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을 중심으로 ‘쉬는 날에 뭐라도 해보자’는 발상에서 출발해, 부캐·프로젝트·멤버십 체제까지 진화해 온 MBC 대표 주말 예능이다. 2019년 첫 방송 이후 한국 예능의 포맷 실험실 역할을 하며, 성공과 부침을 동시에 경험한 장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프로그램 개요와 기획 의도
《놀면 뭐하니?》는 2019년 7월 27일 파일럿과 뒤이은 정규 편성을 통해 안착한 MBC 토요일 저녁 예능으로, 현재도 토요일 저녁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다. 제목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놀면 뭐하니, 그럴 시간에 뭐라도 해보지”라는 말에서 따왔고, ‘잃을 건 없으니 노느니 차라리 해보자’는 가벼운 도전 정신을 예능 콘셉트로 끌어올렸다. 초기 기획은 유재석의 ‘쉬는 날’을 관찰하면서, 작은 아이디어를 릴레이처럼 여러 사람에게 넘기고 확장해 가는 구조를 통해 새로운 콘텐트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의 기본 철학은 ‘유재석 1인의 시간을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해 새로운 서사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메라 릴레이, 부캐 육성, 프로젝트 그룹 결성, 음악·예능 콜라보 등 한 시즌 내에서도 다양한 형식이 시도되었고, 이 과정에서 기존 방송에서 보기 어려웠던 인물이나 포맷들이 대거 등장했다.
1인 체제와 부캐 프로젝트의 전성기
시작 당시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 단독 출연 체제에서 출발해, ‘유재석을 따라다니는 카메라를 다음 사람에게 릴레이로 넘긴다’는 콘셉트로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은 사전 회의에서 “작은 부분에서 시작해 다른 사람들과 릴레이 형식 콜라보를 하며 확장한다”는 기획 의도를 공유했고, 이 아이디어가 카메라 릴레이, 유플래시, 뽕포유로 이어지며 프로그램 대표 색깔을 만들었다.
초기 전성기를 견인한 건 무엇보다 ‘부캐 세계관’이다. 유재석이 유산슬(트로트 가수), 유두래곤(댄스 가수), 유야호(프로듀서) 등 다수의 부캐를 연달아 선보이며, 음악·예능 프로젝트를 결합한 새로운 포맷을 제시했다. 이 부캐들은 곧 실제 프로젝트 그룹으로 확장되었고, 싹쓰리, 환불원정대, MSG 워너비, WSG 워너비 같은 팀이 음원 차트와 지상파 음악방송까지 장악하면서, 예능과 가요계를 가로지르는 화제성을 만들어냈다.
이 시기 《놀면 뭐하니?》는 단순 관찰 예능을 넘어, 예능 프로그램이 음원과 공연, 캐릭터 IP를 종합적으로 기획·운영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 셈이다. 특히 싹쓰리·환불원정대 프로젝트는 「무한도전」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그보다 더 짧고 집중된 프로젝트 구조로 소비 패턴 변화에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작진 교체와 멤버십 예능으로의 전환
그러나 2021년, 초창기 기획을 주도했던 김태호 PD가 퇴사로 하차하면서 프로그램은 큰 변곡점을 맞는다. 김태호 PD 시절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 중심의 실험적인 1인 체제와 프로젝트 예능의 성격이 강했지만, 이후 제작진 교체와 함께 포맷 역시 점차 ‘고정 멤버 시스템’에 가까운 방향으로 이동했다.
정준하, 하하, 신봉선, 이미주가 합류하면서 ‘유재석 혼자 놀던 프로그램’에서 5인 체제의 멤버십 버라이어티로 변신했고, JMT(무한상사 세계관을 잇는 직장 코미디), 각종 특집 미션, 단체 여행 및 상황극 형태의 에피소드가 강화됐다. 이 변화는 「무한도전」을 연상시키는 세계관과 멤버 구성을 통해 친숙함을 주었지만, 동시에 “처음의 실험성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시청자 평가도 낳았다.
멤버십 체제 전환은 안정적인 웃음과 캐릭터 관계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했지만, ‘부캐·릴레이·프로젝트’라는 《놀면 뭐하니?》만의 독자 정체성을 희석시키는 결과도 가져왔다. 특히 음악 프로젝트 이후 그만한 임팩트를 가진 새 포맷이 이어지지 못하면서, 과거의 영광과 비교되는 보도·평론이 점차 늘었다.
2025년 이후: 멤버 재편과 코너 다변화
시청률 정체와 화제성 감소 속에서, 제작진은 2020년대 중반에 들어서며 멤버와 포맷을 잇따라 손질했다. 2025년에는 고정 멤버로 활약하던 박진주·이미주가 동시에 하차하고, 유재석·하하·주우재·이이경 4인 체제로 개편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는 프로그램 시작 이후 네 번째 수준의 큰 출연진 변화로, 특히 여성 출연자만 빠진 구성이라는 점에서 여러 해석과 비판을 불러왔다.
