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부안군에 자리한 변산반도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반도형 국립공원으로, 풍요로운 자연환경이 그대로 녹아든 다채로운 특산물을 자랑한다. 99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청정 갯벌과 서해 바다가 펼쳐지고, 변산 내륙의 비옥한 토지에서 뽕나무가 자라며, 고소한 바람이 수산물을 천천히 숙성시키는 이 땅은 바다와 들판, 산이 함께 빚어낸 특별한 먹거리의 보고다.
1. 곰소 젓갈
부안 변산반도를 대표하는 특산물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곰소 젓갈이다. 곰소 지역에서 젓갈 제조업이 시작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여러 문헌을 통해 고려 시대로 추측되며, 고려 시대부터 칠산 어장을 중심으로 한 조기잡이와 조기 가공품 생산으로 잘 알려진 곳이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곰소 젓갈은 단순한 지역 먹거리를 넘어 대한민국 발효 식품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청정 해역인 변산반도 근해의 싱싱한 어류와 1년 이상 저장한 곰소 염전의 천일염을 사용한 담백하고 깊은 맛의 젓갈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곰소 젓갈이 특별한 이유는 재료 하나하나의 품질에 있다. 변산반도 골바람과 서해 낙조를 받으며 자연 숙성된다는 점, 그리고 곰소 천일염만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른 지역 젓갈과 차별화되는 핵심이다.
곰소 지역에서 생산되는 젓갈은 멸치 액젓을 비롯해 새우젓, 바지락젓, 황석어젓, 갈치속젓, 멸치젓, 고노리젓, 밴댕이젓, 잡젓 등 20여 종에 이른다. 14~16가지의 다양한 종류의 젓갈만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밥 한 공기가 뚝딱 비워질 정도다.
2010년 기준으로 곰소 젓갈류의 연 매출액이 1,400억 원을 넘어섰으며, 2019년에는 곰소 지역의 젓갈 생산업체 4개소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전통 식품 명인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매년 10월에는 곰소 젓갈 발효 축제가 열려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2. 곰소 천일염
곰소 젓갈의 품질을 뒷받침하는 핵심이 바로 곰소 천일염이다. 곰소 천일염은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해수를 태양열로 증발·건조해 만든 고품질 천일염으로, ‘서해안 청정 해역의 새하얀 눈꽃’이라 불린다. 염화마그네슘 함량이 거의 없고 간수 함유율이 낮아 김치 절임이나 젓갈류 등에 사용할 때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조선 시대부터 곰소 염전에서 천일염을 생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곰소 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은 서울 노량진과 마포 나루를 통해 도성으로 운송되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소금이 지금도 동일한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면적 897㎢의 염전에서 20㎏ 소금 포대로 연간 약 10만~15만 가마가 생산된다. 곰소염전 소금은 번호가 있는데, 번호만 봐도 어느 염전에서 생산되었는지 만든 이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생산자 실명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3. 바지락
99km의 해안을 접한 부안군은 예부터 청정해역에서 서식하는 바지락이 유명하다. 변산반도 연안에서 채취되는 육질이 좋고 해감이 필요 없는 자연산 바지락을 재료로, 신선한 야채, 부안 쌀, 그리고 아미노산·칼슘·철분 등의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뽕잎을 넣어 만든 뽕잎 바지락죽은 맛이 담백하고 영양이 풍부하다. 철과 비타민 B1, B2를 함유하고 있어 빈혈 예방에 좋은 바지락은 탕, 무침, 죽, 칼국수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특히 부안의 뽕잎 바지락죽은 지역 고유의 식재료와 청정 해산물이 만나 탄생한 향토 음식으로, 여행자들에게 꼭 한 번 맛보길 권하는 대표 먹거리다.
