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리 신사옥은 노후한 종로 수송동 본사 부지를 대규모 복합업무·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로, 2030년 말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서울 도심 금융·보험업의 상징성을 유지하면서도 공공 개방성과 문화 인프라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도시·부동산·보험업을 함께 읽을 수 있는 사례다.
입지와 도시계획 맥락
코리안리 신사옥의 부지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80 일대, 광화문과 종로1가 사이에 위치한 기존 코리안리 본사 자리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행정·업무 중심지로 기능해 왔고, 현대에는 정부청사·대형 금융사·언론사 본사가 밀집한 서울의 대표적인 업무지구로 자리 잡았다. 코리안리 사옥은 1985년 준공 이후 40년 가까이 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물 중 하나였지만, 노후화와 경관 저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결국 서울시는 수송 1-7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계획을 수정 가결하며, 코리안리 부지를 녹지·공연장·지하도로를 포함한 복합 개발지로 재정의했다.
이번 재개발 계획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순한 오피스 재건축이 아니라, 광화문역에서 종로구청까지 이어지는 지하도로 신설과 대규모 녹지, 공연시설을 결합해 ‘업무+문화+보행’ 축을 만드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인접한 옛 대림그룹 사옥 부지 역시 재건축이 확정됐고, 두 부지는 향후 개방형 녹지와 지하도로로 서로 연결될 예정이라, 광화문-종로 일대의 도심 구조 자체가 보다 보행자 중심, 공공친화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규모와 건축 제원
코리안리 신사옥은 대지면적 7260㎡, 연면적 약 11만2600㎡ 규모로 계획돼 있다. 지하 8층, 지상 21층의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으로 조성되며, 서울 도심 내 보험·금융사 본사 중에서도 상당히 큰 축에 속하는 수평·수직 규모를 확보하게 된다. 연면적 11만㎡대는 단일 본사 건물로 보면 상당한 공급량으로, 코리안리 본사 업무공간 외에 적지 않은 임대 오피스 물량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지하 8개 층 중 일부는 주차와 설비, 일부는 문화시설(콘서트홀)과 상업·편의 기능을 배치하는 ‘복합 지하 플랫폼’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지상부는 중·상층부에 코리안리 본사 사무공간, 저층부와 일부 층에는 임대 오피스, 그리고 1~2층 일부에는 공개공지·상업·문화공간이 들어가는 형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런 구성은 최근 서울 도심의 대형 오피스 개발이 단순 업무동이 아닌 복합 수익 구조와 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형적인 패턴과 맞물려 있다.
일정, 공정과 임시 이전
코리안리는 2025년 12월 본사 신사옥 건설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 단계에 들어갔다. 현장설명회에는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 6곳, 4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사업 개요와 건축 계획을 공유받았고, 이후 입찰을 통해 최종 시공사를 선정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회사는 시공사 선정 후 내년 5월, 즉 2026년 5월을 전후해 착공에 들어가 2030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착공 후 공사 기간이 약 4년 반~5년 정도로 잡힌 셈이다.
본사 건물 재건축 동안 코리안리는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시그니처 타워’를 임시 거처로 사용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보험업계 보도에 따르면 이전 시점은 재건축 일정에 맞춰 2025년 상반기로 잡혀 있으며, 서울시와의 도시계획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코리안리는 내년 초 시그니처 타워로 입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기존 수송동 사옥은 임시 이전 이후 철거 및 본격적인 신축 공정에 들어가게 된다.
설계 콘셉트와 공간 구성
신사옥의 외관과 내부 세부 디자인은 최종 설계·시공사 선정에 따라 구체화되겠지만, 이미 공개된 계획에는 몇 가지 핵심 방향성이 담겨 있다. 첫째, 서울시가 추진하는 ‘녹지생태도심’ 구상과 연계해 약 2600㎡ 이상의 개방형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이다. 이는 전체 대지의 3분의 1 이상을 공공에 개방된 녹지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기존 도심 오피스 단지가 보행자에게 주던 폐쇄적인 인상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는 규모다.
둘째, 지하에는 500~510석 규모의 클래식 콘서트홀(가칭 ‘코리아 챔버홀’)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수송동 일대를 다른 교통지역 내 문화시설 계획과 연계해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코리안리 신사옥의 콘서트홀은 이 구상의 핵심 축이다. 지상부 저층에는 로비와 상업시설, 전시·문화 공간 등이 결합된 열린 형태의 라운지 공간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며, 업무동과 문화·상업동이 수직·수평으로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입체 구조가 유력하다.
