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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많이 먹을 상인가 33년 전통 대전 경양식 돈가스 찐 맛집

경양식 돈가스는 1960~80년대 경양식집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입맛과 정서 속에 깊게 자리 잡은 대표적인 서양식 변주 돼지고기 튀김 요리입니다. 일본식 돈카츠와 달리 얇게 두드린 고기를 바삭하게 튀겨, 달콤하고 새콤한 갈색 소스를 듬뿍 끼얹어 먹는 스타일이 특징입니다.

경양식과 돈가스의 역사적 배경

경양식이라는 말은 메이요쇼쿠(明治洋食)에서 유래한 것으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서양식’을 값싸고 단순화해 내놓던 식당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에 돈가스 자체는 1930~40년대 이미 들어왔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시점은 1960년대 이후 경양식집이 본격적으로 번성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경양식집은 함박스테이크, 생선까스, 돈가스를 세트처럼 내놓는 서양식 전문점이었고, 흰 식빵과 스프, 포크와 나이프가 함께 놓인 식탁은 근대화와 ‘외식의 낭만’을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의 돈가스는 일본식처럼 두껍고 육즙을 강조하기보다는, 고기를 넓고 얇게 펴서 한 접시를 가득 채우게 하는 방식이 선호되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얇게 펴면 같은 양의 고기로 더 큰 시각적 만족을 줄 수 있고, 단맛과 산미가 강조된 소스를 듬뿍 뿌리기에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스타일이 1980~90년대까지 학생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폭넓게 소비되면서 ‘옛날돈가스’, ‘경양식 돈가스’라는 이름의 집단 기억으로 굳어졌습니다.

고기 손질과 튀김옷의 특징

경양식 돈가스의 핵심은 얇게 두드린 등심입니다. 보통 2cm 안팎 두께의 돼지 등심을 준비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비닐팩에 넣고 밀대로 두드려 넓고 얇게 펴 줍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자리 힘줄에 칼집을 넣어야 튀길 때 고기가 오그라들지 않고 접시 전체를 덮는 평평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튀김옷은 밀가루–달걀물–빵가루 순으로 입히는 전통적인 순서를 따르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용되는 빵가루의 종류입니다. 일식 돈카츠는 생(生)빵가루를 써서 두툼하고 폭신한 식감을 내는데 비해, 경양식 돈가스는 바싹 말린 빵가루를 사용해 더 고소하고 바삭거리는 식감을 강조합니다. 다만 빵가루를 아주 마른 상태로만 쓰면 튀김옷이 들뜨고 고기와 분리되기 쉬워, 약간의 물이나 우유를 섞어 살짝 불려 쓰면 옷이 두툼하고 단단하게 달라붙으면서도 튀겼을 때 경쾌한 바삭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기름 온도는 대략 160~170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너무 낮으면 기름을 과도하게 먹어 눅눅해지고, 너무 높으면 겉만 타고 속은 덜 익기 쉽습니다. 충분히 예열된 기름에 돈가스를 넣고 앞뒤로 뒤집어가며 약 3분 20초 전후로 노릇노릇하게 튀기는 것이 일반적인 기준입니다. 튀기는 동안 기름에 떨어진 빵가루 찌꺼기를 수시로 건져내야 기름이 오래가고, 나중에 튀긴 돈가스도 깨끗한 색과 맛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경양식 소스의 구조와 맛

경양식 돈가스를 경양식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소스입니다. 이 소스는 우스터소스, 케첩, 간장, 설탕, 식초 등을 기본으로 하며, 여기에 밀가루와 기름(또는 버터)로 만든 루(roux)를 섞어 걸쭉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버터와 밀가루를 약불에서 갈색이 돌 정도로 볶아 브라운 루를 만든 뒤, 물과 우스터소스, 케첩, 설탕, 간장, 식초를 넣고 저어가며 끓이면 특유의 달콤하고 새콤한 경양식 소스의 기본 뼈대가 완성됩니다.

집에서 만드는 레시피를 보면 버터 40g, 밀가루 4스푼, 우스터소스 12스푼, 케첩 4스푼, 간장 2스푼, 설탕 1스푼, 물 300ml, 우유 180ml 정도의 비율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비율에 따라 농도와 풍미가 달라집니다. 또 다른 레시피에서는 식용유와 밀가루로 루를 만든 뒤 케첩, 황설탕, 진간장, 식초, 물을 넣고, 여기에 소고기 다시다나 MSG를 약간 넣어 기사식당 느낌의 강한 감칠맛을 구현하기도 합니다.

