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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시덴토프

맥스 시덴토프(Max Siedentopf)는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낯설게 비틀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면서도 묘하게 불편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업으로 유명한 1991년생 나미비아-독일계 컨셉추얼 아티스트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사진·영상·조각·설치·광고 캠페인을 넘나들며, “진지하게 안 진지하기(Seriously Not Serious)”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유머러스한 초현실주의 미감을 구축해왔다.

간단한 이력과 배경

맥스 시덴토프는 1991년 6월 27일 태어난 나미비아-독일 국적의 아티스트로,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 남서부의 사막 국가 나미비아에서 보냈다.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네덜란드 등지에서 활동했고, 암스테르담의 독립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케셀스크래머(KesselsKramer)의 역사상 최연소 파트너가 되었을 만큼 광고·디자인 업계에서도 빠르게 주목받았다. 그는 예술가, 디자이너, 출판인, 감독이라는 여러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며, 상업 캠페인과 미술 작업을 가르지 않고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다룬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젊은 시절 수영 선수로 활동한 경험을 종종 언급하는데, 새벽에 풀장에 나가 규칙적으로 훈련하던 루틴이 지금의 작업 습관에도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규칙적인 반복과 훈련을 통해 아이디어와 감각을 유지하는 ‘조용한 규율’이, 겉으로 보기엔 즉흥적이고 장난스러운 그의 작업 뒤에 숨은 중요한 축이라는 점은 인터뷰 곳곳에서 드러난다.

작업 세계의 핵심 키워드: 초현실, 유머, 불편함

시덴토프의 작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장면을 만드는 사람”에 가깝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사물과 상황을 과장하거나 비틀어, 우리가 익숙함 때문에 못 보고 지나쳤던 사회적 긴장과 모순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볼 법한 연필과 자, 가위 등의 문구를 조합해 무기처럼 보이게 만든 「Tools To Secure School Safety And Security」 시리즈는, 총기 사건 이후 강화된 학교 보안 담론이 얼마나 기괴한 상태에 이르렀는지를 가볍게, 그러나 결정적으로 찌른다.

그의 사진 연작 「Stick Up Your Butt」는 “비판가들은 엉덩이에 꽂힌 막대기를 좀 빼야 한다”는 흔한 표현을, 실제로 엉덩이에 막대기가 꽂힌 인물들의 이미지로 치환해버린 작품이다. 거친 말장난처럼 보이는 이 시리즈는, 정치·사회·경제 위기가 산적한 시대에 ‘유머를 예술의 무게에서 배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질문을 뒤집어 던지며, 유머 자체를 비판의 도구로 다시 환원시킨다.

한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조각 작품들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투표소 한가운데에서 바지를 내리고 있는 인물을 극도로 사실적인 조각으로 구현해 “민주주의”라는 제목을 붙이거나, 어린아이의 유치가 뽑히는 순간을 털 한 올까지 재현해낸 「유치」, 온몸이 털로 뒤덮인 인물이 숨어 있는 듯한 「숨바꼭질」 같은 작품으로, 관람객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시에 이게 뭐지?’라는 이중 반응을 보이게 만든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재현과 유치한 농담이 결합해, 미술관이라는 공간 자체를 장난감처럼 느끼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대표 프로젝트들

「Toto Forever」: 사막 한가운데에서 영원히 재생되는 노래

시덴토프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대표작은 나미브 사막 어딘가에 설치했다고 알려진 작품 「Toto Forever」다. 그는 사막 모래 위에 흰색 받침대를 원형으로 배치하고, 그 위에 스피커 여섯 대와 태양광으로 구동되는 MP3 플레이어를 설치해, 미국 밴드 토토(Toto)의 1982년 히트곡 「Africa」를 영원히 재생되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고, 실제로 지금도 작동 중인지 확인한 사람도 없어 작품 자체가 일종의 도시 전설처럼 소비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인터넷 밈으로 소비되던 “We bless the rains down in Africa”라는 가사를 현실의 사막 한가운데에 꽂아 넣은, 밈와 현실의 교차지대에 대한 실험으로 볼 수 있다. 「Africa」라는 곡이 가진 로맨틱한 아프리카 이미지, 서구 대중문화가 만들어낸 ‘아프리카 판타지’, 그리고 실제 나미브 사막의 건조한 풍경이 맞부딪치면서, 감상자는 이 프로젝트를 진지한 예술인지, 거대한 농담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다. 시덴토프는 이런 모호한 지대를 일부러 만든다. 그는 관객에게 ‘정답’을 주기보다 “머릿속에 오래 남는 생각 한 조각”을 남기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코로나 마스크 시리즈와 논쟁

팬데믹 초기에 발표한 코로나 마스크 사진 시리즈는 그의 유머가 사회적 감수성과 충돌했을 때 어떤 논쟁이 발생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작업에서 모델들은 브라, 상추잎, 신발 등 일상용품을 마스크처럼 얼굴에 뒤집어쓰고 등장하는데, 이는 초기 코로나 시기 마스크 품귀 현상과 즉흥적인 ‘대체 마스크’ 아이디어를 희화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곧 “팬데믹의 심각성을 희화화한다”, “팬데믹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조롱한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시덴토프는 결국 유감을 표명하고 일부 작품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이후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업이 항상 선을 넘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머를 통해 사회의 긴장을 드러내려는 의도와 상처를 줄 수 있는 지점 사이의 경계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이 사건은 그의 작업이 ‘웃기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수준의 가벼운 장난이 아니라, 윤리적·정치적 감수성과 부딪치며 스스로를 갱신해가는 실험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Tools To Secure School Safety And Security」

2018년의 사진 시리즈 「Tools To Secure School Safety And Security」에서 그는 연필, 노트, 자, 테이프 등 학교에서 흔히 쓰이는 문구를 조합해 마치 무기처럼 보이는 ‘발명품’을 만들었다. 작가는 이 작업이 “순수했던 집에서 만든 장난 무기가 어떻게 더 이상 순수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는지, 가볍게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한다.

