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진료 ‘과다 이용자’에 대한 본인 부담금 강화는 건강보험·의료급여 재정 악화를 막고, 이른바 ‘의료 쇼핑’을 줄이기 위해 일정 횟수 이상 외래를 이용하면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율을 대폭 올리는 정책입니다.
1. 지금 무엇이 바뀌고 있나
먼저 건강보험 영역부터 보면, 정부는 이미 2024년 7월부터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평균 20% 수준에서 90%까지 올리는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외래진료 횟수는 단순 처방일수나 입원일수는 제외한, 병·의원에 실제로 방문해 진찰·검사를 받은 ‘순수 외래 내원일수’를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연간 기준은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이고, 365회를 넘는 시점부터 그해 말까지 받는 외래진료에 90% 본인부담이 적용됩니다.
이 제도는 도입 단계부터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정부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는 2026년 하반기에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고쳐, 90% 본인부담을 적용하는 기준을 현행 ‘연 365회 초과’에서 ‘연 300회 초과’로 강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내년부터는 연간 300회까지만 일반 본인부담률(대략 20% 수준)을 적용받고, 301번째 진료부터는 본인부담이 90%로 껑충 뛰게 됩니다.
의료급여(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적용되는 공공부조 의료) 영역에서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해서는 2026년 1월부터 연간 외래진료 이용 횟수가 365회를 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 본인부담률 30%를 부과하는 ‘본인부담 차등제’가 본격 시행됩니다. 현재도 의료급여는 주로 1회 몇 천원 수준의 정액제 구조였는데, 앞으로는 진료비에 비례해 내는 정률제 방식으로 전환되고, 과다 이용 구간에서는 30%까지 올라가는 셈입니다.
2. 구체적인 기준과 적용 방식
건강보험의 경우, 기준은 매우 단순합니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를 세어서 300회(현재는 365회)까지는 기존과 동일한 본인부담률을 적용하고, 그 이후부터는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90%를 환자가 부담합니다. 예를 들어 의원 외래에서 진료비 총액이 2만원이라면 보통은 4000원 정도만 내던 것을, 과다 이용 구간에 들어가면 1만8000원을 환자가 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때 300회인지 365회인지는 정책 시행 시점에 따라 달라지며, 2026년 하반기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면 ‘300회 초과’ 기준이 새로 적용됩니다.
반면 의료급여는 본인부담률 30%지만, 1회에 부담해야 하는 상한선을 두어 급격한 부담 증가를 막고 있습니다. 정부는 외래 1회당 본인부담 상한을 2만원, 약국은 5000원으로 설정해 고액 진료 시에도 일정 수준 이상은 내지 않도록 했고, 월 의료비 지출 5만원 상한제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외래진료 횟수 산정 방식은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순수 외래 내원일수를 기준으로 하고, 365회를 넘는 순간부터 그해 말까지 30%를 적용합니다.
