설계한 점에서 기존 편입 제도와 차별화됩니다.
세부 운영 방식과 이음학기
실제 운영 로드맵을 보면, 국립 창원대는 일정상 2027년에 ‘다층학사융합전공(가칭)’ 이수자를 선발해 교육과정을 돌리고, 2028년부터는 내부 편입을 통해 4년제 일반학사 과정으로 본격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거창·남해 캠퍼스에서 2년제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4년제 창원대 일반학사 과정으로 편입·진급하는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의미합니다.
전문학사에서 일반학사로의 연착륙을 돕기 위해, 창원대는 전문학사 2학년 과정에 ‘이음학기’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 이음학기는 전공 기초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집중 학기 역할을 하며, 학생들이 4년제 수준의 학업 난이도에 적응하고, 부족한 기초를 보완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동시에 책임교수를 지정해 학생별 학업 계획과 진로를 밀착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2년제에서 4년제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발생할 수 있는 학업 격차와 진로 불안을 줄이려는 장치입니다.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전문학사 단계에서 직업·현장 중심 실무역량을 강화하면서도, 4년제 진학을 염두에 둔 기초학문, 전공 심화의 토대를 함께 쌓도록 설계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후 일반학사 단계에서는 보다 이론적·융합적 교육과 연구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지며, 일부 전공에서는 지역 산업 수요(방산, 원전, 우주항공 등)에 맞춘 특화 트랙이 연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도의 의미와 기대 효과
국립 창원대 다층학사제는 학생 입장에서 진학 경로를 다층적으로 열어주는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4년제 진학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우선 2년제 전문학사로 진입해 직업교육과 실무능력을 갖춘 뒤, 상황에 따라 4년제 진학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선택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역 학생들에게는 등록금 부담, 진로 고민, 학업 자신감 등을 고려해 ‘짧게 시작해 길게 이어갈 수 있는’ 유연한 경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교육 기회의 확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와 산업 측면에서 보면, 창원대는 방위산업, 원전, 우주항공 등 경남 지역 전략 산업의 인력 수요를 염두에 두고 통합·메가 캠퍼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층학사제를 통해 2년제 단계에서는 현장 즉시 투입 가능한 기술 인력을, 4년제·대학원 단계에서는 연구개발과 고급기술을 담당할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구조를 지향합니다. 이는 지역 산업 구인난 해소와 고급 인재의 수도권 유출 완화에도 일정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전국적으로도 2년제와 4년제를 한 대학 안에서 다층적으로 운영하는 모델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향후 지방대 위기, 전문대 구조조정, 지역 고등교육 체계 재편 논의에서 중요한 선도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교육부와 다른 시·도 역시 이 모델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어, 다층학사제가 한국 고등교육 제도의 새로운 유형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향후 과제와 전망
다층학사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첫째, 2년제와 4년제 간 교육과정 연계성을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단순 학점 연계가 아니라, 역량 기준과 졸업 후 진로까지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고, 캠퍼스 간 교수진 협업과 교과 개편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째, 학생·학부모에게 이 제도의 구조와 장점을 충분히 이해시키는 홍보와 상담 체계가 요구됩니다. 기존의 ‘4년제 일반대 vs 2년제 전문대’라는 이분법적 인식 속에서는 2년제 진학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대학 안에서의 단계적 상향 경로와 취업·진학 성과를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합니다.
셋째, 재정·시설·교원 확보 등 통합 이후의 운영 안정성 역시 관건입니다. 메가 캠퍼스 운영과 단계별 교육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산업계의 지속적인 재정 지원과 협력이 중요하며, 총장 역시 다층학사제를 통한 혁신을 계기로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국립 창원대학교 다층학사제는 지역대학 통합이라는 구조 개편 위에서, 2년제와 4년제를 하나의 생태계로 엮어내려는 실험적 시도라는 점에서 교육·정책적 의미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