동시에 프로그램은 연간 단위로 다양한 코너를 시도하며 활로를 모색했다. 2025년 방영분을 정리한 기록을 보면, ‘겨·일·식·날·양·착·배·인·가’와 같이 한 글자 제목의 코너들이 회차별로 배치돼 있고, 설 연휴 특집, 직업 체험, 양심 냉장고, 소액 미션, 음악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형식이 교차한다. 예를 들어 설 특집인 「설에도 일하는 사람들」에서는 멤버들이 고속도로 안전 순찰, 톨게이트 현장 등을 체험하며 시청자에게 ‘명절에도 일하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콘셉트를 선보였다.
또한 2025년에는 베테랑 예능인 이경규와 함께하는 ‘양심 냉장고’ 콘셉트의 특집이 부활하는 등, 기존 인기 예능 포맷과의 콜라보도 시도되었다. 한편 ‘만 원으로 뭐하니?’ 같은 기획에서는 적은 예산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거나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 요소를 강조하며 예능적 재미를 강화했고, 이는 초창기 ‘노는 김에 뭐라도 해보자’는 프로그램 타이틀 정신과도 다시 연결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최근 화제 코너: ‘인사모’와 80s 서울가요제
2025년 후반부 《놀면 뭐하니?》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인기 없는 사람들의 모임(인사모)’과 ‘80s MBC 서울가요제’ 프로젝트다. ‘인사모’는 하하가 “인기 없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개그맨 허경환, DJ 투컷, 감독 장항준 등 스스로를 ‘인기 없다’고 자조하는 인물들을 모아 팬미팅을 목표로 활동하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여러 회차에 걸쳐 모임 결성, 콘텐츠 제작, 팬미팅 준비와 실제 팬미팅까지 서사를 축적해 가면서, 자존감·관계성·팬덤 문화를 예능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80s MBC 서울가요제’는 1980년대 가요제 분위기를 재현하는 음악 프로젝트로, 유재석·하하가 주축이 돼 참가자를 모집하고, 예선과 선곡, 본선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예능으로 구성했다. 진성 등 트로트·대중가요 가수들이 출연해 80년대 감성의 무대를 선보이고, 최종 합격자 15인을 공개하는 등 실제 음악 경연 형식을 가진 점에서 예전 프로젝트들의 ‘가요계 접수’ 기조를 잇는 성격이 강했다.
이 두 프로젝트는 1인 체제 시절의 프로젝트 예능 DNA와, 현재 멤버십 구조의 단체 예능 포맷이 절충된 형태로 볼 수 있다. 개별 인물의 사연과 캐릭터를 중심에 두되, 이를 하나의 기획(팬미팅, 가요제)으로 묶어 다회차 서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다. 이처럼 《놀면 뭐하니?》는 여전히 프로젝트형 콘텐트를 포기하지 않고, 시대 감성과 출연진 조합에 맞는 변주를 시도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평가와 향후 과제
《놀면 뭐하니?》는 초창기 유재석 1인 체제와 부캐 프로젝트로 신선한 충격을 주며 한국 예능의 새로운 모델로 떠올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선함과 진부함 사이’에 놓였다는 평가를 반복적으로 받았다. 「무한도전」 제작진과 유재석의 재결합이라는 상징성 덕분에 시작부터 높은 기대를 받았고, 실제로 여러 프로젝트가 음원 차트·대중 담론을 장악했으나, 그만큼 이후 시기에는 과거의 성공과 끊임없이 비교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김태호 PD 하차 이후 제작진과 포맷이 잦게 바뀌고, 멤버 재편이 반복되면서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2025년 여성 출연자 2인 동시 하차 후 4인 체제 개편은, 시청률 회복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에도 불구하고 ‘단기 처방’에 가깝고 프로그램의 근본 경쟁력을 복원하기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면 뭐하니?》는 여전히 토요일 저녁 지상파 예능 슬롯을 지키고 있으며, 매년 새로운 코너와 프로젝트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2019년 이후 꾸준히 예능 인재를 발굴하고, 예능·음악·시사·다큐멘터리 요소를 넘나드는 혼합 장르를 시도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 예능 제작 환경 안에서 하나의 실험 플랫폼이자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만은 분명하다. 향후에는 초창기 기획 의도였던 ‘작은 아이디어를 릴레이로 확장한다’는 정신을 어떻게 지금의 멤버 구도·시대 감각과 접목할지, 또 ‘프로젝트 예능’의 새 버전을 어디까지 진화시킬지가 관건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