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영 트레바리 대표는 “독서모임”을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전환해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독서 기반 커뮤니티를 만든 1989년생 창업가다.
성장과 학창 시절, ‘모임’의 씨앗
윤수영 대표는 1989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말을 잘하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자연스럽게 모임과 동아리를 통해 사람을 모으고 조직을 굴리는 경험을 쌓았다. 특히 대학 시절 시작한 독서모임 경험이 이후 트레바리 창업의 핵심 씨앗이 되는데, 그는 2010년 전후부터 친구들과 “책을 읽고 나서 술을 마시자”는 가벼운 취지의 모임을 꾸준히 이어갔다. 이 모임은 처음에는 친목과 수다에 더 가까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일”이 단순한 취미 이상이라는 자각을 그에게 줬다. 나중에 그가 회상한 것처럼, 이 시기의 경험 덕분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겼고, 이것이 사업 아이템으로 이어진다.
대학 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한 것도 단순히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라기보다, “조직과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학부 시절 그는 스타트업, IT 서비스, 콘텐츠 산업에 연관된 강연과 행사에 자주 드나들며, 디지털 플랫폼이 사람들의 일상과 관계를 바꾸는 방식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이 시기에 축적된 관찰이 나중에 “기술이 세상을 먹어 치우는 시대에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핵심”이라는 그의 창업 철학으로 굳어진다.
다음·카카오에서의 경험과 세월호 이후의 문제의식
졸업 후 그는 2014년 1월 포털 다음(이후 카카오)에 입사해 모바일 콘텐츠 제작 관련 부서에서 일했다. 당시 국내 IT 업계는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이었고, 그는 회사 안에서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소비하는 콘텐츠의 형식과 패턴을 실무 레벨에서 체득했다. 뉴스, 웹툰, 동영상, 커뮤니티 등 ‘주의력을 두고 경쟁하는 서비스들’ 속에서 일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좋은 콘텐츠가 사람을 모으는 힘”과 “플랫폼이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을 배웠다.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IT 대기업 커리어에 안주하기보다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사회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고민이 깊어졌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다.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 사회 전반에 깔린 무력감과 불신, 그리고 ‘각자도생’의 분위기 속에서 그는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마무리되던 2015년 1월, 그는 과감히 퇴사를 선택했고, 그해 9월 독서모임 기반 커뮤니티 스타트업 ‘트레바리’를 창업한다. 20대 중반, 한국 최고 수준의 IT 기업에서 나와 수익 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독서모임 비즈니스에 뛰어든 결정 뒤에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태도와, “그래도 한 번쯤은 내가 믿는 가치를 사업으로 검증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트레바리’라는 이름과 서비스의 출발점
트레바리는 순우리말로 “이유 없이 남의 말에 반대하기를 좋아함, 또는 그런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는 뜻이다. 윤수영은 이 단어를 브랜드 이름으로 가져오면서,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라는 슬로건을 붙였다. 그는 ‘괜히 반대만 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대신, 서로의 생각을 치열하게 부딪치되, 안전하고 존중받는 장 안에서 논쟁이 이루어지는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트레바리의 기본 구조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엄격하다. 한 시즌 동안 같은 멤버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3~4시간 동안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모임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책을 완독하고, 모임 이틀 전 자정까지 400자 이상 독후감을 온라인에 제출해야만 한다. 1분이라도 늦으면 회비를 냈더라도 참석이 불가능한 규칙은 트레바리를 “가볍게 들렀다 가는 모임”이 아니라, “책과 대화에 시간과 에너지를 진지하게 투자하는 커뮤니티”로 만든 핵심 장치다.
2015년 창업 당시 트레바리는 4개 클럽, 80명의 멤버로 시작했다. 강남 한켠의 작은 공간에서, 강연도, 거창한 프로그램도 없이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출발했다. 초기에는 “책 읽는 사람이 이렇게 적은데 사업이 되겠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윤수영은 오히려 한국이 OECD 국가 중 독서 시간이 낮다는 통계에 주목하며, “읽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제대로 읽는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역발상했다. 이 비전은 이후 실제 숫자로 입증된다. 트레바리는 몇 년 안에 수십, 수백 개의 클럽으로 확장하며, “독서모임계의 클래식”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독서 커뮤니티 시장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비즈니스 모델과 커뮤니티 설계
트레바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시즌제 멤버십 구조다. 참가자는 특정 클럽에 시즌 단위로 회비를 내고 가입하며, 시즌 동안 정해진 횟수의 정기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클럽은 주제와 큐레이터(리더)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되는데, 인문, 경제, 기술, 예술, 정치 등 주제가 세분화되어 있고, 어떤 클럽은 책 대신 영화, 다큐멘터리, 에세이, 혹은 특정 관심사(스타트업, 커리어, 글쓰기)를 중심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이때 윤수영이 가장 신경 쓴 것은 “누가 모임을 이끄는가”와 “멤버 구성이 얼마나 건강한가”였다. 그는 단순히 유명인사를 섭외하는 데 의존하기보다, 실제로 커뮤니티 운영에 진심인 큐레이터를 선별하고, 이들이 각자 색깔을 가진 클럽을 설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
트레바리의 가장 독특한 규칙인 “선 독후감, 후 참여” 원칙 또한, 단순 페널티 장치가 아니라 커뮤니티 경험 설계의 핵심 축이다. 사전에 글을 쓰고 올라온 독후감을 서로 읽고 들어가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도 막연한 자기소개 대신, 이미 상대의 생각과 관심사, 문체를 어느 정도 알고 대화를 시작한다. 이 구조는 어색함을 줄이고, 즉시 깊은 대화로 진입할 수 있게 해준다. 윤수영은 이를 “서로의 생각에 대한 사전 정보가 공유된 상태에서 만나는, 지적 친밀감의 커뮤니티”로 설명해 왔다.
