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디저트의 나라로 변신하고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식사 후 간단히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하던 문화가 이제는 ‘디저트 카페 투어’로 이어지는 시대가 됐다. 서울, 부산, 대구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저마다의 특색 있는 빵집과 케이크 전문점이 성업 중이다. 그중에서도 요즘 천안에서는 ‘빵지순례’의 성지로 불릴 만큼 유명한 한 대형 빵집이 화제다. 주말이면 약 2,000명의 손님이 몰려들고, 평일에도 끊이지 않는 방문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아침 5시,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인데 이곳의 제빵실은 이미 하루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가득하다. 150명의 제빵사가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며 매일 150여 종이 넘는 케이크와 빵을 만들어낸다. 밀가루 냄새와 버터 향이 가득 퍼지는 공기 속에서 오븐의 불빛이 따뜻하게 반짝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빵의 공장’이라기보다 하나의 예술 작업실에 가깝다.
이른 아침, 트럭이 가게 앞에 도착하자 제빵사들이 부지런히 상자들을 내린다. 그 안에는 오늘의 주인공, 바로 싱싱한 딸기다. 하루에 무려 40킬로그램이나 되는 딸기가 이곳으로 공급된다. 이유는 단 하나, 생크림 케이크 때문이다. 달콤한 생크림 위에 빼곡히 올려진 붉은 딸기들이 마치 꽃처럼 피어 있는 모양새는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딸기 반, 빵 반이에요!”라는 손님들의 탄성이 절로 터질 정도로 풍성한 데코레이션은 이 매장의 자랑이다.
하지만 이곳의 인기 메뉴는 단지 딸기 케이크로 끝나지 않는다. 요즘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진 또 하나의 화제작은 바로 ‘두루마리 휴지를 닮은 쌀 케이크’다.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독특한 케이크는 빵집의 상징적인 메뉴가 되었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장난삼아 ‘진짜 휴지 아니에요?’라며 웃음을 터뜨리지만, 한 입 먹어보는 순간 감탄으로 바뀐다.
쌀가루와 버터를 혼합해 만든 반죽은 밀가루 케이크와는 다른, 고소하고 담백한 풍미를 낸다. 제빵사는 긴 봉을 꺼내 오븐 안에 걸고, 이 위에 얇게 반죽을 펴 바르는 작업을 수십 번 반복한다. 각 층이 균일하도록 맞추는 것은 거의 예술의 경지다. 이렇게 40분 동안 23겹을 쌓아가며 굽는 과정은 오차를 허락하지 않는다. 온도와 시간, 반죽의 점도 하나라도 어긋나면 전체를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완성된 시트는 길게 늘어선 롤 형태로 구워져 나오는데, 이것을 일명 ‘작두칼’이라 불리는 특수칼로 일정한 크기로 자르면 흰색과 누런 층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단면이 드러난다. 식감은 폭신하고 부드러우며 입안에서 천천히 녹아내린다.
한편, 이 빵집에서는 팥빵 명장도 별도로 있다. 그는 새벽부터 커다란 솥 앞에서 팥을 다룬다. 한 번의 작업에 들어가는 팥은 무려 100킬로그램. 이것을 장장 7시간 동안 끓이고 식히는 과정을 거쳐 수제 팥소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시중의 단팥은 설탕 시럽을 많이 섞어 단맛이 진하지만, 이곳의 팥은 콩 본연의 고소함과 담백함이 살아 있다. 불 조절을 잘못하면 금세 타버리기 때문에 제빵사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팥을 저으며 시간을 보낸다.
완성된 팥빵은 돌가마로 직행한다. 전통 방식의 돌가마는 고온에서 수분을 빠르게 조절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준다. 구워지는 동안 빵 껍질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가 가게 안을 가득 채우면 손님들은 유리창 너머로 구워지는 과정만 봐도 군침이 돈다. 돌가마 앞 제빵사의 손놀림은 마치 장인의 손짓 같다. “좋은 빵은 시간과 정성, 그리고 정확한 온도가 만나는 지점에서 완성됩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이곳의 모든 빵에는 수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
이 대형 빵집은 단순히 규모나 판매량만으로 주목받는 곳이 아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정직한 재료’와 ‘정성’이다. 모든 케이크는 유화제를 최소화하고, 인공 향료 대신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 신선한 우유와 지역 농가에서 공수한 과일, 국산 쌀가루 등 원재료 하나하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디저트를 만든다.
최근에는 손님들의 참여 프로그램이나 체험관도 운영하며 ‘디저트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생크림 케이크를 직접 꾸미거나 쌀케이크를 만져보는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다. 여행 중 들르는 사람들도 많고, SNS 인증샷 명소로도 뜨고 있다.
이처럼 천안의 한 구석에서 시작된 빵집이 전국적 화제의 중심이 된 이유는 단지 맛 때문만이 아니다. 매일 새벽부터 빵 하나, 케이크 한 조각에 자신의 손맛을 담는 150명의 제빵사들의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실과 정직, 기술과 감각이 어우러진 이들의 예술은 천안 시민은 물론 전국의 ‘빵덕후’들에게 달콤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오늘 방송의 ‘대(大)공개’에서는 바로 이 달콤한 제과의 세계를 낱낱이 파헤친다. 밀가루와 버터, 설탕으로 시작된 한 조각의 예술이 어떻게 수많은 사람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직접 확인해보자. 생크림 케이크 위 반짝이는 딸기, 휴지 모양 쌀 케이크의 기발함, 그리고 오랜 정성이 깃든 팥빵의 구수한 향이 어우러진 대한민국 디저트의 최전선—그 달콤한 비밀이 오늘 마침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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