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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연구가 김진경

요리 연구가·셰프 김진경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온 실무형 셰프이자 연구자입니다. 특히 워싱턴 DC 한국대사관과 글로벌 IT·반도체 기업에서 헤드 셰프를 맡으며, 가정식 한식을 기업·공공 외교의 식탁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성장 배경과 요리 입문

김진경은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뒤 외식문화산업학 석사를 마치며, 요리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학문과 산업으로 함께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었습니다. 전공 선택 자체가 “맛있는 음식”을 넘어서 영양과 식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요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요리에 관한 건 유전자에 있는 듯하다”고 말할 만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식과 함께 자라온 배경을 강조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전주 출신으로 식당을 운영했고, 김치 명인으로 알려진 인물이었습니다. 전주는 한식의 뿌리라 불리는 도시답게, 다양한 전통 음식과 장, 김치 문화가 집약된 지역입니다. 김진경은 어머니의 식당 일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조리와 손맛을 체득했고, 동시에 “명인급” 장인의 엄격한 기준을 옆에서 보고 배우며, 요리에 대한 태도와 기준을 형성했습니다. 그는 이를 두고 “어머니에게 손맛과 열정, 거기에 체력까지 물려받았다”고 표현하며, 긴 시간 서서 일하고, 대규모 연회를 준비하는 요리사로서 필요한 기본기를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셈이라고 말합니다.

수상 경력과 요리대회 활동

대학과 대학원에서 이론을 쌓은 뒤, 김진경은 세계 관광음식박람회 등 여러 국내·국제 요리대회에 출전해 다수의 수상을 거두었습니다. 관광·전시 성격이 강한 박람회에서의 수상은 단순히 맛뿐 아니라 플레이팅, 스토리텔링, 현지 관객과 심사위원을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요구합니다. 이를 통해 그는 “맛있는 한식”을 넘어 “보여줄 수 있는 한식”, “설명할 수 있는 한식”을 만드는 능력을 키워 갔습니다.

요리대회 활동은 이후 그의 진로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공공기관, 대사관, 글로벌 기업 등에서 초청을 받게 되는 계기 중 상당수가 박람회와 공모전에서 보여준 실력과 평판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외 무대에서의 경험은 한식을 다른 문화권에 어떻게 설명하고 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을 키워 주었고, 이는 이후 워싱턴 DC 한국대사관과 글로벌 기업에서의 경력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워싱턴 DC 한국대사관 헤드 셰프 시절

김진경의 경력에서 가장 상징적인 지점 중 하나는 워싱턴 DC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헤드 셰프로 근무한 경험입니다. 대사관 셰프는 단순한 기관 구내식당 조리사가 아니라, 외교 사절단을 접대하고 국가 이미지를 요리로 표현하는 역할을 맡는 자리입니다. 각국 외교관과 정재계 인사들이 한 식탁에 모이는 만찬에서 어떤 메뉴를 내놓을지, 한국의 계절과 문화를 어떻게 보여줄지, 식재료를 어떤 수준의 품질로 구할지 등 복합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각종 만찬과 파티를 총괄하며, 격식을 갖춘 한식 코스는 물론 퓨전 요소를 가미한 메뉴를 구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 떡과 한과를 서양 디저트와 함께 구성하거나, 한식의 장·발효를 접목한 소스류를 서양식 메인 요리에 곁들이는 방식 등으로 “낯선 음식”의 장벽을 낮추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외교 현장에서 한식은 단지 ‘먹는 것’을 넘어, 국가 정체성과 미적 감각, 섬세함을 보여주는 언어이기 때문에, 그는 그 언어를 구사하는 셰프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해 왔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전담 셰프로서의 경험

워싱턴 시절 또는 그 전후로, 김진경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담 셰프로 활동하며 또 다른 형태의 “외교 식탁”을 경험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한국 출신으로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인물이고, 그의 식탁에는 각 나라 정상과 국제기구 주요 인사들이 함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식은 개별 국가의 음식인 동시에, 보다 보편적인 건강식·슬로 푸드로서 의미를 얻곤 합니다.

김진경은 전담 셰프로서 반 전 총장의 기호, 건강 상태, 일정 등을 고려해 메뉴를 구성하면서도, 가능한 한 한국의 식재료와 전통 조리법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기름지고 당분이 높은 요리 대신 채소와 곡물, 발효 식품을 기반으로 한 메뉴를 구성해,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강조하는 세계적 흐름과도 결합하려는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문화를 전달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는 자신의 관점을 점점 더 확고히 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IT·반도체 기업 수석 셰프로서의 역할

