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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대예술공원

이기대예술공원은 부산 남구 용호동 해안 일대의 천혜의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산·바다·숲과 현대 예술을 결합해 세계적인 문화예술공원으로 재탄생을 추진 중인 장기 프로젝트다.

이기대라는 장소의 성격

이기대는 오륙도에서 동생말까지 이어지는 길이 약 4.7km의 해안 산책로와, 그를 둘러싼 약 125만㎡ 규모의 공원 부지로 이루어진 해안 절경 지대다. 이 일대는 약 8천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암반과 절벽이 어우러져 독특한 해안 지형을 보여주며, 현재 국가지질공원으로도 지정되어 지질·생태적 가치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곳이다. 1997년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된 뒤 시민에게 개방되었고, 2005년 해안산책로 조성사업을 계기로 부산 시민과 관광객 누구나 바다 풍경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자연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높낮이가 완만하면서도 곳곳에 전망 포인트가 있어 도심에서 크게 멀지 않으면서도 “부산다운 풍경”을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이 특징이다.

예술공원 조성의 배경과 비전

부산시는 이기대가 가진 자연·지질·경관의 잠재력을 한 단계 확장해, 자연·생태·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 수준의 문화예술공원으로 재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핵심 목표는 ‘자연 속 문화 1번지’라는 표현으로 요약되며, 단순한 공원이나 산책로를 넘어, 시민에게 세계 수준의 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관광도시·문화도시로서 부산의 위상을 강화하는 복합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부산시는 2024년 말까지 각계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수렴해 ‘이기대 예술공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자연과 생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축·조형·설치미술을 단계적으로 더해가는 구상을 추진해왔다. 이미 2019년부터 수년간에 걸쳐 공원 일원 사유지 약 71만㎡에 대해 700억 원대 보상을 마무리해, 향후 예술공원 조성에 필요한 토지 기반을 상당 부분 확보한 상태다.

3대 거점 구상: 국제 아트센터·바닷가 숲속 갤러리·오륙도 아트센터

이기대예술공원 조성 계획의 뼈대는 공간을 세 개의 핵심 거점으로 나누어 특화시키는 것이다. 첫째, ‘국제 아트센터 영역’은 예술공원의 상징이자 관문 역할을 하는 구역으로, 세계적 수준의 조형물과 전시·공연·교육 기능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된다. 이곳에는 ‘아트 파빌리온’이라 불리는 대표 상징물이 설치될 예정인데, 국제 공모와 작가 선정 과정을 거쳐 2026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세계적 수준의 조형물로 계획되고 있어, 향후 이기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 나아가 부산시가 유치를 추진 중인 프랑스 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 분관도 이 일대에 들어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성사될 경우 국제 아트센터의 위상은 단순한 지역 문화시설을 넘어서는 글로벌 아트 허브로 확장될 수 있다.

둘째, ‘바닷가 숲속 갤러리 영역’은 이기대 특유의 해안 숲길과 절벽 풍경을 그대로 살리면서, 산책 동선 곳곳에 설치미술과 야외 조각, 미디어 아트 등을 배치하는 개념의 야외 갤러리로 구성된다. 방문객은 정형화된 실내 전시실 대신 숲길을 따라 걸으며 작품과 마주치게 되고, 나무 사이로 스미는 빛과 파도 소리, 바람과 함께 예술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방식으로 감상 구조가 설계된다. 부산시는 이 구역을 통해 이기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야외 미술관이 되도록 하는 한편, 조형물과 설치미술이 자연풍광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보완·강조하도록 디자인을 조심스럽게 다듬겠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숲속 갤러리’는 시민 일상 산책로이자 관광 동선이면서, 동시에 예술교육과 감성 치유의 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다목적 문화 공간이 된다.

셋째, ‘오륙도 아트센터 영역’은 이미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로 자리한 오륙도와 연계해, 보다 집약적인 전시·공연·커뮤니티 기능을 담는 거점으로 구상된다. 약 6천㎡ 규모의 오륙도 아트센터는 목조 전망대를 지나면 옛돌 아트 스트리트와 연결되도록 설계해, 기존의 자연경관 관람에 문화예술 동선을 결합시키는 구조를 갖게 된다. 이 일대는 해안 절벽 위·아래로 관람 포인트가 다양하고, 이미 관광객 유입이 큰 곳인 만큼, 지역 예술가의 전시, 공연,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연계해 ‘부산형 예술 플랫폼’을 보여주는 창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3대 거점은 각각 독립적인 기능을 갖되, 해안 산책로와 숲길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계획되어 있어, 관람객은 코스 선택에 따라 반나절에서 하루 이상 머물면서 자연과 예술을 함께 체험하는 복합적인 방문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건축·디자인 철학과 전망대 계획

이기대예술공원 조성에는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전문가 그룹이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씨앗 대성당’ 등 독창적인 공공건축으로 유명한 영국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이기대가 가진 풍경의 잠재력을 “마법 거품 같은 잠재력”이라고 표현하며, 자연과 조형물을 섬세하게 결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부산시는 이러한 자문을 바탕으로, 고층 건축물이나 과도한 인공 구조물을 세우기보다는, 지형과 조화를 이루는 목조·저층 구조, 친환경 재료 사용, 빛과 바람을 고려한 개방형 공간 등을 중시하고 있다. 그 상징적 사례가 바로 지상 3층, 높이 약 18m 규모로 계획된 친환경 목조 전망대로, 연내 타당성 조사와 설계를 마무리하고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 전망대는 단순 조망 시설을 넘어, 이기대 전역을 조망하는 동시에 작은 전시·교육·휴식 기능을 겸하는 복합적 구조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관광·시민 삶에 미칠 영향과 쟁점

이기대예술공원 프로젝트는 도시 차원에서는 ‘문화도시·관광도시·생태 친화 도시’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한 번에 실현하려는 전략적 사업이다. 부산시는 이기대의 천혜의 조건을 활용해 세계 수준의 문화예술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시민에게는 일상에서 세계적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공공문화 공간을 제공하고, 외부 방문객에게는 자연과 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관광 거점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북항 재개발, 오페라하우스, 부산국제영화제 등 기존 문화 인프라와 연계되며, 해운대·광안리 중심의 바다 관광 구도에 남구·오륙도·이기대로 이어지는 새로운 축을 더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기대예술공원 조성 계획이 비교적 빠르게 윤곽을 드러내고, 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 등 대형 프로젝트와 결부되면서, 계획 수립의 절차성과 환경 보전 측면에서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질·생태 가치가 높은 국가지질공원에 대규모 문화시설을 도입할 경우 경관 훼손이나 과잉 관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공원 전체의 정체성이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상업화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전문가·시민 의견을 반영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이기대 자체가 예술이 되는 공원, 자연 속에 녹아든 품격 있는 미술관, 숲속 길을 따라 예술 콘텐츠를 만나는 구조를 통해 자연·생태·예술의 균형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한다. 결국 이기대예술공원의 성패는, 세계적 수준의 예술 콘텐츠와 시설을 도입하되, 이기대가 원래 지니고 있던 거친 해안선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다양성을 얼마나 훼손 없이 지켜낼 수 있는지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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