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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허영만 백반기행 45년 내공 고성 면 요리의 절대 고수

명태 회 냉면은 함경도식 냉면 계열에서 갈라져 나온 메뉴로, 염장 또는 삭힌 명태 살을 매콤달콤·새콤하게 무쳐 차가운 냉면과 함께 즐기는 동해안 대표 별미입니다. 강원도 속초·고성 라인과 함경도 출신 실향민 식당을 축으로 발전해온 음식이라, 지역 정체성과 이주사의 기억이 진하게 묻어나는 한 그릇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원과 지역적 배경

명태 회 냉면의 뿌리는 기본적으로 함경도식 냉면, 그 중에서도 함흥냉면 계열에 있습니다. 메밀 비중이 높은 평양냉면과 달리, 감자·고구마 전분을 많이 쓴 쫄깃한 면, 그리고 생선회 비빔을 얹는 스타일이 대표적인 특징인데, 명태 회 냉면은 바로 이 “회 비빔 냉면” 문화가 동해안으로 옮겨지며 자리잡은 형태입니다.

한국전쟁 전후로 함경도·함흥 지역 사람들이 대거 남하하면서 강원도 속초·고성 일대에 정착했고, 이들이 고향에서 먹던 식습관을 이어가며 냉면도 함께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북쪽에서 흔하던 홍어·가자미·명태 기반 회냉면이 동해안의 풍부한 명태 자원과 만나 “명태회”를 중심으로 구조가 재편된 것이 지금의 명태 회 냉면입니다. 속초 아바이마을 일대 노포들이 “명태회 냉면” 간판을 내걸면서 이 메뉴는 단순한 지역 음식이 아니라 실향민 공동체의 향수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재료 구성과 맛의 구조

명태 회 냉면의 중심에는 말 그대로 명태회무침이 있습니다. 보통 선도 좋은 명태 살을 얇게 포 뜨거나 채를 썰어 염장 또는 약간 삭힌 뒤, 고춧가루·고추장·다진 마늘·생강·설탕·식초 등으로 만든 양념에 버무려 사용합니다. 명태 자체는 담백하고 지방이 적기 때문에, 단맛과 매운맛, 산미가 살아 있는 양념과 만나야 비로소 풍부한 맛이 살아나고, 동시에 생선 특유의 비린 향이 정리됩니다.

양념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는 산미와 단맛의 균형입니다. 식초는 비린내를 잡고 상큼함을 주는 역할을 하며, 설탕이나 매실액, 올리고당 등의 단맛은 매운맛을 완충하고 냉면 전체의 맛을 둥글게 만들어 줍니다. 일부 레시피에서는 사이다를 소량 넣어 탄산과 은은한 단맛으로 비빔장을 가볍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로 명태회 냉면 비빔장에서 사이다는 상큼한 청량감을 보강하는 치트키처럼 활용됩니다.

면은 감자·고구마 전분 비율이 높은 함흥식 냉면 사리를 쓰는 경우가 많으며, 이 면은 삶은 뒤에도 탄력과 쫄깃함이 강하게 유지됩니다. 이런 면은 양념이 잘 배면서도 쉽게 퍼지지 않기 때문에, 비벼 먹는 동안에도 식감이 무너지지 않고 한 젓가락마다 다른 농도의 양념과 회를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기본 고명으로는 오이채, 무절임, 삶은 달걀 반쪽, 깨, 참기름 등이 올라가고, 어떤 집은 잔파나 통깨를 넉넉히 뿌려 고소한 향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맛의 구조를 감각적으로 정리하면, 가장 먼저 차가운 면과 육수(또는 면 자체)의 온도감이 입 안을 시원하게 식히고, 이어서 명태회의 매콤달콤·새콤한 양념이 혀를 자극합니다. 명태 살은 적당히 꼬들꼬들하고 탄성이 있어 면과 함께 씹을 때 식감 대비를 만들어 주며, 무절임과 오이는 아삭한 식감을 더해 전체적으로 온도·식감·맛의 대비가 분명한 한 그릇이 됩니다.

물·비빔 방식과 지역별 스타일

명태 회 냉면은 물냉면 베이스에 명태회를 얹는 방식과, 비빔냉면처럼 육수가 거의 없이 비비는 방식, 두 가지가 모두 존재합니다. 속초 명태회냉면 전문점들을 보면, 육수의 비중을 어느 정도 두는지, 양념장의 농도를 어떻게 잡는지에 따라 집집마다 개성이 갈리는 편입니다.

