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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호 고등어 봉초밥 달인 

SBS ‘생활의 달인’에 등장한 김근호는 3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셰프지만, 경력은 10년을 훌쩍 넘긴 숙성 일식 전문가로 소개된다. 방송에서 그는 “제가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는 고등어 봉초밥입니다”라고 단언하는데, 이 한마디에는 본인의 커리어를 통째로 이 메뉴에 베팅했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다. 자반이 아니라 생물 고등어를 고집하고, 하루에 30인분만, 그것도 예약 손님에게만 내는 구조는 수익성보다는 완성도를 우선하는 장인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손님 입장에서는 “돈을 내고 음식을 사 먹는다”는 감각보다 “셰프가 준비한 한정판 작품을 맛보는 경험”에 가깝게 느껴지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김근호의 고등어 봉초밥은 서울 용산 해방촌에 자리한 ‘심야식당기억’이라는 작은 일식당에서 시작해 유명해졌다. 해방촌이라는 동네의 특성상 외국인과 MZ 세대, 감각적인 식당을 찾아다니는 젊은 미식가들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그의 초밥은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온라인 후기에는 “서울 3대 고등어 봉초밥을 다 먹어봤지만 여기 맛이 한국 1등”이라는 과감한 평가가 등장할 정도로 호평이 이어졌고, 이 축적된 신뢰가 결국 ‘생활의 달인’ 출연으로 이어졌다. 방송 이후에는 예약이 더 어려워졌지만, 그는 여전히 하루 준비량을 늘리지 않고, 컨디션이 안 좋으면 과감하게 휴무를 택하는 방식으로 품질 관리를 우선하고 있다.

생물 고등어, 왜 이렇게까지 어려운 재료인가

김근호가 선택한 재료는 ‘생물 고등어’다. 일반적으로 초밥집에서 많이 쓰는 것은 자반 고등어이거나, 이미 손질·염장된 반가공 원료인데, 그는 산지에서 직송되는 생물 고등어를 받아 직접 손질하고 숙성 과정을 모두 관리하는 길을 택했다. 생물 고등어는 등푸른 생선 특유의 지방과 혈합육 때문에 산패와 비린내 발생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날것 그대로’ 혹은 그에 가까운 상태로 손님상에 올리려면 온도·염도·시간 세 가지 축을 극도로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생물 고등어는 수급 자체가 불안정하다. 방송에서 설명된 것처럼 일주일에 몇 번 들어오지 않는 귀한 품목이기 때문에, 재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날은 아예 메뉴를 내지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 그래서 그의 가게는 “하루 30인분 한정, 한 테이블당 한 접시”라는 조건을 건다. 이는 단순한 희소성 마케팅이 아니라, 숙성 탱크와 작업 동선, 냉장·냉장고의 용량, 그리고 셰프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칼질과 손 작업의 총량을 계산해서 나온 실질적 마지노선에 가깝다. 이 숫자가 유지되는 한, 손님이 먹는 고등어는 언제나 같은 품질의 지방 상태와 육질, 산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김근호식 ‘봉초밥’ 구조와 밸런스 설계

고등어 봉초밥은 기본적으로 고등어를 넓게 떠서 밥을 감싸거나 덮는 형식의 초밥을 말한다. 김근호의 봉초밥 역시 이 전통적인 형식을 따르지만, 핵심은 밥과 고등어, 그리고 초(酢)의 밸런스를 어디에 맞추느냐에 있다. 일반적인 고등어 초밥이 비린내 차단을 최우선으로 두고 강한 식초와 짠 간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그는 ‘고등어 본연의 고소한 지방과 감칠맛’을 살리는 방향으로 초의 강도를 조절한다. 즉, 산미는 날카롭지 않고 둥글게, 염도는 비린내를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만, 대신 숙성에서 오는 감칠맛과 밥의 온도·단맛을 끌어올리는 식이다.

밥알의 온도와 질감도 봉초밥의 중요한 변수다. 생선과 밥의 온도 차이가 너무 크면 지방이 굳거나 녹는 속도가 달라져 입안에서의 해체감이 깨진다. 김근호는 이를 막기 위해 밥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한 입에 들어갔을 때 고등어의 지방이 자연스럽게 녹으며 밥과 섞이도록 두께를 조절한다. 일부 후기에서는 “입에 넣자마자 사시미와 밥이 동시에 풀리면서 쌀향·식초향·고등어 향이 한 번에 올라온다”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의도된 설계 결과물에 가깝다. 봉초밥의 특성상 한 점이 주는 정보량이 많기 때문에, 그는 한 접시의 개수를 과도하게 늘리기보다는 제한된 개수 안에서 매 번의 한 입이 거의 같은 경험을 주도록 지속적으로 칼각과 밥량을 미세 조정한다.