소스 맛의 방향은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케첩과 설탕에서 오는 ‘단맛’, 다른 하나는 식초와 우스터소스의 ‘산미’, 마지막은 간장, 우스터소스, 다시다 등이 더해주는 ‘감칠맛’입니다. 이 셋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집집마다 ‘옛날 경양식’에 대한 기억과 호불호가 갈립니다. 일부 오래된 경양식집은 우스터소스 비중을 높여 더 묽고 새콤한 소스를 쓰는 반면, 요즘 수제 경양식집은 루를 많이 써 걸쭉하고 농밀한 풍미를 강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접시 구성과 식사 경험

Tonkatsu plate

Tonkatsu plate 

경양식 돈가스 한 접시에는 음식 이상의 정서가 담겨 있습니다. 얇고 큰 돈가스 위에 소스를 듬뿍 끼얹고, 한쪽에는 잘게 채 썬 양배추 샐러드를 수북하게 올리며, 옆에는 밥과 단무지, 때로는 옥수수콘이나 피클이 곁들여 나오는 구성이 전형적입니다. 양배추 샐러드는 마요네즈와 우스터소스를 섞어 뿌리거나, 마요네즈만 올린 뒤 손님이 우스터소스를 따로 뿌려 먹기도 하는데, 이 고소하면서도 새콤한 샐러드가 기름진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 줍니다.

함께 나오는 스프도 중요한 상징입니다. 많은 경양식집이 밀가루와 버터를 볶아 만든 루에 우유와 물, 양파 등을 넣어 끓인 크림스프를 애피타이저처럼 먼저 내는데, 묽고 투박하지만 특유의 밀가루 향과 후추 향이 ‘옛날 양식집’ 분위기를 더해 줍니다. 밥은 보통 흰쌀밥이 따로 담겨 나오거나, 돈가스와 같은 접시에 함께 담기는 경우가 많으며, 돈가스를 칼로 잘라 밥과 함께 소스를 얹어 먹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굳어졌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경양식 돈가스를 단순한 튀김 요리가 아니라, 하나의 ‘정찬 세트’처럼 느끼게 합니다. 접시에 꽉 차 보이는 비주얼, 소스에 흠뻑 젖은 튀김 옷, 여기에 단맛과 산미가 강한 소스가 밥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학생이나 서민층에게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은 외식 메뉴로 인식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대학가나 오래된 상권에는 ‘행운 돈가스’ 같은 경양식 전문점이 남아 있으며,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 익숙한 맛 덕분에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일본식 돈카츠와의 비교와 현재

경양식 돈가스를 이해하려면 일본식 돈카츠와의 대비가 빠지기 어렵습니다. 일본식 돈카츠는 두꺼운 등심이나 안심을 사용해 육즙과 고기의 질감을 강조하고, 소금·와사비·깨 소스 등 비교적 담백하고 단맛이 덜한 조합을 사용합니다. 생빵가루를 사용해 두툼하고 부드러운 튀김옷을 만드는 것도 특징입니다. 반면 경양식 돈가스는 앞서 설명했듯 얇고 넓은 고기, 바싹 말린 빵가루, 달콤 새콤한 묽은 갈색 소스, 밥과 양배추 샐러드라는 조합으로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일식 돈카츠 전문점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한국의 돈가스 문화는 두 갈래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정통’ 혹은 ‘일식’ 스타일의 두툼한 톤카츠, 다른 하나는 ‘옛날’ 혹은 ‘경양식’ 스타일의 얇고 넓은 돈가스입니다. 그 결과 요즘 메뉴판에서는 ‘경양식 돈가스’, ‘옛날 돈가스’라는 표기가 의도적으로 사용되어, 소비자가 어느 스타일의 맛을 기대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툼한 일식 돈카츠가 유행하는 와중에도 경양식 돈가스는 ‘추억의 맛’이자 ‘가성비 좋은 한 끼’로서 변함없는 지지를 받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오래된 경양식집은 30~4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곳도 있으며, 택시 기사나 인근 직장인의 단골집으로 회자되기도 합니다. 또한 유명 셰프나 요리연구가들이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경양식 돈가스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문화 역시 확산되고 있습니다. 경양식 돈가스는 이렇게 한국 외식사의 특정 시기를 상징하는 동시에,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사랑받는 ‘한국식 돈가스’의 한 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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