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사안은 단순한 근무형태 조정이 아니라, LG디스플레이가 장기 적자 국면에서 도입했던 비상 경영 체제를 흑자 전환 이후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노사 협상 분기점으로 평가됩니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5조3교대 유지’와 ‘4조2교대 복귀’ 사이에서 임금 회복, 고용 안정, 생산 효율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있습니다. 최근 업계 보도에 따르면 회사와 현장직 노동조합은 일부 생산라인에 적용 중인 5조3교대를 기존 4조2교대로 되돌리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며, 회사 측은 희망퇴직을 전제로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선 이번 사안을 이해하려면 5조3교대가 왜 도입됐는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3년 당시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 부진과 OLED 전환 비용 부담으로 장기간 적자를 겪고 있었습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LCD 가격 경쟁 심화, 대규모 감가상각비, 모바일 패널 수익성 악화 등이 겹치면서 회사는 대규모 비용 절감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인 구조조정이나 대량 해고 대신 선택된 방식이 바로 5조3교대 체제였습니다.
기존 4조2교대는 통상 12시간 주야 맞교대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예를 들어 주간 12시간, 야간 12시간을 일정 주기로 반복하는 구조로, 연장근로 및 야간근로 수당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현장직 입장에서는 기본급보다 실제 수당이 실질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반면 5조3교대는 5개 조가 8시간씩 오전·오후·야간으로 나눠 근무하는 방식으로, 근무시간은 줄지만 연장·야간 수당이 크게 감소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실질 임금은 대략 10% 중반에서 많게는 20%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당시 회사가 이 방식을 택한 배경은 단순한 임금 삭감이 아니었습니다. LCD 사업 축소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 인력을 추가 조에 흡수함으로써 인위적 감원 없이 고용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컸습니다. 즉, 임금 감소를 감수하는 대신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종의 ‘고통 분담형 위기 대응 체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는 노사 간 암묵적인 사회적 계약 성격을 띠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생존을 위해 비용 절감이 필요했고, 노동자는 임금 일부를 양보하는 대신 일자리를 지키는 구조였습니다.
이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 5170억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최근 1분기 예상 영업이익도 1500억~2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OLED 중심 사업 재편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OLED 감가상각비 부담 완화, 모바일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 저수익 사업 축소 등이 수익성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러한 실적 회복은 노동조합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명분을 제공합니다. 적자 시기에는 고용 유지를 위해 임금 감소를 받아들였지만, 이제 회사가 흑자로 돌아선 만큼 기존의 희생을 보상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전 사업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기본급 150%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결정되면서 현장에서는 “위기 국면이 끝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성과급 지급은 상징적으로 회사의 재무 상태가 정상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노조가 요구하는 4조2교대 복귀의 가장 큰 이유는 실질 임금 정상화입니다. 12시간 주야간 근무 체제로 복귀하면 야간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이 다시 발생하게 되고, 이는 현장직 급여 수준을 적자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효과를 냅니다. 특히 생산직 노동자의 경우 수당이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교대제 변화는 단순한 근무시간 조정보다 훨씬 직접적인 소득 문제로 연결됩니다.
반면 회사 입장은 훨씬 복잡합니다. 5조 체계에서는 추가 조를 통해 잉여 인력을 흡수하고 있었지만, 4조2교대로 복귀하면 같은 생산량 기준으로 인력이 남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회사가 우려하는 것은 인건비 상승과 인력 과잉 문제입니다. 이런 이유로 회사는 희망퇴직을 전제로 교대제 복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고정급여 55개월 수준에서 60개월 수준으로 상향한 희망퇴직 패키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협상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적자기에 형성된 비용 절감 구조가 흑자 전환 이후에도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성과 공유 구조로 재설계될 것인지 결정하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회사가 실적 회복 이후에도 임금 정상화를 지연할 경우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4조2교대로 즉시 복귀할 경우 수익성 개선 속도가 둔화될 수 있습니다.
시장 관점에서는 OLED 중심 사업 전환이 성공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특히 애플 아이폰용 OLED 공급 확대와 IT용 OLED 시장 성장 기대감은 향후 실적 안정성을 높여주는 요인입니다. 증권가에서도 2026년 이후 수익성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결국 이번 협상은 단순한 교대제 문제가 아니라 “위기 때 노동이 감수한 희생을 회복 국면에서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는 한국 제조업 노사관계의 전형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기자 관점에서 보면 이번 이슈는 실적 턴어라운드 이후 기업의 성과 공유 모델, 구조조정 방식, 노동 유연성 문제를 함께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