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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N 퇴근후N 엄차장 남양주 화덕 장어 구이 쌈채소 장어탕 맛집 식당 

평일 저녁,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히 퇴근길로 향하는 시간. MBC 아나운서국에서도 바쁜 하루가 끝났다. 그러나 방송이 끝났다고 하루가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영포티’(Young Forty)로 불리는 11년 차 차장, 엄주원 아나운서에게는 또 하나의 ‘의식’이 남아 있다. 바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퇴근 후 특식 탐방’이다. 하루의 긴장감을 풀어내는 이 작은 의식은, 방송인으로서의 피로뿐 아니라 40대 직장인으로서의 피곤함을 보듬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번 ‘퇴근 후 N’의 여정에서 엄 차장은 원기 회복의 궁극을 찾아 경기도 남양주로 향했다. 봄 기운이 완연한 남양주 들녘에는 미세한 흙냄새와 생기가 가득했다. 목적지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한 화덕 장어 전문점. 한 번 발을 들이면 누구나 “이집은 다르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는 곳이었다.

하루 300kg 장어, 800도의 화덕에서 시작하다

문을 열자마자 매캐하면서도 고소한 불향이 코를 찔렀다. 주방에서는 굵은 화염이 살아 숨 쉬듯 춤추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 ‘장어 장인’이라 불리는 장정린(58) 씨가 있었다.
그의 하루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양만장에서 당일 살아 있는 장어 300kg을 들여오고, 손질과 세척을 거쳐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친다. 그가 장어를 굽기 시작하면, 불의 온도가 800도까지 치솟는다. 보통 장어는 석쇠나 전기로 굽는 경우가 많지만, 장 씨는 직접 제작한 화덕형 불가마를 쓴다.
“순간적으로 밖을 태워내고 속의 육즙을 잡아두는 게 핵심이에요. 그럴려면 800도 정도는 돼야죠.” 그는 말하며 손에 든 긴 집게로 장어를 재빠르게 뒤집었다. 그 순간, 장어 표면에서 기름이 폭죽처럼 튀었다. 불맛과 초벌의 결정적 차이가 바로 여기서 만들어진다.

양파액 숙성, 냄새 없이 담백하게

장어 요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비린내’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그런 걱정이 사라진다. 장 씨가 내놓은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는 직접 담근 양파액을 5일간 숙성해, 초벌을 마친 장어에 붓는다.
“보통 장어소스는 단맛이 강하거든요. 근데 양파액을 쓰면 단맛은 유지되면서도 비린 향을 싹 잡아요.”
그 말대로 초벌된 장어 위에 닿은 순간 양파액 소스가 은은한 향을 뿜었다.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냄새에 엄 아나운서의 표정이 풀어졌다. “장어에서 이런 향이 날 수 있나요?”라며 놀라워했다.
화덕에서 노릇하게 익은 장어가 도마 위에 오르자, 고소한 기름이 윤기처럼 번졌다. 그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는 순간,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탱글하고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피로가 미세하게 풀리는 듯한 첫맛이었다.

16종 쌈 채소, 봄의 초록을 담다

이 집에는 장어 못지않게 특별한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쌈 채소 군단이다.
엄주원 아나운서가 식탁을 보며 “여기 쌈밥집 아닌가요?”라며 웃을 정도로, 상 위는 초록빛 잔치였다.
상추, 깻잎, 치커리, 청겨자, 겨울부추, 적근대, 케일, 곰취, 배추잎까지 종류만 16가지.
이 모든 채소는 가게 옆 텃밭에서 장정린 씨 부부가 직접 재배한 것이다. 그는 계절마다 토양을 갈고, 밭에서 바로 뜯은 채소를 식당으로 옮긴다.
채소는 단지 곁들임이 아니라, 장어의 느끼함을 씻어내고 향을 완성하는 파트너다. 엄 아나운서가 장어 한 점을 여러 겹의 채소로 감싸 입에 넣자,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건 그냥 고기가 아니라, 봄을 먹는 느낌이에요.”
불의 향과 초록의 향, 고소함과 상쾌함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어우러진다. ‘밸런스’라는 단어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살인적 스케줄, 그리고 잠시의 위로

엄주원 아나운서의 하루는 보통 직장인보다 훨씬 길다.
밤샘 근무로 이어지는 숙직 방송, 이른 새벽 라디오, 그리고 오전 뉴스. 눈을 뜨면 이미 새벽 4시, 눈을 감을 수 있는 시간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찾아온다.
하루 세 번 마이크 앞에 서야 하는 그는 늘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라고 했다. “뉴스 진행은 에너지가 없으면 목소리에 바로 티가 나요. 그래서 회복이 가장 중요하죠.”
그런 그에게 장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일종의 복약(腹藥)이다. 잘 구워진 장어 한 점이 목을 타고 내려갈 때마다 어깨의 피로가 풀려나가는 듯했고, 고단했던 날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이 맛은 영혼까지 충전되는 느낌이에요.” 그가 한 말은 과장처럼 들리지 않았다.

세 번 걸러낸 장어탕, 진국의 마무리

식사의 마지막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가게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장어탕.
장어의 머리와 뼈를 넣고 여섯 시간 이상 푹 고아 낸 뒤, 고깃국물을 세 번이나 걸러낸다.
그 과정에서 불순물과 기름기를 걷어내고, 남는 것은 깊고 투명한 국물뿐이다.
그 안에 들깨가루와 미소 된장이 어우러져 한층 더 부드러운 감칠맛을 낸다.
엄주원 아나운서는 마지막으로 그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이건 기력 회복탕이에요. 안에 힘이 도는 느낌이 나요.”
그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다. 순간적으로 활력이 몸을 감도는 듯했다.

불의 온기로 다시, 내일을 준비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남양주의 초저녁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하루의 묵직함이 잠시나마 사라진 듯했다.
엄 차장은 “퇴근 후 이런 식사 한 번이면 다음 날 목소리 상태도, 기분도 달라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화덕 불빛으로 데워진 장어의 에너지, 그리고 봄 들녘의 초록빛 신선함이 그날의 피로 대신 그의 몸에 스며든 듯 보였다.
장정린 씨는 문 앞까지 배웅하며 말했다. “먹는 건 결국 마음이에요. 그 마음을 불에 태워서 담는 거죠.”
그 말처럼, 이날의 장어 한 점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퇴근 후 재충전의식’이었다. 무심히 지나치던 하루에 불을 붙이는 작은 의식, 그것이 바로 ‘퇴근후N’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리라 할 수 있다.

퇴근길에 불빛이 가로등처럼 이어지는 남양주의 밤. 엄주원 아나운서는 다시 내일의 방송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은 오전과 다르게 훨씬 가벼웠다.
오늘의 화덕 장어가 그에게 준 것은 단지 포만감이 아니라, ‘다시 내일을 견딜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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