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의 겨울이 빚은 황태의 탄생
강원도 평창 대관령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매서운 추위와 큰 일교차, 그리고 거센 산바람이 겹치는 지역으로, 명태를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하며 말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내장을 제거한 명태를 겨울 덕장에 두 마리씩 엮어 걸어 두면 밤에는 꽁꽁 얼고 낮에는 서서히 녹는 과정을 서너 달 이상 반복하는데, 이렇게 해서 살이 통통하게 부풀고 노란빛을 띠는 황태가 완성된다. 겉껍질은 윤기가 흐르고 속살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가지게 되어, 일반 북어보다 향과 감칠맛이 깊다고 평가된다.traveli.co+2
대관령 황태의 역사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중반, 함경도 일대에서 황태를 만들던 피난민들이 북쪽과 비슷한 기후를 찾아 대관령으로 내려와 덕장을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6·25 이후 북한 지역에서 더 이상 황태 건조를 할 수 없게 되자, 교통이 편리하면서도 넓은 터와 강한 바람, 낮은 기온을 가진 남쪽 지역을 찾다가 선택된 곳이 바로 평창군 대관령 일대였다는 증언도 있다. 그렇게 세워진 덕장이 시간이 흐르며 늘어나 오늘날에는 크고 작은 덕장이 20여 개 이상 자리 잡을 정도로 대표적인 황태 산지가 되었고, 겨울철이면 마을 전체가 황태로 뒤덮인 장관을 이루는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blog.naver+2[youtube]
1958년부터 황태를 말린 고수의 손길
이연주 셰프가 찾은 대관령 황태 달인은 1958년부터 덕장을 지켜온, 말 그대로 황태 한 길만 파온 장인 세대에 속한다는 설정이다. 이 시기는 피난민들이 터를 잡고 덕장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로, 매년 겨울을 통째로 황태와 함께 보내며 자연건조의 노하우를 몸으로 익히던 시대다. 장인은 지금도 초겨울이 시작되는 12월이면 통나무를 엮어 덕장을 세우고, 다음 해 4월까지 네 달 안팎의 시간을 바람과 추위에 맡기며 황태를 말리는 일을 되풀이한다.dong134.tistory+2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과 날씨를 읽는 감각이다.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살이 상하고, 바람이 지나치게 약하면 속까지 골고루 마르지 않아 부패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장인은 눈, 바람, 기온을 살피며 덕장의 위치를 조금 옮기거나 황태의 간격을 조절하는 식으로 미세하게 손을 본다. 얼었다 녹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황태의 육질은 산더덕처럼 탄력 있게 부풀고, 단백질이 분해되며 자연스러운 단맛과 구수한 향이 배어 나오기 때문에, 장인은 해마다 ‘황태가 잘 익어가는 소리’를 귀로 듣는다고 표현한다는 식의 서술이 어울린다.korean-culture+2
황태 한 상: 평창에서 맛보는 정공법의 맛
평창에 도착한 이연주 셰프가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황태 장인이 직접 차려낸 정공법의 황태 한 상이다. 평창 지역에서 황태를 대표하는 메뉴로 꼽히는 것은 얼렸다 녹인 황태를 푹 우려내 만든 황태해장국으로, 맑으면서도 깊고 구수한 국물 맛 덕에 속풀이 음식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해발 700m 안팎에 위치한 덕장에서 말려낸 황태를 사용해 우려낸 국물은 지방이 적고 담백하지만, 장시간 끓이며 우러난 아미노산 덕분에 묵직한 감칠맛을 보여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traveli.co+1
이 한 상에는 해장국뿐 아니라 매콤하게 양념해 구운 황태구이, 해물과 콩나물을 곁들여 비벼낸 황태찜,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긴 황태까스 같은 메뉴들이 곁들여질 수 있다. 황태구이는 노릇하게 구워낸 황태에 고추장 베이스 양념을 바르고 다시 구워 겉은 살짝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며, 황태찜은 고소한 황태에 콩나물과 해물을 더해 식감과 향을 풍성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평창 일대 식당들이 황태를 활용한 강정, 카츠 등의 변주 메뉴를 선보이며, 전통 재료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blog.naver+1
이연주 셰프는 이런 상차림을 통해 황태 고유의 향과 질감, 국물의 깊이를 먼저 몸으로 익힌 뒤, 자신만의 방식으로 황태를 재해석하는 요리를 구상한다는 흐름으로 서사를 이어갈 수 있다. 장인이 만들어낸 담백하면서도 진한 황태의 맛을 경험하는 과정 자체가, 이후에 등장할 창의적인 레시피의 출발점이 된다.
