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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은 제주 서남부 모슬포 일대에 위치한 대표적인 근대 역사 유적이자, 일제강점기와 제주 현대사의 비극이 겹겹이 남아 있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단순히 옛 비행장이라는 의미를 넘어, 이곳은 전쟁의 흔적과 평화의 메시지가 공존하는 역사 교육의 현장이며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장소로 평가됩니다.

알뜨르라는 이름은 제주 방언에서 유래했습니다. ‘아래쪽 넓은 들판’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실제로 이곳은 송악산과 모슬봉, 산방산 아래로 넓게 펼쳐진 평야 지대에 자리합니다. 본래는 제주 주민들이 오랫동안 농사를 짓고 가축을 방목하던 평화로운 농경지였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이 지역을 군사적 요충지로 판단하면서 본격적인 군용 비행장으로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30년대 중반부터 일본은 중일전쟁 수행을 위한 전초기지로 이곳을 대대적으로 확장했습니다. 당시 모슬포 주민들은 강제 동원되어 활주로와 격납고, 지하 벙커, 방공 진지 등을 건설하는 데 투입되었습니다. 알뜨르 비행장은 중국 상하이와 난징 등 본토 폭격을 위한 일본군 항공기의 출격 기지 역할을 했으며, 제주가 식민지 전쟁 수행의 중요한 거점이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이곳의 가장 인상적인 유산은 지금도 들판 곳곳에 남아 있는 콘크리트 격납고들입니다. 반원형 형태의 격납고는 외부에서 보면 거대한 돌무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군용 항공기를 숨기고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었습니다. 제주 특유의 넓은 평원 위에 회색빛 격납고가 줄지어 놓인 풍경은 방문객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상당수 구조물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어, 당시 군사 시설의 규모와 위압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태평양전쟁 말기로 갈수록 일본은 제주 전역을 최후의 방어 거점으로 삼으려 했고, 알뜨르 비행장은 더욱 요새화되었습니다. 활주로 주변에는 지하 벙커와 동굴 진지, 고사포 진지가 설치되었으며, 인근 오름과 연결되는 군사 터널망도 조성되었습니다. 이는 일본 제국이 전세 역전에 몰린 상황에서 제주를 결전지로 준비했다는 역사적 증거로 평가됩니다. 문화재청 역시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알뜨르 비행장 일대의 격납고, 지하 벙커, 고사포 진지 등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알뜨르 비행장은 단지 일제강점기의 군사 유산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이곳은 제주 4·3의 비극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근 섯알오름은 4·3사건 당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제가 남긴 군사 시설과 해방 이후의 국가 폭력이 한 공간에서 겹쳐지는 곳이라는 점에서, 알뜨르 비행장은 제주 현대사의 아픔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이곳은 역사와 평화를 함께 성찰하는 문화 공간으로도 의미를 갖습니다. 넓은 들판 사이로 남아 있는 활주로 흔적과 격납고는 과거의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제주의 바람과 자연 풍광 속에서 묘한 평온함을 자아냅니다. 과거 전쟁을 위해 사용되었던 장소가 이제는 평화를 기억하는 장소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매우 큽니다. 실제로 제주 비엔날레 등 예술 행사에서도 이 공간을 활용해 평화와 기억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된 바 있습니다. 

관광 측면에서 보면 알뜨르 비행장은 송악산, 산방산, 모슬포항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코스입니다. 송악산 둘레길을 걷다가 알뜨르 들판으로 이동하면 제주의 자연 풍경과 근대사의 흔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봄에는 유채꽃과 푸른 들판이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겨울에는 바람이 거세지만 더욱 황량하고 역사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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