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트롤리 버스’는 아직 실제로 운행 중인 완성된 노선이 아니라, 원도심(영도·중·동·서구)을 하나로 엮는 새로운 관광 교통모델로 ‘도입이 추진 중인 사업’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개념·계획·의미를 중심으로 정리할 수 있고, 실제 탑승 후기·요금 체계 등은 향후 확정될 사안으로 보시면 좋습니다.
트롤리 버스란 무엇인가
‘트롤리 버스’는 보통 서구권 관광지에서 많이 보는 레트로 전차(트롤리) 스타일의 관광 전용 버스를 뜻합니다. 전기 동력을 쓰거나, 외형만 클래식 트램처럼 꾸민 버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일반 시내버스와 달리 특정 관광 코스를 순환하며 운행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일본 다테야마 알펜루트처럼 고지대 터널을 전기로 통과하는 친환경 트롤리 버스 사례가 대표적인데, 부산이 구상하는 모델도 ‘도시의 풍경과 역사를 천천히 보여주는 관광형 차량’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부산이 도입을 추진하는 트롤리 버스 역시 기존의 시티투어 2층 버스와는 다른, 원도심 골목과 산복도로까지 파고드는 소형·중형급 관광 버스 개념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외형은 클래식 트램 이미지, 운행 방식은 순환형 시티투어, 내용은 ‘원도심 재생 관광 버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부산 원도심과 트롤리 버스 추진 배경
부산시는 오랫동안 해운대·광안리·벡스코·동부산(기장) 위주의 관광 수요에 비해, 영도·중·동·서구로 대표되는 원도심 체류 시간이 짧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자갈치·국제시장·남포동·용두산공원 정도를 반나절 들렀다가 다른 권역으로 이동해버리는 패턴이 일반적이라, 숙박·상권·문화시설이 밀집한 원도심 지역에 관광 소비가 충분히 남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게다가 영도·동·서구는 인구감소와 고령화, 산복도로 주거지의 노후화 등으로 ‘지방소멸 대응’이 필요한 대표적인 원도심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이들 구청과 부산시의회는 “관광이 곧 생활 인구 유입”이라는 관점에서, 개별 관광지 마케팅이 아니라 ‘권역을 하나로 묶는 교통·코스’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그 결과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영도·중·동·서구를 한 바퀴 잇는 트롤리 버스형 통합 관광노선입니다.
원도심 출신 시의회 의장·운영위원장이 앞장서 이 모델을 시에 공식 건의했고, 부산시는 차량 유형, 예산, 노선 구성 등을 검토하는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이 사업이 실제 시행되면, 지금의 “점 단위 관광지 방문”에서 “선형(노선)으로 이어진 체류형 관광”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실험적 시도가 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계획 중인 노선 개요와 예상 코스
부산시의회와 시가 밝힌 구상에 따르면, 트롤리 버스는 약 35km 구간을 약 2시간 동안 순환 운행하는 형태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출발점은 북항 크루즈터미널 인근으로, 부산역·자유시장·진시장 등과 연계해 기존 철도·고속버스 이용객도 바로 갈아탈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합니다.
공개된 윤곽을 종합하면, 노선은 대략 ‘북항·부산역 → 중구(자갈치·남포동·용두산공원 일대) → 서구(송도·암남동, 산복도로) → 영도(영도대교·흰여울문화마을·태종대 일대) → 다시 북항으로 복귀’하는 순환 구조가 유력합니다. 이 코스는 이미 부산시티투어 그린라인이 일부 구간을 커버하고 있는데, 기존 시티투어가 해안 경관 중심이라면, 트롤리 버스는 산복도로와 생활 골목까지 깊숙이 들어간다는 점이 다릅니다.
특히 산복도로 구간이 핵심입니다. 산복도로는 항만·공업도시 부산이 형성되던 시절, 언덕을 따라 다닥다닥 들어선 주거지와 골목 경관이 독특한 곳으로, 최근에는 카페·전망 명소와 함께 ‘부산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트롤리 버스가 이 산복도로와 영도 골목을 연결해 한 번에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구상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현재 운행 중인 부산 시티투어 버스와의 차이

An open-top double-decker Busan City Tour bus on a coastal road with the Busan Harbor Bridge.
부산에는 이미 BUTI로 알려진 2층 시티투어 버스가 운행 중입니다. 이 버스는 레드·그린·오렌지 등 3개 노선으로 해운대·광안리·태종대·송도·오륙도 등 주요 관광지를 약 50분 간격으로 순환하며, 1일권 티켓을 사면 하루 동안 무제한 환승이 가능합니다. 2025년 기준 성인 2만원 수준의 요금으로, 동부·서부·야경 코스 등 테마 노선도 별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롤리 버스는 무엇이 다르냐가 관건입니다. 첫째, 대상 권역이 ‘원도심 4개 구’로 확실히 좁혀져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시티투어가 부산 전체 핵심 관광지를 넓게 훑는다면, 트롤리 버스는 북항·원도심·산복도로·영도에 집중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골목과 생활공간까지 보여주는 기능을 노립니다.