토르티야 위에 올린 황태: ‘황태 피자’의 발상
전통적인 황태 요리가 국물과 구이, 찜에 집중되어 있다면, 이연주 셰프는 황태를 보다 가볍고 경쾌한 한 끼로 즐길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한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토르티야를 피자 도우처럼 사용해 얇고 바삭한 베이스를 만들고, 그 위에 황태 보푸라기를 토핑으로 올린 ‘황태 피자’다. 토르티야 피자는 일반적으로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치즈와 채소, 해산물을 올려 프라이팬이나 오븐에 굽는 비교적 간단한 레시피로 알려져 있는데, 셰프는 이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되 주protein을 황태로 바꾸는 방식으로 변주한다.tefal.co+1[youtube]
황태 보푸라기는 잘 불린 황태를 손으로 찢어 결대로 부풀린 것을 의미하며, 적당히 두들겨 섬유를 부드럽게 만든 뒤 양념을 더하면 고소하면서도 깊은 향이 살아난다. 보통 토르티야 피자에는 모차렐라 치즈, 파프리카, 양파, 양송이버섯, 소시지나 해산물 등이 올라가는데, 이연주 셰프는 여기에서 소시지 대신 황태를 넣거나, 혹은 황태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 재료는 풍미를 받쳐 주는 조연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얇은 토르티야는 오븐이나 팬에서 짧은 시간만 구워도 바삭하게 변해 황태의 고소한 맛과 대비되는 식감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술안주부터 간편 한 끼까지 폭넓게 활용 가능한 메뉴 구성이 된다.blog.naver+3[youtube]
또띠아 피자는 소스를 토마토 베이스로 할 수도 있지만, 된장·고추장·간장 등을 활용한 퓨전 소스로 변형하면 황태와의 궁합이 더 자연스러운 한국식 풍미를 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연주 셰프의 ‘황태 피자’는 서양식 피자의 구조와 한식 황태 요리의 맛을 접목한, 전형적인 뉴코리안 스타일 창작 요리로 읽을 수 있다.
셰프 이연주의 ‘황태 피자’ 레시피 구성
실제 방송 콘셉트에 맞추어, 집에서 응용해볼 수 있는 형태로 이연주 셰프의 ‘황태 피자’ 레시피 구조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흐름이 자연스럽다. 먼저 불린 황태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황태포를 미지근한 물에 잠시 담가 소금기를 조절한 뒤, 물기를 꼭 짜고 손으로 얇게 찢어 보슬보슬한 보푸라기 형태를 만든다. 이때 팬에 기름을 아주 살짝 두르고 보푸라기를 약한 불에서 마른 볶음 하듯 덥혀 주면 비린내를 줄이고 고소한 향을 끌어낼 수 있다.blog.naver+2
소스는 토마토 소스에 간장이나 고추장을 소량 섞어 감칠맛과 매콤함을 더하는 방식, 혹은 된장을 베이스로 마요네즈·올리고당을 섞는 방식 등으로 구성할 수 있는데, 토르티야 피자 레시피에서 토마토 소스를 바르듯이 얇게 도우 위에 펴 바르는 것은 동일하다. 그 위에 황태 보푸라기를 넉넉하게 올리고, 채 썬 양파와 파프리카, 얇게 썬 양송이버섯을 골고루 올린 뒤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뿌린다. 일반 또띠아 피자 레시피에서는 200도 정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0~15분 정도 구워 치즈가 노릇하게 녹을 때까지 두는데, 황태 피자 역시 치즈가 살짝 갈색이 돌고 가장자리가 바삭해질 때 꺼내면 적당하다.[youtube]tefal.co+1
오븐이 없다면 뚜껑이 있는 팬을 활용해 약불로 치즈가 녹을 때까지 천천히 구워도 되는데, 이 경우 토르티야가 탈 수 있으므로 불 조절이 중요하다. 완성된 피자 위에는 송송 썬 쪽파나 고추를 올려 향을 더하거나, 레몬즙을 살짝 뿌려 느끼함을 잡는 변형도 가능하다. 황태 특유의 담백한 감칠맛과 치즈의 고소함이 겹치면서, 전통적인 황태해장국이나 황태구이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한 끼가 완성되는 셈이다.korean-culture+3
전통과 퓨전이 만나는 황태의 새로운 얼굴
대관령 황태는 원래 속풀이용 해장국이나 구이, 찜처럼 밥상 위의 반찬과 국물 요리에서 빛을 발해 왔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겨울을 견딘 황태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담백하지만, 자연 숙성 과정에서 생성된 깊은 향과 단맛 덕분에 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재료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최근 평창 일대 식당들에서 황태까스나 황태강정 같은 메뉴가 등장하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외국인 손님을 겨냥한 황태카츠 등이 개발된 사례에서 보듯, 황태는 점차 ‘스낵’이나 ‘한 끼 간편식’으로 변신하는 흐름도 보인다.blog.naver+3
이연주 셰프의 ‘황태 피자’는 이런 흐름을 한 발 더 나아가, 또띠아와 치즈라는 글로벌 재료 위에 대관령 황태의 이야기를 얹은 요리라고 할 수 있다. 덕장에서 1950년대부터 황태를 말려 온 장인의 손길이 만든 재료를, 젊은 세대가 친숙하게 느끼는 피자 형태로 풀어내면서 세대와 문화의 간극을 자연스럽게 잇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전통의 맛을 존중하되 조리법과 식탁 위의 형식을 과감히 비틀어 보는 이런 시도는, 지역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 시장을 여는 미식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dong134.tistory+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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