함경도식 전통을 강조하는 곳일수록, “물냉이지만 비빔의 존재감이 강한” 구조를 택합니다. 차가운 고기 육수 또는 동치미 육수를 바탕으로 하되, 그 위에 올라가는 명태회 양념이 또렷한 매운맛을 내고, 손님이 취향에 따라 비벼 먹으면서 농도를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육수는 지나치게 진하지 않고 비교적 담백하고 시원한 방향을 유지해, 명태회 양념을 받쳐주는 배경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속초 시내의 일부 식당이나 가정용 레시피에서는 완전히 비빔냉면처럼 육수를 거의 쓰지 않고, 비빔장과 명태회무침, 무절임의 양을 늘려 “명태회 비빔냉면” 쪽에 가깝게 구성하기도 합니다. 이런 스타일은 양념의 농도가 진하고 단맛과 산미가 강해서, 입맛이 없을 때 자극적으로 먹기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살얼음 살짝 낀 육수를 조금 부어 ‘비빔+물’ 중간 정도의 농도로 맞추는 집도 있어, 물·비빔의 경계가 유연한 메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속초 아바이마을 일대 식당들이 비교적 매운맛이 강하고 색깔도 진한 편이며, 강릉이나 동해 쪽으로 내려가면 양념이 조금 완만하고 단맛 비중이 다소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는 집집마다 차이가 크고, 최근에는 프랜차이즈와 가정간편식 제품을 통해 맛이 어느 정도 표준화되는 흐름도 함께 나타납니다.

집에서 만드는 기본 방법

집에서 명태 회 냉면을 만들 때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시판 명태회 제품을 활용해 비빔장과 면, 기본 고명만 잘 준비하는 방식이고, 조금 더 본격적으로 하려면 명태회무침 자체를 직접 만드는 단계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시판 명태회를 쓸 경우, 우선 무를 채 썰어 소금·설탕·식초를 넣어 가볍게 절인 뒤 물기를 짜서 준비합니다. 오이는 어슷썰거나 채 썰어 놓고, 계란은 반숙 혹은 완숙으로 삶아 두면 고명 준비는 끝입니다. 비빔장은 고추장, 고춧가루, 식초, 설탕(또는 매실액), 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 통깨, 참기름 등을 섞어 만드는데, 여기서 본인의 입맛에 맞게 단맛과 신맛을 조절하면 됩니다. 사이다를 한두 숟가락 넣으면 상큼한 단맛이 추가되어 양념이 한층 가벼워지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면은 냉면 사리를 끓는 물에 넣어 1분 30초 내외로 짧게 삶은 뒤, 재빨리 찬물에 여러 번 비벼 헹궈 전분기를 제거하고 완전히 차갑게 식혀야 쫄깃한 식감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릇에 면을 돌돌 말아 담고, 위에 무절임과 오이채를 얹은 뒤, 명태회를 듬뿍 올립니다. 그 위로 준비한 비빔장을 적당량 끼얹고, 삶은 계란 반쪽과 참기름·통깨를 뿌려 마무리하면 기본적인 명태 회 냉면 한 그릇이 완성됩니다.

명태회무침을 처음부터 직접 만들고 싶다면, 명태 살을 길게 썰어 식초·막걸리식초·설탕·소금 등에 하루 정도 살짝 삭혀 두었다가 양념에 버무리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작업을 거치면 명태 살의 질감이 더 꼬들하고 풍미가 깊어져, 단순히 생명태를 바로 양념한 것보다 식감과 맛이 훨씬 풍부해집니다. 여기에 집집마다 고춧가루 입자 크기를 섞어 쓰거나, 생강청·매실청 등 각자의 비밀 재료를 더해 개성을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적 의미와 변주 가능성

오늘날 명태 회 냉면은 단순한 여름철 별미를 넘어서, 함경도 실향민의 역사와 동해안 어업 문화, 한국 냉면의 계보가 교차하는 흥미로운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속초 명태회냉면 맛집을 소개하는 기사나 블로그에서는 “아바이의 추억이 담긴 냉면”, “실향민의 그리움을 달래주던 한 그릇”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이를 통해 음식이 기억과 서사의 매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명태 어획량 변동, 자원 관리 문제 등으로 인해 예전처럼 생물 명태를 풍부하게 쓰기 어려워지면서, 냉동 명태, 코다리, 동태포 등을 활용한 변형 레시피도 널리 공유되고 있습니다. 일부 가정과 식당에서는 명태 대신 가자미, 아귀살 등을 활용해 유사한 방식의 회무침 냉면을 선보이기도 하며, 채식 지향 고객을 위해 버섯·콩단백·곤약 등을 이용한 ‘비(非)어류 명태회 스타일’ 토핑을 연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납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는 냉동 명태회와 양념장, 냉면 사리, 육수를 한 번에 구성한 제품이 등장해, 별다른 손질 없이도 집에서 10분 내외에 명태 회 냉면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조리법을 극도로 단순화하면서도 전통적인 함경도식 냉면의 정수를 일정 부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전통적 노포의 레시피와 현대식 제품 개발이 교차하면서, 명태 회 냉면은 과거의 향수와 현재의 편의성을 동시에 담아내는 상징적인 메뉴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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