4. 백합
백합은 서해안의 중심지인 부안의 특산품으로서 조선 시대부터 진상품으로 올려진 식품으로, 30여 가지 영양소와 다량의 철분 함량으로 여성들의 빈혈과 숙취 해소에 좋다. 백합은 횟감이나 찜, 구이 요리로도 일품이며 죽으로 요리하면 담백한 맛이 배가 되어 더욱 구수하다. 예로부터 왕실의 수라상에 오를 만큼 그 맛과 영양이 뛰어난 백합은 지금도 부안의 미식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특산물이다.
5. 꽃게 및 꽃게장
게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서 소화성도 좋고 담백하며,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매우 좋은 최고의 영양 식품이다. 청정 부안 앞바다는 꽃게의 집산지로 유명하며, 알이 찬 암꽃게로 담근 꽃게장의 맛은 으뜸으로 꼽힌다. 밥도둑이라 불리는 꽃게장은 부안의 풍부한 수산물 환경과 곰소 천일염이 결합된 결과물로, 전국의 미식가들이 부안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6. 설숭어와 주꾸미
청정 부안 앞바다 칠산어장에서 첫눈이 내린 이후부터 맛이 절정에 달한 설숭어는 육질이 찰지고 담백하여 미식가들의 구미를 당기는 생선이다. 부안군에서는 해마다 설숭어 축제를 열어 많은 관광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고 있다. 겨울철 별미로 꼽히는 설숭어는 첫눈이 내린 뒤 찬 바닷물에서 더욱 살이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산반도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주꾸미는 회 또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 맛이 일품이며, 특히 알을 배는 시기인 4~5월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7. 오디·뽕잎·뽕주
부안은 바다 특산물 못지않게 육상 특산물도 풍부하다. 부안누에타운특구에서 재배된 오디는 청정 과실로 맛과 당도가 뛰어나 생과로 섭취하기 좋으며, 사과나 포도 등 다른 과실보다 안토시아닌 함량이 월등히 높다. 비타민 C 함량은 감귤보다 1.5배 높으며 혈당 강하 성분인 DNJ를 비롯하여 당분, 카로틴, 탄닌산 등 여러 유용한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오염되지 않고 미네랄이 풍부한 청정 부안의 토질에서 자란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이용하여 숙성 발효시킨 부안뽕주는 부안누에타운특구에서 생산되는 선도 제품으로, 맛이 부드럽고 은은하여 애주가들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뽕잎은 음식 재료로도 폭넓게 쓰인다. 뽕잎절임고등어는 등푸른 생선인 고등어를 뽕잎 추출액으로 염장 숙성하여 기능성을 더하고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게 진공 포장한 제품으로, 어린이나 노약자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영양 많은 식품이다.
8. 변산반도 김
대륙붕이 발달하여 유기질 및 갯벌이 풍부한 변산반도는 주변 연안의 지리적 입지가 양호하여 김이 성장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청정 서해안 변산 앞바다에서 채취하여 자연의 향과 맛을 듬뿍 간직한 질 좋은 원료만 엄선해서 가공한 김은 우수한 자연 건강식품으로 평가받는다.
9. 전어와 갑오징어
뼈째 먹는 생선인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돌아온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가을철 별미로 유명하며, 칼슘·비타민·불포화지방산 등이 다량 함유된 영양 만점 생선이다. 육질이 담백하고 구수하여 횟감 및 구이로 먹으면 더욱 좋다.
해저층이 바위로 되어 있는 곳에 통발어구를 설치하여 4~5월경에 어획하는 갑오징어는 저칼로리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좋으며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단백질, 칼슘, 칼륨, 비타민 E 등 영양소가 아주 풍부하고 회, 볶음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마치며
부안 변산반도의 특산물은 단순한 지역 먹거리를 넘어 수백 년의 역사와 청정 자연환경이 빚어낸 소중한 유산이다. 고려 시대부터 이어진 곰소 젓갈의 발효 문화, 조선 왕실에 진상되던 백합, 서해의 청정 바다에서 나는 바지락·꽃게·주꾸미, 그리고 내륙의 비옥한 땅에서 자란 오디와 뽕잎까지, 바다와 산과 들이 함께 내어주는 풍요로움이 변산반도를 찾는 이들의 발길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