한편 이 제도는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급여의 경우 산정특례 대상 중증질환자, 중증장애인, 아동, 임산부 등 건강 취약계층은 과다 이용자 차등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즉, 실제로 고빈도의 진료가 불가피한 그룹에 대해서는 방어장치를 두고, ‘의료 쇼핑’ 성격이 강한 과다 이용만 겨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3.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 목표와 배경
정부가 외래진료 횟수에 따른 본인부담 강화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한국의 매우 높은 외래 이용률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일수는 OECD 국가들 가운데서 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높고, 특히 특정 환자들이 여러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는 ‘의료 쇼핑’ 행태가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왔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30년까지 저보상 수가는 올리고 과보상된 분야 수가는 내리는 ‘수가 재편’과 함께, 과도한 외래 이용에 대한 본인부담을 높여 지출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종합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건강보험 영역에서 연 365회 초과 시 90% 본인부담을 도입한 것도 이런 흐름의 일환이며, 이번에 그 기준을 연 300회 초과로 더 엄격하게 낮추는 것은 1단계 조치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복지부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2026년 시행계획에서 과도한 외래 이용에 대한 강력한 페널티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의료 쇼핑을 억제해 건보 재정 누수 차단”을 정면으로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의료급여 쪽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있습니다. 의료급여 수급자 중 일부는 거의 매일 외래진료를 받는 사례가 존재하며, 이 역시 “제한 없는 무상 의료”에 따른 도덕적 해이 논란을 야기해 왔습니다. 정부는 의료급여 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환하고 과다 외래 이용 구간에 대해서는 30%까지 본인부담을 부과함으로써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전체 156만 명 의료급여 수급자 가운데 실제로 연 365회를 넘기는 사람은 약 550명 수준으로 추산돼,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4. 예상되는 영향과 논쟁 지점
이 정책은 명목상 ‘극소수 과다 이용자’를 겨냥하지만, 실제로는 의료 접근성과 취약계층 보호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연 300회 이상, 혹은 365회 이상 외래를 이용하는 사람 상당수는 만성질환을 복합적으로 앓거나, 정신질환·노인성 질환 등으로 관리가 필요한 계층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산정특례 중증질환자, 중증장애인, 아동, 임산부 등을 제외한다고 했지만, 이 범주에 들지 않는 복합 만성질환자나 정신질환 환자, 돌봄 공백이 큰 독거노인의 경우 실제로는 상당한 부담 증가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한 외래 본인부담률 인상이 실제로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동시에 필요한 진료까지 줄어들 위험도 항상 지적됩니다. 서울대 연구 등에서는 상급종합병원 경증질환 재진에 대한 외래 본인부담률 인상(60%→100%) 이후 외래 내원일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 감소가 모두 불필요 이용 감소로만 해석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외래 횟수 기준 본인부담 강화 역시 비슷하게, 일부는 과잉 이용 억제 효과를 내더라도, 다른 일부는 필요한 의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위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재정 측면에서는, 외래 과다 이용자에게 90% 또는 30%의 본인부담을 부과하면 해당 구간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정책 대상자가 전체 인구 중 극히 일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직접 효과는 상징적 수준에 그칠 수 있고, 오히려 “과도한 징벌적 부담”이라는 사회적 논란에 비해 재정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조치를 통해 ‘무제한적 의료 이용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주고, 의료 이용 행태 전반을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5. 향후 쟁점과 보완 과제
향후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기준선의 적정성입니다. 현재 논의되는 300회, 365회는 단순히 숫자로 보면 “거의 매일 병원에 간다”는 의미라 상식적으로는 과다 이용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복합 만성질환 관리, 정신건강 문제, 재활 치료 등으로 높은 빈도의 외래 방문이 필요한 환자군이 존재하기 때문에, 횟수만으로 ‘과다’와 ‘필요’를 가르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정교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둘째, 예외·완화 장치의 설계입니다. 의료급여에서처럼 취약계층·산정특례 대상자에 대한 예외를 두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넓게 인정할지에 따라 제도의 성격이 크게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현재 산정특례에 포함되지 않은 희귀 난치질환자나 정신질환자, 장기 재활환자 등을 어디까지 보호할지, 가족 돌봄여건이나 지역 의료 접근성을 어떻게 고려할지 등은 앞으로 구체적인 고시·지침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는 지점입니다.
셋째, 종합적 의료이용 관리와의 연계입니다. 단순히 ‘많이 쓰면 많이 내라’는 방식만으로는 의료 이용의 질을 높이기 어렵고, 의료전달체계 개편, 상급종합병원 쏠림 완화, 1차 의료 강화,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 강화 등과 함께 설계될 때 비로소 정책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정부 역시 2030년 균형수가 재편 계획과 함께 AI 의료기기·신약에 대한 보장성 확대, 비급여 관리 강화 등을 병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외래 진료 횟수 기준 본인부담 강화는 보다 큰 보건의료 개편 패키지 안에서 평가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