외교 무대 이후, 김진경은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에서 수석 셰프로 근무했습니다. 대사관에서의 소수·고급 접대와는 달리, 삼성전자에서는 다수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구내식당·케이터링 시스템을 총괄해야 했습니다. 그는 단조롭던 직원 식당 메뉴를 다양화하고, 겉절이에서 닭강정까지 모든 한식 메뉴를 신선하고 맛있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CEO 비서들이 요청하는 메뉴를 “시간에 딱 맞춰, 원하는 수준으로” 구현해 내는 능력은 김진경의 실무 감각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단순히 레시피를 아는 수준이 아니라, 수십·수백 인분의 음식을 동시다발적으로 준비하면서도 맛과 식감,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 그리고 이를 일정·행사와 정교하게 맞춰 내는 관리 능력이 함께 요구되는 자리였습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한식이 “가족의 식탁”을 넘어 “기업과 공동체의 식탁”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몸소 경험한 인물로, 이후 강연에서 기업 식문화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게 됩니다.

산호세 떡공방과 개성주악 연구

대기업 수석 셰프로서의 경력을 마친 뒤, 김진경은 미국 산호세에서 떡 공방을 운영하며 전통 떡을 현대적 미감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 기사에서 소개된 그의 가을 송편은, 주황빛 감, 진한 쑥색 잎사귀, 분홍 꽃을 품은 흰 구름 모양, 복숭아 형상 등, 시각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묘사됩니다. “먹기 아까울 정도”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그는 떡을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미적 오브제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그가 애정을 갖고 연구해 온 떡 중 하나가 개성주악입니다. 개성주악은 찹쌀가루를 생막걸리로 부풀려 만드는 전통 떡인데, 미국에서는 좋은 막걸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보드카를 비롯해 다양한 술을 동원해 수없이 실험을 반복하며, 현지에서 구현 가능한 최적의 식감과 풍미를 찾으려 했습니다. 이 일화는 김진경이 스스로를 “평소에는 순한 사람인데, 요리에 관해서만큼은 독해지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근거이기도 합니다. 전통을 그대로 복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환경이 달라졌을 때 그 전통의 핵심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는 태도가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한식의 문화·정체성에 대한 관점

김진경은 강연과 인터뷰에서 “한식은 단순히 먹는 음식이 아니라, 기억과 정체성을 이어주는 언어”라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특히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행사에서,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이 어떻게 개인과 가족, 그리고 한국이라는 뿌리를 연결해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살림으로 뿌리내리다’라는 제목의 요리 이야기 연재에서는, 장선용 요리연구가의 두텁편·오미자 화채, 김진경 요리사의 개성주악·단호박 식혜 등이 함께 차려진 자리가 소개됩니다. 참가자 100여 명이 이 음식을 맛보며 “맛의 깊이에서 느껴지는 정성”에 감동했다는 묘사가 이어지는데, 이는 그가 추구하는 한식의 방향이 단순히 유행하는 레시피가 아닌, 정성과 기억이 쌓인 맛임을 보여줍니다. 김진경은 강연에서 기업 구내식당, 커뮤니티 행사, 가정식 밥상이 각각 다른 자리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들 사이에 정을 나누고, 이야기를 이어주는 공통의 매개가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요리 철학과 작업 태도

김진경의 요리 철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전통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실용적 한식”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는 전주의 손맛과 김치 명인 어머니에게서 전통과 정성을 물려받았고, 세계 관광음식박람회, 대사관, 글로벌 기업, 산호세 떡공방을 거치며 실용성과 국제성을 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식을 고집스럽게 ‘원형 그대로’만 지키기보다는, 현지의 재료와 환경 속에서도 본질을 유지할 수 있는 조정 능력을 키웠습니다.

또한 그는 요리를 체력과 끈기의 문제로도 자주 설명합니다. 수십 년간 주방에서 긴 시간을 서서 일하고, 한 메뉴를 위해 술의 종류를 바꿔 가며 수십 차례 테스트를 반복하는 과정은, 감성만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태도는 그가 맡은 자리마다 “메뉴가 달라졌다”, “식당의 만족도가 올라갔다”는 평가로 이어졌고, 그를 다시 새로운 자리로 부르는 신뢰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재 활동과 향후 의미

현재 김진경은 미국 산호세를 기반으로 떡공방과 케이터링, 강연, 칼럼 등을 통해 한식의 가치를 알리고 있습니다. 산호세 SK hynix 법인 한식 총괄 셰프로 활동했다는 보도도 있어, 그는 여전히 한식을 기업·커뮤니티의 식탁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행보는 한식 셰프·요리 연구가의 진로가 더 이상 방송이나 레스토랑에만 한정되지 않고, 외교, 글로벌 기업, 교민 사회, 교육 현장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의미가 있습니다. 전통 떡과 개성주악, 김치와 한정식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산호세라는 새로운 환경 안에서 한식을 현재형으로 번역해 내는 작업은, 앞으로의 한식 글로벌화 과정에서도 중요한 참고점이 될 만한 행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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