숙성, 비린내가 아니라 ‘향’을 만드는 작업

‘비린내를 없애는 것’은 생선 요리의 기초지만, 김근호의 접근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그는 단순히 비린내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간과 온도를 이용해 고등어 고유의 향을 ‘조형’하려 한다. 숙성이라는 것은 근육 내의 효소와 미생물이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해 새로운 향과 감칠맛을 만들어내는 과정인데, 이때 온도가 조금만 높아도 불쾌한 향이 나고, 너무 낮으면 향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방송에서 언급된 것처럼 그는 정확한 온도와 시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하루 판매량을 제한함으로써 숙성실과 냉장 설비에 걸리는 부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또한 염도 조절은 숙성의 방향을 정하는 스위치와 같다. 소금과 식초가 단지 살균·탈수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변성과 지방 산화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라는 점을 이해하고, 그는 고등어의 상태에 따라 염도와 절임 시간을 가변적으로 조절한다. 예를 들어 지방이 많은 계절의 고등어는 산화를 늦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강한 산과 짧은 숙성 시간을 택할 수 있고, 지방이 비교적 적은 시기에는 시간이 길어도 맛이 무너지지 않도록 염도를 세밀하게 낮추는 전략을 쓴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언제 먹어도 어느 정도 비슷한 김근호표 고등어 향’을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것이다.

‘달인’에서 ‘추천하는 사람’으로: 2단계 서사

흥미로운 지점은 김근호가 한 번은 ‘고등어 봉초밥 달인’으로 직접 조명된 인물이었다가, 시간이 지나 ‘김근호 셰프가 뽑은 최고의 달인’ 특집에서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다. 2024년 고등어 봉초밥 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뒤, 2026년 SBS ‘생활의 달인’ 1021회에서는 그가 일식 전문가이자 MZ 세대가 열광하는 식당을 잘 아는 셰프로서 다른 달인들을 찾아 나서는 구조로 재소환된다. 여기서 그는 대전의 고등어 봉초밥, 성남의 수타 메밀소바 등, 자신이 인정한 일식 달인들의 가게를 직접 방문하고 추천하는 역할을 맡는다. 즉, 한때 방송 속에서 검증을 받던 ‘주인공’이 시간이 흐르며 이제는 남을 검증하는 ‘평가자’의 위치로 올라선 셈이다.

프로그램은 그를 “일식이라면 누구보다 까다롭고, 한 입이면 모든 것을 판단하는 셰프”로 소개한다. 이는 단순히 예능적인 수사를 넘어, 고등어 봉초밥을 통해 쌓인 그의 미각 신뢰도를 기반으로 다른 달인들의 실력을 설명하려는 장치다. 실제 1021회 방송에서 그는 대전 유성구 궁동의 일식당 ATO를 찾아 고등어 봉초밥과 메밀소바를 함께 맛보며,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왜곡 없이 끌어낸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이런 구성은 시청자에게 “고등어 봉초밥 달인도 인정한 집이라면 한 번 믿고 가볼 만하다”는 설득력을 부여하고, 동시에 김근호라는 인물을 하나의 ‘일식 큐레이터’로 브랜딩하는 효과를 만든다.

해방촌 작은 가게에서 한국 일식 장면의 한 축으로

고등어 봉초밥은 일본에서도 마니아층이 찾는 메뉴이지만, 한국에서는 생물 고등어를 이용한 봉초밥을 한정 수량으로 내는 집이 드물다. 그 공백 속에서 김근호는 해방촌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자신의 색깔을 극도로 밀도 있게 다져 올렸고, 방송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서울에서 꼭 먹어봐야 할 고등어 봉초밥”이라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의 사례는 한국 일식 시장이 더 이상 대형 프랜차이즈나 전통 강자 중심이 아니라, 특정 메뉴에 미친 집요한 개별 셰프들에 의해 재편되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주는 작은 지표이기도 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그가 다른 달인들을 추천하러 다니는 2차 출연을 통해 “한 명의 스타 셰프가 다른 장인들을 끌어올리는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방식이다. 이제 시청자와 미식가들은 김근호라는 이름을 단지 고등어 봉초밥과 연결된 개별 셰프로 기억하는 것을 넘어, “좋은 일식집을 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그가 새로운 식당을 열거나, 전혀 다른 메뉴에 도전하더라도, 이미 구축된 신뢰 자본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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