수익 측면에서도 트레바리는 광고나 제휴가 아니라, 참가자들이 내는 회비에 기반한 구조를 선택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성장 속도를 제한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커뮤니티의 독립성과 신뢰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는 “내가 광고주가 아니라, 눈앞에 앉아 있는 멤버들에게만 책임을 지면 된다”는 식의 말을 여러 매체에서 반복하며, 유료 커뮤니티 모델에 대한 신념을 드러냈다.
코로나 위기와 피봇, 그리고 회복
코로나19 팬데믹은 오프라인 모임에 의존하던 트레바리에 치명적인 위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며 오프라인 독서모임이 중단되었고, 한때 회원의 75%가 탈퇴하는 상황까지 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시기 윤수영과 팀은 빠르게 온라인 모임으로 피벗하며, 화상 회의 툴을 활용한 비대면 독서모임 운영 방식을 실험했다. 모임 전 독후감 제출이라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온라인 환경에 맞는 진행 방식과 호스트 역할, 참여 규칙을 새로 설계해야 했다. 그는 “오프라인에서 쌓아 온 신뢰를 바탕으로,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포맷에서 다시 커뮤니티를 재구성하는 과정”이었다고 회상한다.
코로나가 잦아들면서 트레바리는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종합 취미 모임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독서뿐 아니라, 영화, 와인, 글쓰기, 운동 등 다양한 취미와 학습을 묶어 “같이 배우고, 같이 성장하는 모임”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윤수영의 역할은 단순한 독서모임 운영자를 넘어, ‘취미-학습-관계’를 연결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설계자로 이동했다. 위기 속에서도 기존 멤버들의 충성도와 입소문 덕분에, 트레바리는 한국에서 여전히 가장 인지도가 높은 독서 커뮤니티로 자리잡고 있다.
윤수영의 철학: 외로움, 존엄, 연결
여러 인터뷰와 강연 속에서 반복되는 키워드는 ‘외로움’과 ‘존엄’, 그리고 ‘연결’이다. 그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본다. 회사와 집, 온라인 플랫폼 사이를 오가며 관계는 얕아지고, 진짜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은 줄어든다. 그가 말하는 트레바리는 이 외로움과 “정면 승부”를 거는 장이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같은 사람들끼리, 같은 책을 두고, 솔직한 생각을 주고받는 시간을 반복하다 보면,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신뢰하는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이 ‘존엄’이다. 그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도태되지 않는 삶을 위해서는,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선택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독서와 대화는 도구다. 시류에 떠밀리듯 피드와 알고리즘이 밀어주는 콘텐츠만 소비하는 대신, 의식적으로 책을 선택하고, 그 책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쓰고, 남과 토론하는 행위 자체가 자기 존중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를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트레바리가 사회에 제공하는 가치라고 정의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술이 세상을 먹어 치우는 시대일수록, 사람과 사람의 연결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바일 콘텐츠 기획자 출신답게, 그는 플랫폼과 알고리즘의 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지만, 동시에 그 구조가 만든 피로와 고립도 목격했다. 그래서 트레바리는 기술을 최소한으로 사용해, 오히려 오프라인 만남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예약과 독후감 제출, 커뮤니케이션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지만, 핵심 경험은 여전히 “같은 공간에서 마주 앉아 얘기하는 것”에 있다.
창업가로서의 스타일과 영향력
윤수영의 창업 스토리는 한국에서 흔히 소비되는 “개발자 출신 테크 창업가”의 서사와는 다소 다르다. 그는 공대생도, 프로그래머도 아니며, 거대한 기술 스택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대신 사람을 모으고, 규칙을 설계하고, 문화와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강점을 가진 창업가다. 그가 구축한 트레바리의 문화는 “적당히 친하지만, 너무 사적이지 않은 관계”, “서로를 존중하되, 생각은 끝까지 밀어붙여 보는 논쟁” 같은 모순적인 가치들을 균형 있게 안고 있다. 이는 의식적인 규칙과 호스트 교육, 그리고 큐레이터 선정 과정을 통해 꾸준히 다듬어진 결과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그는 2030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커뮤니티 문화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로도 주목받았다. 고려대 경영대학은 그를 ‘2030 파워리더’ 가운데 IT & 스타트업 분야 인물로 소개했고, 여러 경제지와 매거진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독서모임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대표 사례로 트레바리를 다루었다. 2020년대 들어서는 각종 유튜브 채널과 브랜드 콘텐츠에 출연해, 대기업 퇴사 스토리, 스타트업 창업 과정,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노하우, 그리고 개인적인 독서 철학을 나누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한편,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와의 열애설 추측 등으로 대중문화 영역에서도 그의 이름이 회자되면서, “지적 커뮤니티 창업가”라는 인상이 대중에게 더 강하게 각인되기도 했다. 이런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브런치, 인터뷰, 강연 등에서 “책, 대화, 관계”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트레바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