둘째, 차량 콘셉트가 다릅니다. 시티투어 버스는 2층 오픈탑 형태로 바다·대교 조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셋째, 운영 목적과 스토리텔링이 다릅니다. 시티투어는 대표 관광지 접근성과 뷰를 강조하는 반면, 트롤리 버스는 “부산 진짜 매력, 골목 구석구석을 보여주겠다”는 기획자의 의도가 강조된 모델입니다. 역사·도시재생·생활문화 해설이 강화된, 일종의 ‘원도심 인문 투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책적 의미와 기대 효과
부산 원도심 트롤리 버스 사업은 단순한 교통 수단 도입을 넘어, 관광·도시재생·인구정책이 결합된 프로젝트로 평가됩니다. 첫째, 교통 측면에서는 원도심 4개 구를 하나의 생활·관광권으로 묶어주는 ‘대동맥’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자갈치·국제시장·영도·송도·산복도로가 한 노선 위에 올라가면, 관광객의 동선이 한층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습니다.
둘째, 경제 측면에서는 골목 상권 활성화 효과가 기대됩니다. 개별 관광지에만 사람이 몰리는 구조에서, 순환형 노선과 정류장 주변으로 카페·식당·게스트하우스·공방 등이 새로 생기거나 확장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지방 중소도시에서 운행 중인 트롤리 버스가 구도심 상권 회복에 일정 기여를 했다는 사례가 거론되면서, 부산도 유사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셋째, 도시 브랜드 측면에서 의미가 큽니다. 부산은 해운대·광안리 이미지가 강한데, 트롤리 버스를 통해 ‘항만·산복도로·골목 도시’라는 정체성을 패키지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는 크루즈 관광객이나 K-콘텐츠 팬들에게 “엽서 같은 바다 도시”를 넘어 “생활이 보이는 도시” 이미지를 더해주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방소멸 대응 정책과 연결됩니다. 인구 감소가 심한 원도심 3개 구(동·서·영도)는 이미 통합 관광코스 개발을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선 상태이고, 트롤리 버스는 그 연장선에서 ‘사람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실험 도구로 기능합니다. 하루에 몇 번, 일정한 주기로 골목을 오가는 관광 교통이 생기면, 장기적으로는 청년 창업·문화 공간 유치 등 추가 정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추진 단계와 향후 과제
현재 부산 트롤리 버스는 ‘도입 추진 및 검토’ 단계입니다. 부산시의회에서 트롤리 버스형 관광노선 도입을 공식 제안했고, 시는 차량 형태, 노선 구성, 예산 확보 방안 등을 종합 검토 중이라고 밝힌 상태입니다. 이후에는 시범 운행을 거쳐 본격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절차가 예정돼 있습니다.
과제도 분명합니다. 우선 재원 확보입니다. 노선 길이가 35km에 이르고, 하루 여러 차례 순환 운행을 하려면 차량 도입·정비·인건비 등 고정비가 상당합니다. 시티투어 버스처럼 유료 티켓 판매로 어느 정도 상쇄하더라도, 초기에는 재정 지원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기존 교통과의 관계 설정입니다. 이미 부산 시티투어 버스가 해안·태종대·송도 등을 도는 상황에서, 트롤리 버스가 단순 중복 노선이 되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티투어=부산 전역 뷰·핵심 스폿’, ‘트롤리=원도심 골목·인문 투어’처럼 포지셔닝을 명확히 나누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셋째, 골목·산복도로의 물리적 한계입니다. 도로 폭이 좁고 경사가 심한 구간이 많아, 차량 크기·회차 지점·안전 운행이 큰 변수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어떤 식의 차량(저상·중형·전기 트롤리 등)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노선 설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넷째, 지역 주민과의 조율입니다. 골목 깊숙이 관광버스가 들어올 경우, 소음·교통 혼잡·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상권 활성화와 도시재생에 대한 기대도 공존하기 때문에, 정류장 위치·운행 시간·탑승 인원 등을 놓고 주민 의견을 어떻게 설계에 반영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와 해설의 수준입니다. 단순히 골목을 돌아보기만 하는 버스는 금세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원도심의 역사, 산복도로 형성 과정, 피난민 촌의 기억, 조선·항만 산업의 변천, 영도의 조선소와 해양산업 이야기 등이 제대로 녹아들어야 ‘부산만의 트롤리 버스’로 차별화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 해설사, 멀티미디어 안내 시스템, 지역 작가·아티스트와의 협업 등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