이 시리즈는 한편으로는 귀엽고 웃긴 ‘발명품’ 사진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 총격 사건이 끊이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모든 물건이 잠재적 위협 또는 방어 수단으로 상상될 수 있다는 불편한 사실을 환기한다. 시덴토프 특유의 “가볍게 다루지만, 가볍지 않은 문제”라는 아이러니가 잘 드러나는 작업이다.

테이트 모던 쌍안경 설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확장관 전망대에서 맞은편 런던 고급 주거단지 네오 뱅크사이드를 바라볼 수 있게 한 건축·도시 풍경은, 곧 프라이버시 침해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주민들이 “전망대 관람객들이 집 안을 들여다본다”며 소송을 제기하자, 시덴토프는 테이트 모던 전망대 난간에 쌍안경을 몰래 설치해 관람객이 아파트 내부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게릴라 설치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끝까지 끌고 가지 않는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의 특기를 잘 보여준다.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거대한 법적·윤리적 논쟁을, 쌍안경이라는 하나의 오브제로 조롱 섞인 코멘트로 치환해버리며, 도시 개발과 공공 공간, 사적 소유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한다.

작업 방식과 태도

시덴토프는 자신의 실천을 “조각, 영상, 사진, 설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넘나드는 다분야 개념 예술”로 규정한다. 그는 아이디어가 먼저이고, 매체는 그 아이디어가 가장 잘 살아날 수 있는 형태로 나중에 결정된다고 말한다. 어떤 생각은 정지 이미지로 남는 게 맞고, 어떤 생각은 움직이는 영상이 필요하며, 어떤 것은 실제 크기의 조각·설치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형식에 아이디어를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는다. 인생의 대부분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불편함’이다. 그는 관객이 자신의 작업 앞에서 조금은 당황하고, 때로는 기분 나빠하고, 무엇을 느껴야 할지 몰라 어색해하는 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 불편함은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우리가 애써 무시해 온 삶의 난감한 지점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라는 것이다.

작업 과정에서는 규율과 반복을 중시한다. 전직 수영 선수로서 몸에 밴 반복 훈련의 감각이, 아이디어 스케치, 테스트 촬영, 모형 제작, 클라이언트와의 피드백 같은 작업 프로세스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는 “성공은 박수갈채가 아니라, 그 과정을 버티는 것에 가깝다”고 말하며, 개인 작업과 상업 작업 모두에서 타협을 받아들이되, 그 타협이 아이디어의 생명력을 완전히 꺾어버리지 않도록 줄다리기를 계속한다.

상업 작업과 예술 작업의 경계

시덴토프는 구찌, 구글 등의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한 캠페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상업 프로젝트와 순수 예술 프로젝트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아이디어의 성격에 따라 적절한 플랫폼을 찾아간다고 설명한다. 어떤 아이디어는 갤러리의 하얀 벽보다 대형 브랜드의 광고판이나 온라인 환경에서 더 큰 파급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그가 출판 프로젝트와 온라인 콘텐츠 실험에도 적극적인 이유와 연결된다. 그는 아트 퍼블리케이션 「COMMERNAL」을 비롯해, 사진가 JP 보니노와 함께한 「Banana Book」 등에서,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 사이를 넘나드는 작업을 전개한다. 「Banana Book」 관련 인터뷰에서 그는, 실제로 만나본 적 없는 협업자와 온라인 툴을 통해 협업하는 상황을 “온라인 데이팅 같다”고 표현하며, 오늘날 창작과 협업의 조건을 유머러스하게 해석했다.

이처럼 시덴토프는 예술·광고·출판·온라인 콘텐츠의 경계를 느슨하게 엮어 하나의 연속적인 실험장으로 사용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장르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얼마나 강하게 사람들의 인식에 균열을 내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에서의 수용과 의미

최근 서울에서 열린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진지하게 안 진지하기)」는, 그가 사진·영상·조각·설치를 통해 구축해온 “진지한 농담”의 미학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자리였다. 일상의 사물을 이상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작업, 과장된 조각과 연출 사진,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설치 등이 함께 구성되며, 관람객이 “지루한 일상을 낯설게 비틀어보는” 경험을 하도록 기획됐다.

한국 관객에게 시덴토프의 작업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을 떠올리게 하는 조각의 유머와, 인터넷 밈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공감할 만한 B급 정서가 결합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동시에 민주주의, 교육, 팬데믹, 프라이버시 같은 주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웃음 뒤에 남는 씁쓸함이 그의 작업을 단순한 ‘병맛 개그’ 이상으로 확장시킨다.

결국 맥스 시덴토프의 예술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낡아버린 상식과 규범을 아주 가벼운 손길로 건드려 균열을 내는 행위에 가깝다. 그는 “세상이 원래 얼마나 이상한지 사람들이 자꾸 잊어버린다. 나는 그들이 애써 보지 않으려 하는 혼돈을 살짝 상기시킬 뿐”이라고 말한다. 이 말 그대로, 그의 작업은 웃음과 당혹감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이상함을 거울처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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