셋째, 광화문역과 종로구청을 잇는 지하도로가 조성돼 신사옥 지하와 직접 연결될 예정이다. 이는 기존 광화문 일대의 보행 동선을 지상과 지하로 입체화해, 출퇴근 인구와 방문객이 보다 편리하게 수송동 일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코리안리 신사옥의 지하 공간은 이러한 지하도로와 연계한 상업·편의·문화 시설 허브로 기능할 수 있어, 건물 자체의 부가가치뿐 아니라 주변 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무공간과 임대 전략
코리안리 신사옥은 코리안리 본사로 사용되면서도 일부 공간을 임대 오피스로 운영하는 구조로 계획돼 있다. 연면적 대비 자사 필요 면적을 고려할 때, 상층부 일부를 포함한 상당 규모의 임대 공간이 나올 수 있으며, 종로·광화문 일대의 프라임급 오피스 수요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보험·금융·법률·컨설팅 등 코리안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이 주요 타깃 테넌트로 거론될 수 있다.
최근 서울 오피스 시장은 여의도·용산·강남에서 대형 신규 공급이 이어지면서 공실·임대료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종로·광화문 일대는 여전히 관공서·대기업 본사·언론사 수요가 탄탄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신축 프라임 오피스라는 희소성이 더해지면, 코리안리 신사옥의 임대 전략은 비교적 우호적인 조건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향후 금리 수준과 서울 전체 오피스 공급 사이클에 따라 임대료·공실률의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변수로 남는다.
문화·공공성 강화 효과
코리안리 신사옥이 다른 보험사 사옥 재건축과 구별되는 지점은, 대규모 콘서트홀과 녹지, 지하 보행 네트워크를 결합해 도심 문화·공공 인프라를 동시에 확충한다는 점에 있다. 500석 규모의 클래식 콘서트홀은 전문 공연장으로서도 의미 있는 규모로, 인접 구역에 계획된 다른 문화시설과 연계될 경우 수송동 일대가 하나의 문화 클러스터로 성장할 여지를 제공한다. 이는 강남·서초로 치우친 공연 인프라를 어느 정도 분산시키고, 종로·광화문 일대의 야간·주말 유동 인구를 늘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약 2600㎡ 이상의 개방형 녹지는 업무 밀집지역에 부족했던 쉼터와 보행 동선을 제공해, 직장인뿐 아니라 시민·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도시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녹지생태도심 구상은 도심 내 빌딩 숲을 단절된 블록이 아닌, 녹지와 보행로로 연결된 네트워크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인데, 코리안리 신사옥은 그 실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오피스 개발이 공공성을 담보하는 대가로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받는 구조가 보다 명확해지는 흐름 속에서, 이 프로젝트는 민간 개발과 공공정책의 교차점에 서 있는 셈이다.
코리안리 비즈니스 전략과 상징성
코리안리는 국내 최대 재보험사이자 아시아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해 온 플레이어로, 본사 사옥은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브랜드와 신뢰를 상징하는 물리적 자산이다. 1980년대에 지어진 기존 사옥은 오랜 기간 회사의 성장과 함께했지만, 글로벌 재보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ESG·지속가능경영이 강조되는 환경에서는 ‘노후한 본사’가 이미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었다. 신사옥 건립은 코리안리가 장기적인 성장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는 동시에, 글로벌 파트너와의 미팅·컨퍼런스를 수용할 인프라를 마련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콘서트홀을 포함한 문화복합시설은 재보험사로서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지닌 코리안리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채널을 넓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지역 문화행사, 사회공헌 프로그램, 국제 금융·보험 관련 포럼 등을 신사옥 공간에서 동시에 운영할 수 있다면, ‘재보험 전문 회사’에서 한 단계 나아가 ‘도심과 문화를 잇는 기업 시민’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는 ESG 관점에서 사회(S)와 지배구조(G) 측면의 스토리텔링 자산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주변 개발 동향과 파급효과
코리안리 신사옥 프로젝트는 수송동 일대의 다른 개발 사업들과도 맞물려 있다. 앞서 언급한 옛 대림그룹 사옥 재건축은 코리안리 빌딩, 종로구청과 개방형 녹지와 지하도로로 연결되는 것으로 계획돼 있어, 단일 건물 차원을 넘어 ‘수송동 복합 개발 벨트’가 형성되는 구조다. 이는 종로구청 일대를 중심으로 한 행정·업무 기능과, 광화문광장·세종문화회관 등 기존 문화 인프라를 하나의 보행 네트워크로 엮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의도 금융지구 재편과 비교하면, 코리안리 신사옥이 위치한 수송동은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상징성은 결코 뒤지지 않는 코어 오피스 존이다. 여의도가 ‘한국형 맨해튼’을 지향하며 대형 오피스 공급을 늘리는 동안, 수송동·광화문 일대는 고밀도이면서도 녹지·문화·보행이 결합된 ‘업무+라이프스타일’ 도심으로 진화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코리안리 신사옥이 성공적으로 완공되고 주변 재개발과의 연계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종로 도심의 위상과 이미지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